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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조금 성급한 감이 있지만 미리 2011년 음악계를 정리한다면 아마도 네 가지의 흐름이 지배했던 한 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유 대세, 세시봉 음악의 재림, <나는 가수다>를 위시한 오디션 방송프로의 득세, 그리고 K팝의 구미시장 진출이 그것이다. 앞의 세 가지는 내수시장의 키워드였고, K팝은 말할 것도 없이 바깥의 흐름이다.

안팎으로 모처럼 대중음악이 위용을 뽐내고 분발했던 한 해였음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작년까지 음악 판은 오로지 아이돌 음악과 걸그룹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올해는 이전과 달리 아이돌 음악에 대한 작용뿐 아니라 ‘반작용’이 활발했다는 사실을 유추해 낼 수 있다.

K팝의 해외시장 공략을 제외한 다른 세 가지 흐름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것은 과거의 재림(再臨)이다. 세시봉은 1970년대에 득세했던 포크가 돌아온 것이었고 <나는 가수다>와 같은 오디션 프로는 잊을 뻔했던 무수한 저 옛날의 명곡을 사람들이 재발견하도록 해 준 순기능을 발휘했다.



무명가수든 유명가수든 경연에 참가한 상당수 출전자들이 들고 나온 덕분에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남진의 ‘님과 함께’, 신중현의 ‘미인’,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와 같은 오래전의 노래가 다시금 주목받게 된 것이다. 이 노래들에는 어른들은 물론 젊은 세대도 반응했다. 오디션 프로의 높은 시청률이 아니었으면 이게 과연 가능했을까. 대중음악에도 명곡, 명작, 명품이 있다는 것을 깨친 것만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좋은 날’로 연초 분위기를 독점하다시피 한 아이유 현상도 이면을 들여다보면 현재보다는 과거에 가깝다. 아이돌 가수들이 가창력과 관련해 4초가수니 5초가수니 하는 비판여론이 몰리던 시점에 때마침 3단고음의 ‘좋은 날’이 나왔다. 타이밍의 승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적어도 가수에게는 가창력이 전가의 보도임을 확인한 것이다. 아무리 화려한 군무와 비주얼이 중요하다지만 옛날에 그랬듯이 노래를 잘하면 통한다는 사실이 아이유 대세의 메시지였던 셈이다.

과거는 흘러가지만 놀랍게도 다시 돌아온다. 특히 문화적 흐름은 순환이 기본임을 역사는 반복해서 증명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이 독점일 때 1970년대의 포크송과 록이, 1980년대의 발라드가 새로운 세대와 접목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1980년대 ‘댄싱 퀸’ 김완선이 돌아와 집중세례를 받는 것 같은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게 2011년 음악계다.


중요한 것은 세 가지 과거의 재림 흐름이 K팝과 대립하는 상황, 충돌하는 양상으로 파악해서는 곤란하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거대 기획사들이 아이돌 음악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돌입한 것은 내수시장에서는 한계에 부딪힌 데 따른 불가피한 전략의 측면이 없지 않다.

한류가 해외에서 아무리 혁혁한 성과를 거두더라도 정작 한국의 음악시장이 온전하지 못해서는 장기화를 꾀할 수 없다. 내수시장이 든든해야 다양한 콘텐츠들을 끊임없이 바깥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니까.

인디음악의 부상이 현상이랄 것까지는 아니지만 올해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성공한 인디 밴드도 나왔다는 것 또한 내수시장의 건강지수를 높여 주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문제는 ‘돌아온 과거’가 얼마나 오래가겠느냐는 점이다. 사실 세시봉은 상반기가 넘어서면서는 현저히 관심이 쇠퇴했다. 이런 게 불안하다.

방송이 주도한 흐름은 일회성에 그친 경우가 많다. 음악계는 내년도 대중이 음악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방법 개발에 골똘해야 한다. 잘되면 2011년은 새천년 들어 변화의 기틀을 마련한 의미있는 한해로 기록될지 모른다. 내년이 기대된다.

글·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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