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그래도 원자력 발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9월 12일 경주 지역에서 우리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했던 터라 많은 이들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다.

원전 같은 시설을 설계할 때는 지진 때문에 지반이 힘을 받는 지진가속도를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진앙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지면 땅의 진동이 줄어들기 때문에 시설 측면에서 보면 지진의 실제 크기보다 시설에 미치는 가속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진가속도는 중력(G)을 기준으로 나타낸다.

2세대 원전인 고리, 월성원전은 0.2G(규모 6.5)에 버티도록 설계됐다. 3세대 이후 원전은 0.3G(규모 7.0)에 버티도록 설계됐다. 원전은 역사지진 분석 등을 통해 발전소 부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안전정지지진(SSE : Safety Shutdown Earthquake, 0.2G)을 설정해두고, 이 값의 90%가 되면 자동으로 정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또한 그 절반 정도인 운전기준지진(OBE : Operating Basis Earthquake, 0.1G)을 설정해둬 이 값에 도달하면 안전을 위해 수동으로 정지시키고, 안전성을 확인한 후 운전 재개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안전정지지진 값의 90% 이르면 자동 정지되는 원전
신재생에너지, 기존 에너지 대체할 만큼 기술 개발 안 돼

경주 지진의 경우 고리와 월성원전에 별도로 비치된 지진계에서 관측된 지진은 0.1G 미만이었다. 그러나 또 다른 수동 정지 기준값인 응답 스펙트럼 분석 결과가 OBE를 초과해 규정에 따라 4시간 이내에 원전을 수동 정지시켰다. 이 때문에 의혹을 제기하는 이도 많지만 월성원전의 지진 대비는 적절했다.

전기는 다른 에너지와 달리 저장이 어렵다. 미리 만들어두고 필요할 때 사용하는 다른 에너지와 달리 생산과 동시에 소비가 이뤄진다. 전력은 미리 수요를 예측해서 발전소를 건설해놓지 않으면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정부가 2년마다 향후 15년을 바라보고 전력 수급 계획을 수립하는 이유다. 전력 수급 계획에서 어떤 발전소를 언제 건설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사람들은 흔히 이를 정책적 타협의 결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엄밀한 계산의 결과물이며 그 후 정책적 요소를 가미하게 된다.

전력 수요는 인구 증가, 경제 활성화, 기후 변화, 가전제품의 교체 주기 등에 따라 변화한다. 이 때문에 장기적 수요를 예측해 이 수요를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설비를 확충한다. 또 하루에도 시간에 따라서 변화하는 전력 수요에 맞춰 시설을 운영해야 한다. 발전소가 너무 많이 가동돼 전력이 남아도 문제가 생기고, 부족해도 문제가 생긴다.

시간에 따른 전력 수요를 살펴보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전력 수요가 유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최소한의 수요를 기저부하라 하고 이것보다 많은 부분은 첨두부하라고 한다. 전력설비는 기저부하를 공급하기 위한 설비와 첨두부하를 담당하기 위한 설비가 있다. 예를 들어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발전설비는 24시간 가동해야 하므로 연료비가 싸야 한다. 그러나 수요가 늘면 잠깐씩 가동하는 발전소는 연료비가 다소 비싸더라도 건설비가 싸야 한다.

원전과 석탄 발전은 기저부하를 담당한다. 이들 발전소는 건설비는 다소 비싸지만 연료값이 싸기에 24시간 가동하면 경제적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첨두부하를 담당한다. 이는 연료값은 비싸지만 발전소 건설비용이 싸기 때문에 잠깐잠깐 가동하기에 적절하다.

경제성을 고려해 적절한 에너지 믹스가 도출되면 정책적 요소가 가미된다. 정책적 요소는 에너지 안보, 환경, 산업정책 등에 해당한다. 부존자원이 없고 분단국인 우리나라는 특정 에너지에 편중되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고 또 장기간 비축이 용이해야 한다. 파리협약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해야 하는 까닭에 환경적 요소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됐다. 또한 산업정책 면에서 국내 산업의 보호와 발전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이러한 정책적 고려를 통해 전력 수급계획에 포함된다. 풍력 발전은 원자력 발전보다 2~3배 비싸고, 태양광은 10배 정도 비싸다. 또한 이들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여건이 허락되면 발전을 하는 급전불응(給電不應) 전원이다. 이들 신재생에너지는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전력을 생산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이때문에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11%까지 건설하기로 했다면 국민은 기존 발전을 89%만 건설하는 것으로 이해하겠지만, 실은 기존 발전소를100% 건설해 여기에 얹어서 11%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추가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대체에너지’라는 과대한 포장을 감당할 단계로 기술 개발이 진척되진 않았다. 그럼에도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위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같은 양 전기 생산에 석탄 연료, 원전의 11만 배 필요
전세계 여전히 500여 기 원전 운영 중

100만kW급 원자력 발전에 소요되는 연료는 약 20톤이다. 같은 규모의 석탄 발전에는 220만 톤의 연료가 필요하다. 11만 배 더 많다. 원자력 발전의 연료 비축이 훨씬 용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기술 개발을 통해 건설의 95%를 국산화했고 매년 들어가는 연료비는 전체 발전단가의 1~2%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외국으로 나가는 돈이 없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는 제격인 발전원이다.

최근 원전의 경제성에 대해 흠을 잡기도 한다. 사용후핵연료 처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원전 해체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 그것이다. 실은 원자력 발전단가의 3분의 1 정도가 이를 위한 비용으로 포함됐고, 법에 따라 적립되고 있다. 또 원전에서 사고가 났을 때 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데 이 또한 보험에 가입돼 있다. 사회적 비용이 점점 많이 들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이 경제성이 없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국가가 경제성 분석을 할 때는 법인세나 사회적 비용 같은 것은 빼고 계산한다. 그것은 발전에 필요한 비용이 아니고 별도로 치르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2009년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우리 원전 4기를 수출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원전 수출은 재개될 것이다. 선진국에서 운영 중인 대부분의 원전이 노후화되고 있으며, 이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려면 다시 원전으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이 원전을 시작하려는 나라들도 많다. 최소한 400여 기의 원전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데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이 모두 매달려도 400기를 건설할 수 없다. 당연히 우리의 수출길도 열리게 된다. 게다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건설되고 있는 원전 가운데 당초 계획된 일정에 따라 건설되는 원전은 우리가 UAE에 수출한 4기의 원전뿐이다. 이제 곧 세계가 그 진가를 인정할 것이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많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으로 제기된 우려가 아니라 축적된 불안감이라고 봐야 한다. 원전에서 사고가 날 위험성은 있다. 그러나 ‘만일’을 일상처럼 여겨서는 곤란하다. 전 세계 500여 기의 발전소가 안전하게 운영 중이고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여전히 원자력 발전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했지만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다.

원자력 발전은 에너지 안보, 경제성,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국내 산업 발전과 수출 등의 요소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 반드시 필요하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많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으로 제기된 우려가 아니라 축적된 불안감이라고 봐야 한다. 원전에서 사고가 날 위험성은 있다. 그러나 ‘만일’을 일상처럼 여겨서는 곤란하다. 전세계 500여 기의 발전소가 안전하게 운영 중이고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여전히 원자력 발전을 하고 있다."

정범진 교수

 

글· 정범진(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2016.10.24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