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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브렉시트 여파 최소화 위해 한국의 역할 중요하다

7월 15~16일 몽골에서 열린 제11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의 가장 큰 화두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였다. 브렉시트는 단순히 영국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며, 지난 60년간 지속돼온 유럽 통합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건이다. 따라서 ASEM의 한 축인 유럽 전체가 관련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사안이며, 국제금융에서 영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파급 효과는 세계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ASEM의 창설 회원국이자 아시아 측 회원국 중에는 유일하게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 중인 국가다. 따라서 ASEM을 통한 브렉시트 논의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이해 당사자다.

브렉시트와 관련한 ASEM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ASEM의 성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ASEM은 아시아와 유럽 정상들 간에 포괄적 관심사를 논의하는 다자 간 협의체다. 1996년 당시 아시아 10개국과 유럽 15개국 등 총 25개국으로 출범했으나, 이후 회원국 수가 점차 확대돼 현재 51개국에 이른다. 아시아와 유럽 국가 외에도 러시아와 인도, 호주 등도 회원국이며, 이 때문에 ‘아시아·유럽+α’의 형식을 띠고 있다.

ASEM은 크게 정치, 경제, 사회·문화의 3대 영역에 걸쳐 ‘상호 존중’, ‘합의’, ‘비공식주의’라는 3대 원칙에 의해 운영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상호 존중과 합의의 원칙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첨예한 이슈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도출되기는 어렵다. 사실 ASEM 자체는 다자 간 협의체라기보다는 일종의 다자 간 ‘포럼’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이러한 특징은 ASEM이 경제 규모 및 발전 수준, 정치체제 등이 상이한 국가들 간의 조합인 데서 비롯된다.

ASEM 정상회의에는 주요 7개국(G7) 회원국 중에는 5개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중에는 13개국이 참석한다. 50개국 이상의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정상회의는 흔치 않지만,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정상회의와 연간 1회 미만으로 개최되는 분야별 장관회의로는 다양한 방면의 협력 이슈를 논의하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제10차 ASEM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제10차 ASEM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하지만 ASEM은 다음과 같은 장점도 갖고 있다. 첫째, ASEM 내에서 회원국은 별다른 제약 조건 없이 포괄적 주제에 대해 견해를 제시할 수 있다. 상이한 조건을 갖춘 국가 간에 합의 도출은 어렵지만 자국의 견해를 알릴 수 있는 정상 차원의 포럼이 존재한다는 점은 ASEM 회원국 수가 계속 늘어난 주요 배경이다. 둘째, ASEM은 독자적인 리더 국가의 등장이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중견국가의 역할이 강조될 수 있다. 특히 의제 중심으로 리더십이 형성된다는 측면에서 실현 가능한 좋은 의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작은 국가라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셋째, ASEM 정상회의는 지역협의체로서 최대 규모의 정상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이를 계기로 많은 양자 간, 다자 간 정상회담과 후속 차원의 장차관회담이 개최된다. 많은 포맷의 회담이 가능하다는 점은 그만큼 많은 대화의 기회가 제공됨을 의미한다.

한국은 2000년 10월 서울에서 제3차 ASEM 정상회의를 개최한 이래 ASEM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또한 한국이 추진 중인 외교·경제정책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ASEM을 중요한 무대로 활용했다. 가령 2010년 10월 제8차 정상회의(브뤼셀)에서는 불과 40여 일 후 개최되는 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ASEM 회원국의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또한 서울에 본부를 두게 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 Global Green Growth Institute)에 대한 회원국의 주목을 이끌어낸 바 있다. 2014년 제10차 정상회의(밀라노)에서는 ‘아시아와 유럽 간의 연계(Connectivity) 강화’가 주요 의제였는데,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소개하면서ASEM 의제와 한국 정부의 정책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켰다.

브렉시트를 보는 시각은 작게는 영국만의 문제라는 견해부터 크게는 세계화의 부작용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는 견해까지 다양하다. 특히 브렉시트의 여파가 장기화되고 실물경제로 옮겨가게 될 경우 주요국의 대응에 따라 신보호주의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은 그동안 전 세계적인 무역 확장의 수혜자였다는 점에서 브렉시트 여파를 최소화해야 할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ASEM을 통해 브렉시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먼저ASEM이 구속력 있는 결정 기구가 아닌 5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포럼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 아시아와 유럽의 연계성 증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연계성’의 증진으로 브렉시트 여파가 아시아에 미친다는 것은 역설적인 부분이다.

1998년 런던에서 열렸던 제2차 ASEM 정상회의에서는 동아시아 금융위기가 주요 논제로 거론된 바 있다. ASEM에서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시점도 바로 이때부터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유럽의 위기는 ASEM 내에서 유럽이 아시아 측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역학관계를 형성한다.

아시아 내 브렉시트 충격 최소화 위한 유럽 공조 노력 촉구
동아시아 내 금융 안전망 구축, 통화정책 공조 계기 삼아야

ASEM을 통한 한국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브렉시트의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럽 측에 정책 결정의 예측성과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 브렉시트의 여파는 금융시장을 통해 즉각적으로 발생한다. 안전자산으로서의 엔화 가치는 상승하지만 아시아의 많은 신흥국들은 통화 가치 하락으로 외자 유출 등 금융 혼란에 직면할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경제·정치 분야의 장관회의와 고위급회의(SOM)를 통해 유럽 측에 다른 지역에서의 금융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결정이 이뤄지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
ASEM의 성명서는 구속력은 없으나 각국의 외교정책에서 규범적 기준점(Reference)이 된다. 따라서 성명서에 브렉시트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유럽 측의 공조 노력이 포함되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브렉시트를 동아시아 내 금융안전망 구축, 통화정책 공조의 계기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일본, ASEAN 회원국 등 아시아 각국의 의견을 모으는 한편, 유럽 측의 지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셋째, 2008년 G20 워싱턴 회의에서 보호무역을 경계하는 ‘스탠드 스틸(Stand Still : 새로운 무역장벽 금지)’을 주장한 바와 같이,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하는 외교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브렉시트의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럽 측에 정책 결정의 예측성과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 경제·정치 분야의 장관회의와 고위급회의(SOM)를 통해 유럽 측에 다른 지역에서의 금융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결정이 이뤄지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 "

 강유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장)

· 강유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장) 201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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