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부산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세계 신발산업에서 주요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했다. 생산과 수출 대부분은 외국 유명 브랜드의 상표를 붙인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에 의해 이루어졌다. 'TCF산업'으로 불리는 섬유·의료·신발(Textile·Clothing·Footwear)산업은 선진국에 근거를 둔 다국적 기업과 저개발국 기업 간에 OEM 방식 분업관계가 가장 잘 발달해 있는 산업군으로 꼽힌다. 부산의 신발산업은 굴지의 해외 유명 신발 브랜드들이 성장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인건비 및 원재료비 상승 등의 이유로 신발기업들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겼고, 제조업 중심의 부산 신발산업은 전통산업 또는 사양산업으로 불리게 됐다. 하지만 오랜 세월 산업 1세대들이 OEM 방식을 통해 축적해온 제조 기술과 노하우를 혁신 역량으로 전환할 방법은 없을까?
최근 벤처 혁신의 성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주요 10대 트렌드로 '공유 경제' 및 '유저 참여형 정보 공유',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등의 용어가 확산되면서 관련 제품 및 서비스들이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 대표적으로 유튜브(YouTube), 우버(Uber), 킥스타터(Kickstarter), 쿼키(Quirky)와 같은 성공적인 벤처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전통산업으로 불리는 신발 제조업에도 새로운 트렌드의 아이디어가 접목될 수 있지 않을까.
부친의 신발 OEM 관련 업무를 지켜보며 국내 신발 브랜드가 세계 최고의 개발·제조·자재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상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항상 아쉬웠다. 이에 새로운 트렌드인 '크라우드소싱' 방식을 활용한 신발 제작 플랫폼을 구상하게 됐다. 크라우드소싱이란 대중(Crowd)과 외주(Outsourcing)의 합성어로, 일반 대중을 제품이나 창작물 생산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식을 일컫는다. '루이(ROOY)'는 크라우드소싱 방식이란 트렌드를 신발 제작에 접목함으로써 탄생했다.
루이는 전 세계 약 1000여 명의 신발 디자이너들에게 다양한 주제를 던지고 온라인에서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참신한 디자인이 탄생하도록 한다. 제출된 디자인들은 수많은 잠재 소비자들, 그리고 신발 전문가들의 평가와 선정을 거쳐서 제품화되고, 판매 수익을 디자이너에게 배분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부산에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유수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을 뿐만 아니라 3월 16일 개소한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기업으로 선정됐다.
루이가 성장할 수 있는 주요 경쟁력은 크라우드소싱 시장의 급성장 그리고 신발 개발 및 제조 인프라 확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전통산업을 혁신산업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은 어찌 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핵심 경쟁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는 오랜 세월 1세대들이 잘 구축해온 산업들이 많이 있다. 젊은 세대들이 급변하는 글로벌 트렌드를 적극 수용하고, 이런 소중한 보유 자산을 적극 활용한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글 · 강희승 (루이 대표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기업) 20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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