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농협중앙회의 신경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농협이 ‘농업인생산자협동조합’이란 정체성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시작되었다. 생산자협동조합의 제1목표는 농민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팔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종합농협 체제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은행업 중심으로 운영해 판매사업을 활성화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협동조합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는 회원조합의 의견을 반영하여 운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은행사업의 수익을 가지고 회원조합을 통제하며 나아가 회원조합의 민주적 운영을 가로막았다. 농업계와 학계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첫걸음으로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를 주장했던 것이다.
이번 농협법 개정은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진정한 조합원의 농협, 국민의 농협으로 탈바꿈하여 농협의 정체성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농협 백년대계의 주춧돌을 놓았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런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비판을 극복해야 한다. 즉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실행해 갈 때 ‘민주적 운영’과 ‘경제사업 활성화’라는 두 가지 ‘열쇳말’을 항상 되돌아보아야 한다.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경제사업 활성화이다. 구체적 계획을 수립해 경제사업 체질을 개선하여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다만 농협 경제사업의 목표를 경제지주회사의 수익성 극대화로 잡아서는 곤란하다. 협동조합은 원칙적으로 조합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운영해야 한다. 따라서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는 농민조합원과 일선조합, 중앙회가 협력하는 사업시스템을 만들고, 성과를 공유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조합원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운영을 민주화해야 한다. 중앙회와 경제지주뿐만 아니라 일선조합에 대해서도 조합원의 참여 통로를 확대하고, 대의원과 임원 등 협동조합 지도자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교육사업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형식적으로 보면 농협은 단지 하나의 협동조합 조직일 뿐이다. 그럼에도 농협의 진로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농협이 차지하는 특수한 위치 때문이다. 농협은 농업 관련 각종 활동의 절반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농업계의 가장 큰 조직이다. 농협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협은 또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농산물과 식품을 다루고 있고, 관련 도소매 유통에서 민간 기업을 견제하는 등 국민 생활에 깊이 연결되어 있다. 농협은 ‘국민농업’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협동조합 사업을 발전시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번 농협법 개정은 농협과 농업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첫걸음일 뿐이다. 법의 취지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도록 농협의 임직원과 관계자들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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