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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정재형의 영화 속 영웅이야기 "울지마 톤즈"





이 시대의 영웅상은 어떤 것일까? 영화 속에 나오는 무수한 영웅들, 특히 고대 헤라클레스 같은 초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영웅들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보다는 서민적인 영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영화속 영웅상도 시대를 따라간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그 많은 영웅상 가운데 최근 영화 <울지마 톤즈>에 등장한 고 이태석 신부 같은 이는 최근 변화된 현대 영웅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현대인의 문제는 물질만능주의 속에서 인간이 갈수록 이기적으로 변해 간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자기를 희생하고 남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는 점점 신화가 되어 가는 실정이다. 이태석 신부는 48세의 짧은 생을 살다 간 사람이지만 그의 헌신성은 이제 시간을 초월하는 영웅적인 삶이 되었다.




작년부터 올해에 이르는 시기 동안 한국 사회에서 이 영화만큼 화제를 불러일으킨 사건도 없었다. 그 어떤 내로라하는 감독의 영화보다도 이 다큐멘터리 속에 등장한 이태석 신부의 삶만큼 관객들을 감동시킨 영화는 없었다.

이 한 편이 가져다준 기적은 앞으로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까지도 제시해 줄 정도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착한 점은 내용이 진지하다는 것이고 소중하다는 것 때문이다. 다른 그 어떤 이유도 아니다. 오로지 이태석 신부라는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관객들의 반응은 아이러니하다. 이 영화가 특히 지금 시대 한국에서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의 위대함보다는 관객들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관객들이 눈물을 흘린 이유가 이태석 신부와 자신의 삶을 비교하고 돌아본 후 타락한 자신에 대한 준열한 비판의식에서 나온 눈물이었으리라는 추측 때문이다. 눈물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상대방이 너무 애처로워 우는 경우와 자신의 처지가 불쌍한 나머지 스스로의 설움에 겨운 눈물이 그것이다. 이번은 후자에 해당한다. 관객 자신이 철저히 잘못 살아왔다는 반성의 눈물인 것이다. 물질적 행복만을 추구하다가 이제 살 만하니까 자신이 이뤄 논 일이 하나도 없다는 자책감과 허무감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측은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관객들의 이런 감정은 가톨릭에서 말하는 고해성사와 흡사해 보인다. 관객들은 이태석 신부의 성스러운 삶에 감동받은 나머지 마음속으로 조용히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고 참회의 눈물을 흘린 것이리라. 그 순간 잠시나마 관객들의 마음은 순도 있게 정화되고 순수해졌을 것이다.

이태석 신부의 희생적인 삶은 하와이 한센인들과의 삶 속에서 선종한 벨기에 신부 다미안과 다를 바 없으며 역시 아프리카에서 선술을 펼친 의사 슈바이처의 길을 따라간 것이다. 그들의 원조는 물론 예수나 석가와 같은 성인의 길일 것이다.

현대의 영웅 이태석 신부는 조용히 행동하는 지성이었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일을 묵묵히 실천하는 영웅, 그게 <울지마 톤즈>가 확인시켜 준 이 시대 새로운 영웅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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