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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나는 인생 굽이굽이 넘어온 1940년생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광복을 맞이한 기억은 희미하지만 초등학교 시절 6·25전쟁으로 집안 어른들과 함께 겪은 전란의 기억은 선명하다. 그런 어려운 일들을 겪으며 그저 위도 아래도 보지 않고, 뒤도 보지 않고 수평만 보고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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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숙 (74·경기 오산시)

이 기나긴 인생길을 지나 지난해 7월 초 모처럼 동생들과 제주도 여행을 했다. 특별히 여유들이 있어서가 아니라 기초연금 덕분이다. 남동생 둘 모두 65세가 넘어 기초연금을 받는다. 그동안 죽기 전에 한번 같이 가자 했던 제주도 여행을 기초연금 덕분에 진짜 떠나게 된 것이다. 우리 같은 나이에 형제자매들이 같이 비행기 타고 제주도 여행을 가보는 일이 그리 쉬운가. 승합버스를 타고 제주도를 돌아보는 조촐한 여행이었지만, 형제들이 같 이 회 먹고 술도 한잔 하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았다.

잊지 않고 들어오는 기초연금은 아들딸보다 효자다. 우리 부부가 합쳐서 매월 받는 32만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눈치 안 보고 받으니 외식도 더러 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동생들에게 올해도 연금 모아 여행을 가자고 했다. 나이가 드니 욕심 내지 않고 사는 것이 좋다.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오산시는 전에 살던 서울보다 생활비가 적게 들어간다. 여기저기 문화센터에 등록해 운동도 하고 노래로 스트레스도 풀어가며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

올해 7월부터는 만 70세가 넘는 노인들의 치아 임플란트 비용에 대해 두 개까지 보험이 적용돼 건강보험 가입자는 50%까지 지원을 받는다는데, 이번에 내가 그 덕을 보게 된다. 지금까지는 75세 이상만 해당 돼 원래는 올가을이 지나야 임플란트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었지만, 법이 바뀌어 올 7월부터 나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뉴스를 통해 이 소식을 미리 듣고 지난 4월경 동네 치과에서 어금니 두 개를 뽑고 임플란트 비용이 지원되는 7월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같은 노인들은 잇몸이 약해서 임플란트를 하기 전에 미리미리 잇몸 치료를 받는 기간이 필요하다. 지원 시기를 알고 있으니 미리 잇몸 치료를 받고 지원 시기에 딱 맞게 임플란트를 하게 됐다. 치아가 건강한 사람들은 모를 테지만 제대로 음식을 씹지 못해 불편한 것은 하루가 괴롭다.

우리 세대는 나이가 들어서야 연금이란 것을 경험했다. 처음에는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나중에 나이 들어서 제대로 받기나 할까 싶어 최대한 적게 내려 하거나 중간에 찾을 수 있을 때 찾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보니 적은 액수나마 매달 또박또박 나오는 돈이 보통 소중한 것이 아니다. 여기에 적으나마 남편의 월남 참전 연금이 더해지고, 이제 기초연금까지 받게 되니 쓸 돈이라곤 의료비가 가장 많은 노인들 입장에서는 다달이 나오는 연금이 상당한 의지가 된다.

우리는 전쟁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지만 나이 들어 이런 제도들 덕을 보니 복 받은 세대 같기도 하다. 모쪼록 내 아들과 딸들, 손주들도 나이 들어서 살아가는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면 좋겠다.


· 지연숙(74·경기 오산시) 201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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