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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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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을 보려면 어둠이 가시기 전에 일어서라 
 

새해가 서설(瑞雪)로 시작됐다. ‘눈폭탄’으로 변해 고생스럽긴 하지만 백호(白虎)의 해인 경인년에 어울리는 폭설이다. 2009년 초는 정부의 비상경제체제 선포로 시작했다. 과거 외환위기를 경험한 우리에게 대공황에 버금간다는 세계 경제위기는 공포 그 자체였다. 비상경제상황실이 청와대 지하벙커에 설치될 때만 해도 언제 비상경제가 끝날 수 있을지 암담했다.

위기는 기업인에게 익숙한 일이다. 시가총액으로 세계 1위 기업인 GE를 20년 동안 이끌었던 잭 웰치 회장은 특히 위기관리에 뛰어났다. 그의 저서 <위대한 승리(Winning)>의 ‘위기관리’ 편에는 위기 때 해야 할 5가지 실행전략이 제시돼 있는데, 그 첫 번째가 ‘문제를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심각하다고 생각하라’이다. 그의 전략에 의하면 1년 전 글로벌 경제위기에 직면한 정부의 대응은 첫 단추부터 잘 끼운 셈이다. 금융위기에 웬 지하벙커냐는 비아냥거림도 있었지만 좀 지나친 듯한 대응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

우선 국정을 맡은 공무원들에게 전대미문의 경제 불황에 따를 위기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국가 경제를 책임진 최고위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음으로써 외환위기 때 나타났던 부처 간의 이해부족과 갈등을 줄이고 시급한 사안에 대해 신속한 의사결정도 가능케 했다.
 

그 결과 어느 나라보다도 신속하게 위기 대응책을 수립하고 이를 집행토록 함으로써 큰 폭의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었다. 지난해 당초 -2퍼센트대의 경제성장률을 전망했으나 이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신속한 정책 집행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10년 전의 외환위기 경험도 톡톡히 백신 노릇을 했다. 정부의 신속한 국제공조를 통한 외환 확보,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BIS) 높이기, 기업의 든든한 재무구조 유지 등은 외환위기를 통해 터득한 값비싼 교훈들이었다. 고용시장에서도 정부의 고용정책이 큰 기여를 했다.

희망근로나 인턴 등을 통해 30만 개 이상의 임시직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성장이 멈춘 상태에서도 일자리 감소를 7만여 개로 막을 수 있었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 일자리가 일시에 1백50만 개나 줄어든 것에 비하면 선전(善戰)한 셈이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있다. 비상경제체제를 가동하면서 강조한 규제완화와 공기업 개혁, 노사관계 선진화 등 국정쇄신이 계획한 대로 추진됐는지는 의문이다.
 

공기업 개혁은 경영진을 교체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민영화 내지 경영의 효율성 향상은 두고 봐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규제완화는 많은 부문에 진전이 있었다고 하지만, 정작 핵심 분야의 덩어리 규제는 별 변화가 없다. 의료나 교육 분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은 이익집단의 반대에 부딪쳐 그대로다.

일출을 보려면 어둠이 가시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아직 위기국면이 마무리된 건 아니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는 지금부터 해야 한다. 작금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마무리될 때면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맞게 될 것이다. 저탄소경제로의 이전은 새로운 산업의 부상(浮上)을 예고하고 있다. 각 분야에서 세계시장의 선두주자로 올라선 한국의 주력 기업들은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 하는 선두기업의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위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기보다 미래를 선점하기 위한 대반격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새롭게 부상하는 시장에 대응하며,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선두기업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투자에 우리의 시간과 노력을 집중하는 일이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 한층 시급한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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