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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얼마 갈지는 몰라도 당장의 방송 프로의 대세는 오디션 프로들이다. 유선방송 엠넷에서 <슈퍼스타K>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슈퍼스타K2>가 유선방송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프로의 시청률을 상회하는 대박을 친 뒤 MBC가 <위대한 탄생>과 <나는 가수다>를 터뜨리면서 한국은 오디션 형식의 프로들에 포박되었다.

KBS는 <불후의 명곡2>로 응수한 데 이어 밴드의 오디션 프로인 <톱 밴드>를 기획했고 MBC는 지난 추석에 <나는 트로트가수다>를 특집 편성, <나는 가수다> 열풍을 이어 갔다. 아무튼 뭐 하나 유행이 생기면 다들 떼 지어 몰려가는 이 ‘너도나도 우르르’ 질병 하나만은 알아줘야 한다. 오디션 프로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두말할 것 없이 사람들이 많이 보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의 가공할 파괴력을 증명하듯 오디션 프로 출연자들도 엄청난 덕을 보고 있다. <나는 가수다>로 전성기를 맞이한 가수 김범수와 박정현은 행사 출연료가 3배나 껑충 뛰어올랐고 ‘여러분’의 임재범은 전국적 토픽 인물로 비상했다.



<톱 밴드>에 출연한 밴드들이 홍대 라이브클럽 무대에 서면 들어갈 자리가 없을 만큼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밴드들은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클럽 공연에서 20명 남짓 팬들의 박수를 받을 뿐이었다. 그야말로 밴드 입장에선 천지개벽, 상전벽해의 상황이다.

오디션 방송프로가 이처럼 뜬 것은 먼저 출전자 간의 경쟁이 불러일으키는 긴장감이 시청의 집중을 부르기 때문이다. 몇 위냐, 통과냐 탈락이냐의 순간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살 떨리게 만든다.

<나는 가수다>의 경우는 현재 인순이, 장혜진, 김윤아, 바비킴, 윤민수, 조관우, 김경호 등의 특급가수들이 나오니 보통 재미있는 게 아니다. 이렇게 유명한 가수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경쟁시키는 것은 한국의 방송프로밖에 없다. 미국 같으면 출연료 때문에라도 엄두를 못 낸다.

시청자는 오디션 프로들을 통해 무엇보다 ‘노래를 듣는’ 즐거움을 회복했다. 이런 프로가 생기기 전까지 시청자들은, 특히 기성세대는 아이돌 그룹의 ‘춤만 봐야 하는’ 것에 단단히 정나미가 떨어져 있었다. 이를테면 오디션 프로와 함께 ‘가창 미학의 재림’이 이뤄진 셈이다. 또한 알려진 노래를 새로운 편곡을 통해 접하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다.

더 중요한 것은 왕년의 대중가요 수작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박정현이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부르지 않았다면 이게 조용필 노래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윤복희의 ‘여러분’, 남진의 ‘님과 함께’, 신촌블루스의 ‘골목길’ 등도 마찬가지. 김범수와 박정현의 부상이 웅변하듯 우리는 오디션 음악프로를 통해 아이돌 그룹에 빠져 있던 동안 경력 10년이 넘는 중견가수들이 얼마나 소외를 당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쉬운 것은 노래가 전형적인 놀이임을 전제할 때 오디션 프로에 비친 음악행위는 다소 비정하다. 떨어져도 즐거운 KBS의 <전국노래자랑>같이 하면 안 될까. 게다가 시청자들은 재미날 줄 몰라도 출전자와 직업가수들은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오디션 프로가 당장은 절정이지만 그만큼 한계도 뚜렷하다.

글·임진모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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