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태양이 작열하며 푹푹 찌는 여름 무더위가 예사롭지 않은 계절이다.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었던 조선시대 사람들에게도 여름 더위를 이겨나가는 방법은 다양했다. 간편한 복장, 부채질하기, 등목하기, 나무 그늘에서의 휴식. 그리고 왕실에서는 겨울에 저장한 얼음을 여름에 일부 활용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겨울철 한강의 얼음을 떠서 동빙고와 서빙고에 보관하였다. 동빙고는 한강변 두뭇개, 지금의 성동구 옥수동에 있었고, 서빙고는 지금의 서빙고동 둔지산(屯智山) 기슭에 있었다. 19세기 서울의 관청, 궁궐 풍속 등을 정리한 <한경지략(漢京識略)>의 궐외각사(闕外各司) 조항에는 ‘빙고(氷庫)’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동빙고가 두뭇개에 있다. 제사에 쓰는 얼음을 바친다. 서빙고는 둔지산에 있다. 궁 안에서 쓰이고 백관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할 얼음을 공급한다. 이들 빙고는 개국 초부터 설치되어 얼음을 보관하고 공급하는 일을 맡았다. 동빙고에 옥호루(玉壺樓)가 있는데 경치가 뛰어나다.”

동빙고의 얼음은 주로 제사용으로 쓰고 서빙고의 얼음은 한여름인 음력 5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 종친과 고위 관료, 퇴직 관리, 활인서의 병자, 의금부의 죄수들에게까지 나누어 주었다. 얼음은 네 치 두께로 언 후에야 뜨기 시작하였다. 이에 앞서 난지도 등지에서 갈대를 가져다가 빙고의 사방을 덮고 둘러쳐 냉장 기능을 강화했다. 얼음을 뜰 때에는 칡으로 꼰 새끼줄을 얼음 위에 깔아놓고 사람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였다고 한다.
얼음을 빙고에서 처음 꺼내는 음력 2월 춘분에는 개빙제(開氷祭)를 열었다. 얼음은 3월 초부터 출하하기 시작하여 10월 상강(霜降) 때 그해의 공급을 마감하였다고 한다. 나라에서 설치한 빙고가 있었지만, 일반인들도 얼음을 이용하면서 점차 얼음의 수요가 늘어나 공급이 부족하게 되었다. 18세기에 이르면 사적으로 얼음을 공급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되어 한강 근처에만 30여 개의 빙고가 설치되었다. 한강에서 얼음을 채취하는 풍습은 이제 낯선 풍경이 되었지만 1970년대까지 얼음채취의 명맥이 이어졌음은 빛바랜 사진으로 그 증표가 남아 있다.
서민들에게 여름 더위를 쫓는 일등공신은 부채였다. 부채는 휴대하기 편리했고 부녀자에게는 장식품으로도 널리 애용되었다. 19세기의 학자 이유원이 쓴 <임하필기>라는 책에는 황해도 재령 등지에서 풀잎으로 엮어 만든 부채인 팔덕선(八德扇)의 이야기가 나온다.
팔덕이란 바람 맑은 덕, 습기 제거의 덕, 깔고 자는 덕, 값이 싼 덕, 짜기 쉬운 덕, 비를 피하는 덕, 햇볕을 가리는 덕, 독을 덮는 덕 등 부채의 실용성을 압축적이고 해학적으로 표현하였다. 역사 문헌 가운데 부채에 관한 내용은 <삼국사기> 견훤의 기록에 보인다. 고려 태조가 즉위하자 견훤이 사신을 시켜 공작의 깃으로 만든 부채인 공작선을 보냈다고 하고 있어 당시에는 부채가 귀한 사람에게 주는 물건이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부채는 외국에서도 큰 인기가 있었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걸쳐 부채는 중국을 비롯한 일본, 몽골 등지에 전달되었다. 명나라 사신들이 특히 조선의 부채에 관심을 보여서 광해군 때인 1622년(광해군 14년) 이들에게 백선(白扇) 224자루, 유선(油扇 : 기름 먹인 부채) 1,830자루를 선물했다. 속담에 “단오 선물은 부채요 동지 선물은 달력”이라는 말이 있다. 음력 단오는 곧 여름이 시작됨을 의미하고 더위에 대비하여 부채를 준비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여름철 중에서도 가장 더운 시기가 초복·중복·말복의 삼복(三伏) 기간이다. 몹시 더운 날씨를 가리켜 ‘삼복더위’라고 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얼음과 부채가 꼭 필요한 2014년의 삼복은 7월 18일, 7월 28일, 8월 7일이다. 얼음과 부채를 잘 활용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이어받아 복날의 무더위를 잘 극복해 나갔으면 한다.
글·신병주(건국대 사학과 교수) 20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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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