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들어 10대 주력 수출품 중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감소했다. 세계 경기의 침체 외에도 우리 수출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
불황형 흑자로 쌓인 외화가 원화 가치를 높이고 여기에 더해 양적 완화에 따른 엔화와 유로화의 약세가 한국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한 가지 이유이다.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이 내수 중심 성장 전략을 추진하면서 수입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원인에 대해서는 모두들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런데 수출 부진의 원인 중 또 다른 한 가지는 수출 주력 산업의 해외 생산 확대이다. 해외로의 공장 이전으로 휴대폰이나 가전제품의 해외 생산 비율은 80%를 넘어섰고, 완성차의 경우에도 50% 수준이다. 해외 생산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노동시장이 경직돼 인건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경직된 노동시장처럼 서서히 우리 경제의 목을 조여오는 원인에 대해서는 심각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1990년대 독일에서는 기업 활동에 유리한 지역으로 산업시설이 이동하는 현상이 늘어나면서 생산 입지 논쟁이 국가적 이슈였다. 제조업 강국을 자부하던 독일은 국가 전체가 공동화되는 현상까지 우려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특히 정규직 고용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환경 탓에 기업이 가급적 노동력을 덜 쓰는 생산방식을 선호하게 되었고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 또한 노동시장의 역동성이 부족한 결과 한번 실업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장기 실업이 급증했고, 이러한 피해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인 청년이나 여성 근로자에게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독일 노사는 임금을 삭감하거나 동결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합의를 이루어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을 막았고, 독일을 기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강화했다. 무엇보다 효과적이었던 것은 독일 정부가 추진한 ‘하르츠 개혁’이었다.
독일 정부는 ‘미니 잡(Mini-Job)’, ‘미디잡(Midi-Job)’ 도입을 통해 청년과 여성에게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했고, 신규 채용 시 고용 보호를 완화하거나 파견 근로의 기간 제한을 철폐하는 등 기업의 일자리 창출 여건을 개선했다. 이 같은 노력은 유럽의 병자였던 독일을 또다시 세계 최강의 제조업 국가로 변모시켰다. 특히 금융위기 동안에도 고용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청년실업률은 유럽연합 평균의 3분의 1 수준까지 하락하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지금 전체 근로자의 7%밖에 되지 않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대상으로 노동시장 개혁을 논의하고 있다. 노사정 합의가 불가능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다.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낙후된 노동시장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더 이상 무감각할 여유가없다. 바로 지금이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할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글 ·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 20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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