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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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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해마다 우수 교양도서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국민들의 독서의식 고취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 해의 출판 성과를 총정리하고 늘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출판계를 지원하는 성격도 강하다. 지난 1968년부터 시작된 이 소중한 전통은 현 문화체육관광부의 전신인 문화공보부가 시작했다. 벌써 40여 년이 지나는 사이에 수많은 양서들이 발표되었고, 그 내용들은 고스란히 우리들의 마음의 양식이 되어 왔다. 해마다 우수 교양도서를 모집하는 공고가 나갔고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문화공보부의 공고 ‘청소년 우량도서 선정’ 편(동아일보 1971년 7월 13일)을 보자. 이 공고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우량도서”를 선정한 다음 저자명을 비롯한 서지 사항을 자세히 공고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리이스 신화>나 <죄와 벌> 같은 세계문학, <징기스칸>이나 <콜럼부스> 같은 위인전, <메아리 소년>이나 <언덕 위의 푸른 집> 같은 아동문학, <파브르의 곤충기>나 <동물기> 같은 사상 전집을 두루 포괄하고 있다. 그 시대의 필독서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자못 흥미롭다. 더욱이 그 책들은 읽을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에 문화공보부에서 보증까지 해주었으니 양서의 반열에 올랐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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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청소년이 이해하기 어려운 책도 선정되었다.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좀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E. H. 카(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청소년이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책이다. 청소년용으로 쉽게 풀어쓴 책인가 했더니 길현모 교수의 번역으로 탐구당에서 출간한 원본이다. <역사란 무엇인가>는 어떤 책인가?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제로 유명한 당대 최고의 역사가가 쓴 책을 우리나라 서양사학계의 원로인 길현모 교수가 공들여 번역한 걸작이다. 1980년대에는 의식 있는 대학 신입생의 필독서로 여겨져 금서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어느 한순간도 역사가(지식인)는 시대의 산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 돋보이는 역사철학의 명저를 대학생이나 일반인을 위한 우량 도서로 선정했다면 모르겠으나, 청소년 도서로 선정했다니 다소 뜻밖일 수밖에.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청소년이 과연 몇이나 되었을까 싶다.

우수 교양도서를 선정하고 지원하는 사업은 현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며, 철학·예술·문학 등 11개 분야에서 우수 도서를 뽑는다. 2013년에는 420종의 우수 교양도서가 선정되었다. 이 책들은 문체부가 구입해 공공도서관, 벽지의 초·중·고교, 작은도서관, 병영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등 2,500여 곳에 배포하기 때문에 책의 유통 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우수 교양도서 지원사업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갈수록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선정된 우수 교양도서를 어떻게 독서 인구의 증가로 연계할 것인지 출판계와 함께 궁리해야 할 것 같다.

1971년 광고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에 우수 교양도서는 늘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 중에 발표했다. 그 이유는 방학 때 학생들이 그 책을 읽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우수 교양도서 중 한 권을 읽고 독후감을 써 내는 방학 숙제도 빠지지 않았다. 좋은 책의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우수 교양도서, 그 책들이 도서관의 서가에 꽂혀 있지만 말고 독자들의 손에 들려 있게 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글·김병희(한국PR학회 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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