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11월 1일 한·일·중 정상회의가 3년 반 만에 개최됐다. 이번에 열린 제6차 한·일·중 정상회의는 역사와 영토 문제 등으로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던 한·일·중 관계를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의미와 함께 다양한 협력방안에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한·일·중 정상회의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다. 특히 역사 문제와 관련해 과거를 직시하는 합의가 미흡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3국이 역사와 정치·안보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으로 치달았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의미 있는 회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상회의 재개 과정에서 한국이 보여준 외교적 이니셔티브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한국 외교의 역할과 방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6차 한·일·중 정상회의를 통해 3국은 정치안보, 경제 등의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정치안보와 관련해 3국은 한반도 문제와 북핵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경제 협력과 관련해서는 한·일·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한·일·중 FTA가 체결되면 단일경제권의 초석을 다지게 되고 RCEP 체결로는 북미와 유럽에 이은 '세계 3대 아시아·태평양 경제권'이 탄생하게 된다.

전자상거래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전자상거래 협력 강화는 상품과 서비스 교역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이기도 한 3국이 LNG 수급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수요자 연대를 구축해 에너지 수요·공급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3년 반 동안 개최되지 못했던 정상회의에서 다양한 협력방안이 도출된 것은 3국 간에 그만큼 경제 협력 촉진에 대한 이해와 요구가 컸다는 것을 입증한다. 사실 한국, 일본, 중국은 정치·안보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상호 협력하는 데 강한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 먼저 3국 모두 안보와 관련해 북핵과 북한의 도발에 따른 동북아 정세 불안정을 억제하고 관리하는 데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 해양으로 확장일로에 있는 중국과 이해를 조정하고 타협함으로써 안보 환경을 안정화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3국은 경제 협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역내교역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이는 3국 간 경제 협력의 기회 공간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정상회의의 경협안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갈등관계에 있는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서 한국 외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과 관련해 정상회의 개최 과정과 성과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3일 개최된 중국의 종전 70주년 기념식은 중국 공산당의 역사적 정통성을 부각하고 전승국이라는 역사적 지분을 내세우면서 갈등관계에 있는 일본을 배척하는 상징성이 있었다.
중국이 역사 문제를 동원하면서 동북아 국제관계를 갈등과 배척이라는 네거티브 게임으로 몰고 가는 형국이었다. 이러한 행사에 참석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적극외교를 선택했다. 중국의 네거티브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오히려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포지티브 게임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강대국들의 각축장에서 한국 외교가 지향하는 역할과 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

글 · 이지용 (국립외교원 교수) 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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