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시인 바이런은 “웨딩마치는 언제나 나로 하여금 전투에 나가는 병사의 행진곡을 연상케 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결혼이란 세리머니는 언제나 우리를 들뜨게 설레게 한다. 결혼식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로 산업적 세를 불려나가는 만큼 결혼식에서 갓 태어날 부부, 그중에서도 특히 신부를 향한 축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음악 부문으로 자리를 잡았다.
1970~80년대까지도 웨딩 현장에서 대중가요는 대우를 받지 못했다. 여전히 전통혼례식이 많아 대중가요가 설 자리가 없는 것도 있었지만 대중가요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낮아 결혼이란 성스러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광범위한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존 덴버의 ‘Annie’s song’이나 카펜터스의 ‘Top of the world’ 같은 서구 팝송이 간간이 울려 퍼지곤 했다.
대중가요의 사회적 파괴력이 상승한 1990년대 와서 비로소 대중가요가 축가의 대세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축가 전문가수와 단골 레퍼토리가 등장했다. 아마도 그 첫 사례는 남성듀오 해바라기의 ‘사랑으로’ 그리고 한동준의 ‘너를 사랑해’와 ‘사랑의 서약’일 것이다. 특히 ‘사랑의 서약’은 가사는 말할 것도 없고 서약이라는 제목 때문에도 백년해로의 부부서약과 정확히 궁합이 맞아 결혼식에서 압도적 환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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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축가로 한동안 분주히 불려다니던 한동준은 남성듀엣 유리상자의 등장과 함께 뒤로 밀렸다. 유리상자는 아예 결혼식 축가를 겨냥한 듯한 곡 ‘신부에게’(새하얀 드레스 수줍은 발걸음 꿈꾸는 설레임/ 나만을 믿고 내 곁에 선 소중한 그대…)를 가지고 있는데다 이어서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극중 박신양이 상대역 김정은에게 고백하면서 이들의 노래 ‘사랑해도 될까요?’를 부른 덕분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축가 전문가수로 점프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단독 공연은 6백 회 이상, 결혼식 축가는 7백회 이상으로 방송 출연보다 결혼식 축가 횟수가 더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금도 결혼의 달인 5월이면 결혼식장에 가는 것만으로 스케줄이 꽉 찬다. 곧 재혼 커플에 맞는 축가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유리상자의 노래와 더불어 근래 환영받는 축가는 이적의 ‘다행이다’, 김동률의 ‘감사’ 그리고 성시경의 ‘두 사람’ 등이 대표적이다. 결혼식의 사실상 주인공인 20~30대 신부들 사이에서 이들의 인기가 워낙 견고한 것은 물론이고 곡들 자체가 웨딩 현장에서 부르면 그만인 가사로 진행되는 덕분이다.
‘거친 바람 속에도/ 젖은 지붕 밑에도/ 홀로 내팽개쳐져 있지 않다는 게/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 게/ 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던/ 그대라는 놀라운 사람 때문이라는 걸…’(다행이다), ‘부족한 내 마음이 누구에게 힘이 될 줄은/ 그것만으로 그대에게 난 감사해요…’(감사), ‘먼훗날 무지개 저 너머에/ 우리가 찾던 꿈 거기 없다 해도/ 그대와 나 함께 보내는 지금 이 시간들이 내겐 그보다 더 소중한 걸…’(두 사람).
팝송 중에는 조시 그로반과 웨스트라이프가 부른 ‘You raise me up’이 0순위다. 내용이 신랑신부만이 아니라 양가 부모를 위한 감사의 곡으로도 최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수라면 이제 축가를 놓쳐서는 곤란하다. 게다가 결혼식 하객들은 가수가 소통을 원하는 ‘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의 다세대’로 이뤄져 있지 않은가. 젊은 남녀의 결혼식을 많이 보고 싶다. 신랑신부와 가족, 친지, 친구의 어울림에 기여하는 행복한 축가를 많이 듣고 싶다.
글·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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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