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K팝의 글로벌시장 진출이 주는 긍지는 취해도 되고, 그 쾌감은 누릴 만하다. 늘 외국 대중음악을 받기만 하던 처지에서 우리 가수들의 음악을 외국인들이 따라 부르는 역전의 상황을 목격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K팝 주도의 한류는 실로 ‘단군 이래 최대의 문화적 쾌거’다.
이 부분을 공감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 못지않은 다수의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경계심을 표한다. “K팝이 과연 오래갈까요?” “아무래도 미디어를 통해서 과장된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조그만 상황을 크게, 마치 대단한 열풍인 양 보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회의와 우려의 시각은 특히 기성세대에서 두드러진다.
이유도 분명하다. “아이돌 댄스 음악이 국내에서도 주류지만 기성세대는 거기에 어느 정도의 반감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외국의 어른들도 그렇지 않을까요? 당장은 지켜보지만 K팝이 요란한 춤과 비주얼로 이뤄진 것을, 그리고 자기 자녀들이 그런 음악에 빠져 있는 것을 맘에 들어 할까요? 이 대목이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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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확산 가능성을 믿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과연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시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는 지난해 여름 후지TV 앞에서 반(反)한류 시위가 있었듯 한류 콘텐츠에 대한 안티 흐름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바퀴벌레, 소녀시대·카라·동방신기를 일본에서 쫓아내자”는 시위 피켓이 내걸린 것은 충격적이며 불안하다.
이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음악 관계자들은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 장르의 다양성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하지만 말이 쉽지 다양한 스타일의 노래가 바깥으로 나가 실적을 거두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K팝 열풍이 현상(phenomenon)이고, 10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가 중심에 서서 열기를 드러내는 호응이라야, 다른 말로 ‘팝 히스테리’를 전제해야 이른바 현상의 모양새가 확립된다.
여기서 현실적으로 K팝이 10대와 빠르게 섞일 수 있는 춤의 요소를 배제하거나 도외시하기기 어려워진다. 이것은 현상의 초기에는 댄스를 강조한 음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섣불리 다양한 장르를 외치다가 도리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효과적인 방법은 K팝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10대 중심이라는 점을 확고히 한 상태에서, 즉 아이돌 댄스음악의 테두리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 변화를 기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K팝이 대형 기획사의 상품적 색채에 포박되어 있다는 점이다. K팝 가수들은 한마디로 자기표현이 없다. 아니 자기표현을 하기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모든 음악과 댄스를 기획사가 주도적으로 공급한다. 가수들은 ‘춤 연기자’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태를 진화시켜 주는 작업이 당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아이돌 가수의 이미지를 갖고 있되 자신의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음악을 표현할 줄 아는 그런 가수를 찾아내야 한다. 가령 걸 그룹이라도 기획사의 상품이라는 느낌보다는 자신들이 콘텐츠를 꾸려 가는 인상을 던져 주는 팀이면 좋을 것이다. 말하자면 ‘실력파 아이돌’이라고 할까.
퀄리티 승부를 이런 방향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후에 장르가 확연히 다른 싱어송라이터 음악, 록밴드 사운드, 재즈음악을 요청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시급한 것은 가수의 자기표현 음악이다. ‘아티스트 아이돌’의 시대를 기대한다.
글·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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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