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00

                                                                                  신동아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초등학생 시절 애국가 후렴구를 부를 때는 정말 그런 줄 알았다. 우리나라 삼천리는 화려한 금수강산
이라고. 어느 선생님은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이며 옛날부터 중국 사람들이 고려에 한번 와보는 것을 평생소원으로 삼았다”고 침을 튀기며 설명했다.

중학생이 되어 매년 4월 5일 식목일에 산에 나무를 심으러 가니 금수강산이 아닌 곳이 너무도 많이
보였다. 전 국토가 거의 벌건 맨흙을 드러낸 민둥산이었다. 땔감 대부분을 산에서 조달했기에 살아남을 나무가 거의 없었다. 어른이 되어 첫 해외여행을 일본으로 갔다. 비행기가 일본 상공으로 접어들자 눈 아래 땅은 녹색 일색이었다. 그 후 스위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여러 나라에 가보니 산에 나무가 얼마나 울창한지 산 빛이 녹색이다 못해 거무스름한 빛을 띨 정도였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한국의 경제성장 위업은 주로 수출 증가, 국민소득 증대 등에 초점이 맞춰
져 있다. 그러나 눈을 넓혀보면 1960년대 이후 산림녹화 부문에서도 세계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만큼 놀라운 ‘녹색혁명’을 이뤘다. 산록 언저리에 그린벨트라는 개발제한구역을 설정해 이곳의 산림을 지키려 굳건한 정책을 줄기차게 지킨 데다 체계적인 조림사업을 펼친 덕분이다. 요즘엔 산지에 나무가 지나치게 빽빽해 간벌에 신경을 써야 할 만큼 변모했다.


최근 1박 2일 일정으로 전주, 군산 문화유적 답사 여행을 다녀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진행하는 ‘창
조적 경영지도자 최고위 과정’에 등록한 덕분에 승용차 대신에 큼직한 버스에 몸을 싣고 안락한 자세로 바깥을 살폈다. 금수강산! 진정 이제는 온 산하가 비단으로 수놓은 듯 ‘화려강산’이었다. 기화요초(琪花瑤草 : 고운 풀과 꽃)가 백화제방(百花齊放 : 많은 꽃이 흐드러지게 핌)하였다!

전주 한옥마을, 군산 근현대사 유적지 등을 전문가 해설을 들으며 둘러보니 ‘문화융성’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문화유산이 지나친 개발 탓에 관광 상품으로 전락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래도 이를 보존하려는 의식이 싹튼 것만 해도 우리 사회가 개명했음을 알 수 있다.

필자가 경남 통영에서 살던 코흘리개 시절 세병관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악동들은 아름드리나무
기둥에 오줌을 누었고 거지들은 거기서 먹고 자고 했다. 관리인도 없었다. 이순신 장군의 호국 의지가 깃든 그 유서 깊은 사적이 마구 훼손되고 농락당했다. 물론 요즘엔 잘 정비되어 있다.

이집트에 가보니 찬란한 이집트 문명의 유적지가 제대로 보존되지 못했다. 피라미드나 아부심벨 같은
유명한 유적지는 유네스코와 이집트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지켰으나 별로 이름나지 않은 사적지는 폐허가된 곳이 수두룩했다. 지구의 기후변화 탓에 이집트 국토가 사막으로 변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한반도를 금수강산으로 가꾸고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의무이다. 그런 면에서 북
한의 산야가 갈수록 헐벗는 사실이 안타깝다. 북한의 녹화사업을 도울 아시아녹화기구, 녹색사업단 등의 활약을 기대한다.

 

 · 고승철 (소설가) 2015.5.11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