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은퇴자 K씨. 60세에 평생직장에서 물러났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2, 3년 전부터 골똘히 생각해 왔건만 뚜렷한 답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 이제 답을 얻었다.

더 이상의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모든 일을 포기하자. 그러나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 일거리는 계속 찾자. 그러려면 봉사하는 일자리가 좋지 않을까. 알게 모르게 제 잇속부터 챙기며 살아온 인생, 이제 돈벌이까지 포기한 이상 기왕이면 이타적으로 살면 좋지 않을까. 이것이 인생 2막의 길이 아닐까.

제일 고민한 것은 수입이 없어졌으니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였다. 그는 그가 가진 것을 점검해 보았다. 집 한 채와 약간의 예금, 적금이 전부였다. 생활비 등이 얼마나 들까도 예상해 보았다. 이제는 자식들 교육비가 들지 않으니 두 내외가 먹고사는 데는 그다지 큰 돈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렇다면 생활비 등을 더 벌기 위해 굳이 경제적 일자리를 찾을 것인가. 찾고자 한다면 못 구할 것도 없다. 일생 구축해 온 인맥이나 자신에게서 덕 본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면 설마 나 몰라라 할까. 그러나 그렇게 해 보았자 몇 년이나 더 하겠나. 그 후엔 또 지금과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계속 생활비를 벌며 생활한다면 내가 죽은 다음 남는 재산은 누구에게 가느냐이다. 보나 마나 자식들에게 상속되겠지. 그렇다면 나는 결국 자식들에게 더 많은 것을 상속해 주기 위해 돈벌이를 계속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닌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순간, ‘이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자식들 교육시키랴 먹고살랴 얼마나 뼈 빠지게 일해 왔던가. 진실로 나를 위한 시간을 찾아본 적이 있었던가. 물론 전혀 없지는 않지만, 현실은 나를 그냥 놔두질 않았다. ‘이제 나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 당신을 위한 시간을 찾으세요’라는 어느 분의 말이 문득 생각났다.

그래서 결심했다. 살아 있는 동안 예·적금을 조금씩 찾아서 쓰자. 그것이 모자란다면 집 한 채 남은 것으로 역모기지에 가입하자.

매달 조금씩 찾아 쓰고 나중에 남는 것이 있으면 그것만 상속해 주자. 모름지기 자식들이 자립심을 길러 스스로 살아가게 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 아니던가. 그는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몇푼 되지 않는 돈벌이를 위해, 그것도 자식들에게 더 많은 것을 남겨주기 위해 또다시 나를 버리고 일에 빠질 것인가. 참 무상한 일이라는 슬픔이 다가왔다.

그렇다. 이제 그 무게를 내려놓자. 이제 돈벌이 부담 없이 마음껏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죽자. 그리고 기왕이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다가 죽자. 원래 우리의 삶이 그런 것 아니었나. 자기실현과 세상에의 기여, 그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지금 그런 나이가 되지 않았는가.

사람마다 형편이 다를 것이다. 은퇴 후에 집 한 채는커녕 하루 세 끼도 어려운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나마 나는 집 한 채라도 있는 가진 쪽에 속한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된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젠 실행할 때다.

글·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대표)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