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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PC 공룡’ MS에 불어닥친 ‘모바일 빙하기’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며 MS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장악했다. 도스(DOS) 운영체제를 교체한 윈도가 90퍼센트 이상 점유했다. 윈도는 운영체제와 동의어였고 새롭게 발표된 MS 운영체제의 유일한 경쟁 제품은 MS의 구 버전뿐일 정도였다.

MS의 성공은 소위 확장과 은폐 전략 덕분이었다.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MS는 그 분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을 벤치마킹해 기능 등 여러 가지를 모방한 제품을 발표한다. 처음에 대개 성능이 뒤져 인기가 없지만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개선 제품을 발표하면서 점차 점유율을 높인다. 어느 정도 성과가 보이면 경쟁제품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확장 기능을 제공하면서 사용자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MS 제품의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이 확장 기능으로 인해 호환성에 문제가 생기는 등 혼란 상황이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MS는 확장 기능을 자사 제품에만 사용 가능하도록 은폐함으로써 결국 시장을 독차지하게 된다.

1980년대 도스 운영체제를 사용하던 시절에 MS는 운영체제 안에 숨겨진 서비스를 만들고 자신들만 사용했다. 이 숨겨진 서비스를 사용하면 타사 제품보다 안정적이고 빠른 소프트웨어를 만들수 있었다. 윈도에도 이런 기능이 있다고 의심받고 있는데 MS의 오피스 제품의 탁월한 데이터 안정성이 그 한 예이다. 운영체제가 불안해진 경우에도 MS의 오피스는 죽지 않고 데이터 저장을 한다. 타사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윈도에서 MS 오피스와 같은 안정성을 가질 수 없었다.

PC 시장에서 MS의 지배가 계속되면서 이를 극복하려는 경쟁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위협적인 것이 바로 인터넷이었다. 1990년 중반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웹 브라우저는 컴퓨터 사용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버렸다. 이제 PC는 한낱 인터넷 단말기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MS는 PC 시장을 지키기 위해 직접 웹 브라우저를 만들기로 결정한다. 그리하여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탄생했다.

MS는 웹 브라우저 분야에서도 마찬가지 전략을 취했다. 우선 모자익(Mosaic)이란 초기 웹 브라우저 프로그램의 소스를 구입해 익스플로러를 만들어 발표했다. 물론 초기에는 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넷스케이프(Netscape)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MS는 끼워 팔기 전략으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었다. 익스플로러를 윈도와 함께 제공하고 바탕 화면에 무조건 깔리게 했으며 사용자가 제거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런 불공정 행위는 법적 제재를 받았지만 법원의 판결이 났을 때는 이미 넷스케이프가 시장에서 퇴출된 다음이었다. 결국 MS의 웹 브라우저는 윈도와 마찬가지로 90퍼센트 이상은 점유하게 되었다. 인터넷 서비스들은 표준을 무시하고 익스플로러에 맞추어 개발했고 때문에 화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다른 웹 브라우저는 더욱더 외면당하게 되었다. 인터넷은 그저 윈도를 위한 데이터 교환장소처럼 변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IT 기술은 정체되어 있지 않았다. 익스플로러를 극복하려는 여러 가지 노력이 진행되었다.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PC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속도도 좋아지고 서버 성능도 높아졌다. 이런 상황이 되자 꼭 작업을 PC에서만 할 필요도 없어졌다. 빠른 네트워크 속도 덕분에 인터넷에 데이터를 올려놓고 써도 PC에서 쓰는 것에 비해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고성능 서버는 동시에 많은 작업을 처리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 통합한 서비스, 즉 클라우드가 등장한 것이다.

모바일 환경으로의 변화도 있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웹 브라우저가 등장했다. 이 때문에 모든 웹 브라우저에서 사용가능한 표준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다.

웹 사이트들이 익스플로러가 아닌 제품에 대한 지원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경향이 가속화되었다.

이런 변화는 웹 브라우저의 기능 향상을 불러왔다. 동영상을 플레이하거나 그래픽 효과를 주기 위해 외부 프로그램을 부를 필요없이 웹 브라우저가 처리하게 된 것이다. 온라인에서 문서 작업, 게임 실행 등 다양한 기능을 웹 브라우저에서 곧바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표준이 만들어졌다. HTML5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웹 브라우저들이 HTML5 표준을 지키면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어떤 장비든 상관 없이 웹 브라우저만으로 이 모든 동작을 할수 있다. 운영체제나 웹 브라우저 종류도 상관 없다. 심지어 구글이 만든 크롬 운영체제는 아예 웹 브라우저로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운영체제의 필요성조차 없게 만들었다.


이것은 운영체제 지배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MS에게는 커다란 위협이었다. 때문에 웹 브라우저를 장악한 MS는 이후 스스로 웹 브라우저의 발전을 막아왔다. 익스플로러6을 2001년에 발표한 이후 5년간이나 업그레이드하지 않았던 것이다. 익스플로러6은 웹 표준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웹 사이트들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도 사용자들은 그 혜택을 볼 수 없었다.

이런 상태는 확장된 표준을 따르는 웹 브라우저의 점유율이 높아질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제품의 등장이었다. 웹 사용 방식이 PC에서 모바일로 급격히 이전됨에 따라 익스플로러 독점이 깨진 것이다. MS는 결국 익스플로러를 버전 업했지만 인터넷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 표준 준수를 약속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웹 표준이 확립되자 꼭 익스플로러를 사용할 필요성이 없어졌고 이 때문에 익스플로러의 점유율 하락이 가속화되었다.

MS는 PC 시장을 지키기 위해 웹의 발전을 막아왔으나 모바일 시대로 전환되면서 주도권을 상실하게 되었다. 뒤늦게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모바일에 대한 대응이 늦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일한 방법은 과거와 같이 표준을 위반하고 독자방식을 밀어붙이는 것이지만 모바일 시장 점유율이 미미한 상황이라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웹 브라우저 분야에서 익스플로러와 크롬의 점유율 역전은 이런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IT 분야에서 개방과 표준을 추구한 기술만이 결국 승리한다는 진리를 크롬의 성공이 다시 한번 증명해 주고 있다.

글·김인성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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