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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디지털 교과서가 교육의 미래를 바꾼다




OECD가 IT 기술을 활용해서 교육의 질을 높이는 나라로 한국을 소개했다고 한다.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위한 노력도 계속 진행 중이다. 거의 모든 가정에 컴퓨터가 보급되어 있고 학생과 선생이 인터넷으로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대학 입시 위주의 인터넷 강의 분야는 한국이 독보적인데 다양한 동영상 강의를 통해 스스로 학습이 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외국의 경우에 비해 앞선 디지털 환경인 것은 틀림없지만 실상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전자칠판 사업은 시범 사업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디지털 교과서 사업 또한 오랫동안 계획만 발표되고 있을 뿐이다. 로봇 교사를 유치원에 보급하려는 정책도 차라리 보조교사를 채용하라는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표류 중이다.

유료뿐만 아니라 무료 동영상 강의도 넘치고 있지만 일방적 강의를 그대로 동영상으로 옮겨 왔을 뿐 양방향 교육 수단으로는 부족함이 많다. 어쩌면 대학 입시에 매달린 한국의 교육은 디지털화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환경인지도 모른다.




애플은 이미 1980년대부터 매킨토시로 교육 시장을 공략했던 기업이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히 미국의 교육 환경에 맞는 디지털 교과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는 종이 책과는 달리 영상과 음향이 제공되고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 속도를 조절하는 등 초보적인 개인화가 가능하다.

교과서가 학생의 반응에 인터렉티브하게 동작하고 진행에 참여할 수도 있다. 그때그때 메모를 하거나 책갈피를 해 놓을 수도 있는데, 이것은 인터넷에 저장되기 때문에 컴퓨터, 태블릿 등 어떤 기기를 사용하더라도 같은 메모를 볼 수 있다.

애플은 디지털 교과서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저작 툴을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콘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미 미국 교과서 시장을 90퍼센트 이상 점유하고 있는 대형 출판사의 참여를 확보함으로써 아이튠즈 스토어로 음악 사업을 지배했듯이 미국의 교과서 시장도 애플이 장악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곧 학생들은 무거운 책 대신에 디지털 교과서가 담긴 태블릿을 들고 다니게 될 것이다. 미국의 비싼 책 가격을 따져 봤을 때 태블릿에 디지털 교과서를 담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고 한다. 태블릿의 탁월한 기능은 교과서를 사용하는 재미를 주기 때문에 학생들의 호응도 매우 좋은 편이다. 또한 애플은 저작 툴을 무료로 공개함으로써 교과서 제작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냈다.

MIT가 시작한 공개강의(Open CourseWare)는 전세계 교육기관의 참여로 확대되고 있다. 공개강의는 공공재 성격의 교육을 인터넷을 활용하여 전 지구촌에 보급함으로써 인류의 창조성을 높이겠다는 운동의 일환이다.


교육기관 이외에도 이런 운동에 다수 그룹이 참여하여 전문가들의 짧은 공개강연 위주의 TED(기술, 오락, 디자인의 약자) 등 수많은 강좌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중 칸(Khan)아카데미를 만든 살만 칸이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살만 칸은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조카의 수학 공부를 도와주기 위해서 직접 강의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는데 이것이 인기를 끌게 되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구글 등 인터넷 업체의 투자까지 이끌어 내게 되었다. 현재 칸아카데미는 2천6백개 이상의 강의가 올려져 있고 1억2천 회 이상의 학습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한국의 인터넷 강의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OCW(공개강의)가 별로 인상적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 강국답게 대학입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험을 위해 발달해 있는 인강이 훨씬 품질이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유료로 제공되는 한국의 인강보다 OCW의 강의가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서 좀 더 많은 무료강의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교육이 디지털화될수록 컴퓨터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지금과 같이 학생들의 실력 차를 무시하고 같은 수업을 듣는 형태는 사라지고 개인 이력을 관리하는 컴퓨터를 통해 각 학생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진도를 나가고 문제를 풀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2학년 수학 수업 시간에 어떤 학생은 인수분해를 공부하고 어떤 학생은 적분 수업을 받게 된다. 같은 적분수업이라도 학생의 실력 단계에 맞는 수준의 문제가 출제된다. 적분에 대한 이해가 깊은 학생은 난이도 높은 응용 문제를 풀겠지만 아직 적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은 기초 개념을 익힐 수 있는 문제를 풀게 된다. 같은 학년이라도 이렇게 수업 진도가 다르고 이해도가 다르기 때문에 어쩌면 학년 개념도 무의미할 수 있다.

개별화는 또 학생이 푼 문제를 기억하고 틀렸던 문제를 복습할 수 있게 해 준다. 각 학년이 시작되면 과거에 풀었던 문제 중에서 틀렸던 문제를 복습하게 된다. 고2가 된 3월에 초·중·고등학교 때 틀렸던 문제를 다시 푸는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틀렸던 지리 문제를 다시 틀리게 되면 이것이 기록되고 고3이 되면 다시 풀게 된다. 교육이란 것이 모르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란 면에서 한 번 틀렸던 문제를 확실히 알 때까지 반복적으로 푸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학년과 졸업 개념도 달라질 것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각 학년을 통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고2라도 어떤 학생은 수학 실력이 고1의 13단계, 국어는 고3의 3단계인 반면 또 다른 학생은 수학은 고3의 1단계지만 국어는 아직 고2의 5단계일 수 있다.


역으로 말하자면 시간만 지나면 졸업하는 지금까지의 교육과 다르게 미래의 디지털 교육에서 한 학생이 졸업했다는 것은 필요한 지식을 확실히 습득했다는 보증서를 발급하는 것과 같게 되는 것이다.

미래의 교육은 디지털 교과서나 공개강의 운동을 넘어서 개별화를 통한 이력 관리가 핵심이 될 것이다. 컴퓨터는 각 학생의 진도에 맞추어 교육을 진행하게 된다. 졸업이란 필요한 실력을 가지고 있음을 실질적으로 보증하는 증명서와 같아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지금과 같이 실력과 상관없이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 놓고 획일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없게 되어 수업은 매순간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즐거운 행위가 될 것이다. 이렇게 수업의 효율이 높아진다면 어쩌면 하루 4시간의 수업만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 공부가 즐거운 일이 될 미래의 디지털 교육이 하루빨리 도래하기를 기원해 본다.

글·김인성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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