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간장으로 유명한 샘표식품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캔 커피시장에 진출했다. 전략회의를 거쳐 제품명은 ‘샘표 커피’로 결정되었다. 회사 내부에서는 ‘샘표’ 브랜드에는 간장으로 쌓아올린 신뢰성 있는 기업 이미지가 담겨 있으므로 이를 활용함으로써 커피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강했다. 하지만 ‘샘표 커피’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샘표’가 부각된 이미지에 소비자들은 어쩐지 커피가 짤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브랜드로 여러 제품을 만들지 말라는 것은 마케팅 교과서 제일 처음에 나오는 내용이다. 하지만 수많은 거대 기업이 바로 이 원칙을 어겨왔다. 새로운 도전자를 물리치기 위해 기존의 탄탄한 브랜드를 활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모바일 부문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MS는 PC 시장의 지배자였다. 윈도는 사실상 1백퍼센트에 가까운 PC 운영체제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용 윈도는 달랐다. 모바일 윈도가 사용된 제품은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이 불편하여 내비게이션 등 단순기능 제품에만 쓰였을 뿐 스마트폰과 같이 다양한 작업을 하는 기기에는 적합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폰이 나오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애플이 만든 멀티터치 인터페이스는 스마트폰을 진정한 모바일 단말기로 쓸 수 있게 해주었다. 아이폰은 사람들이 꿈꾸던 휴대용 컴퓨터의 원형이었다. 전화, MP3, 카메라, 내비게이션, 녹음기, 검색과 웹 서핑 등 수많은 작업을 부드럽게 처리할 수 있는 아이폰에 소비자들이 열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폰은 인간의 행동양식도 바꾸어버렸다. 더 이상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지 않는다. 식탁에 앉은 가족이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로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열었다. 이제 PC보다 모바일 단말기가 더 많이 팔리고 있다. 각 가정에는 PC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수가 더 많으며 모바일 기기로 인터넷을 처음 접한 인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PC조차 데스크톱보다는 노트북이 더 선호되고 있다.
그동안 MS는 애플의 아이폰으로 촉발된 모바일 혁명에 뒤처져 있었다. PC 시장을 천하통일 한 후 경쟁자가 없어져 방심했던 탓인지 아이폰의 출현에 대응하지도 못했다. 아이폰이 나온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윈도폰의 시장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 공백을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차지하고 말았다.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는 무료로 제공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소스 코드를 누구나 마음대로 개조해서 사용할 수 있다. 기술력 있는 업체는 안드로이드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아이폰 출현 후 MS가 대응하지 못한 4년간의 공백기에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로 스마트폰을 만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제조사들은 자연스럽게 안드로이드 위주의 개발 체제를 구축하게 되었다.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운영체제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해도 제조사를 끌어오기가 어려운 판에 MS는 스마트폰 한 대 팔 때 마다 라이선스 비용을 챙겨가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제조사는 운영체제 소스를 볼 수 없고 마음대로 고칠 수도 없다. MS가 지정하는 하드웨어 이외에는 쓰지도 못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제품을 만들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없는 것이다.
MS는 아이폰과 같은 통제를 통해 제품 안정성을 확보하고 안드로이드와 같은 다양한 제품 지원과 운영체제 제공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이 둘을 동시에 이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위기감 때문일까? MS는 윈도8에 여러 가지 무리수를 두고 있다. 여태까지 MS는 윈도의 점유율을 무기로 끼워 팔기 전략을 사용해 온 업체다. 웹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익스플로러를 윈도에 끼워 팔았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MS는 모바일 시대에도 이런 전략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윈도8은 PC용 제품과 모바일용 제품이 동시에 출시되었다. 이것은 사용자뿐만 아니라 개발자와 PC 제조사들에도 혼란을 주고 있다. 같은 윈도 태블릿임에도 CPU 종류에 따라 돌아가는 윈도8의 종류가 다르다. PC용 CPU가 사용된 태블릿은 PC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지만 모바일용 CPU를 장착한 제품에는 사용할 수 없다.
윈도8은 화면 인터페이스도 통합하고 있다. 전통적인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방식을 지원하며 손가락을 사용한 멀티터치방식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방식을 동시에 지원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두 방식 간을 전환하며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기존 사용법을 바꾼 탓에 사용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키보드를 쓰다가 화면을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것이 힘들다고 불평하고 있으며 MS가 없애버린 시작 버튼을 찾느라고 애를 먹고 있기도 하다.

MS는 CPU의 통합, 유저 인터페이스의 통합뿐만 아니라 MS의 게임기 엑스박스와의 통합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엑스박스에서만 가능하던 게임을 윈도8에서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MS가 윈도8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 자사의 모든 자원을 다 동원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윈도8의 점유율 확대보다는 그동안 시장에서 선전했던 엑스박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MS가 윈도8 한 제품으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이 때문에 모든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폰으로 인해 여태까지 아무도 대적할 수 없었던 IT계의 거대한 공룡인 MS가 몰락할 위기에 처했다. 윈도8의 성공에 MS의 미래가 달린 것은 이 때문이다. 30년 이상 수많은 도전을 물리쳐온 MS가 이번 위기도 헤쳐갈 수 있을까?
글·김인성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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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