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막론하고 중도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전통적인 좌파나 우파의 논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진보가 오늘의 수구가 되고 오늘의 보수가 내일의 진보가 되는 급격한 변화의 와중에서 국민의 복리를 챙기려는 정부라면 이념적 순수성을 내세우기보다는 과거 좌파와 우파 정책을 넘어 이를 비판적으로 통합한 미래지향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영국에서 시작한 유럽의 신(新)중도 바람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상은 모두 이러한 급진적 중도(Radical Middle)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 근현대사를 돌아보면 성리학적 근본주의나 명분론이 지배해온 탓에 중도실용파의 입지가 극히 좁았다. 왕이 상복 입는 기간을 몇 년으로 할 것이냐를 둘러싼 예송논쟁이나 저무는 명나라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떠오르는 청나라를 공격해야 한다는 북벌론은 성리학적 원리주의가 남긴 폐해를 잘 보여준다. ‘공장 점거로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시대에 뒤진 노동계의 전략으로 전쟁터가 된 쌍용차 공장의 풍경과 대비돼 “오랑캐의 것이라도 민생에 도움이 된다면 받아들이자”고 주장한 북학파의 용기가 새롭게 읽힌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에 충실하되 민생안정과 사회통합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탈이념적이고 실용적으로 찾는 정책노선이다.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이념논쟁을 지양하고 명분론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국민 복리를 향상시키고 민생을 챙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혹자는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론이 느닷없는 방향 전환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본래의 출발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 대표 성과인 대중교통체계 개선과 청계천 복원사업은 전형적으로 중도실용적인 것이었다.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에도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한편, 함께 사는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성숙한 자유와 조화로운 통합’을 내용으로 하는 ‘중도실용’의 정신이 잘 구현돼 있다.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론은 수구적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며 개방적인 진보를 아우르는 포용력을 가진 보수를 의미한다. 과거의 가치로 보면 보수와 진보는 서로 갈등적이다. 그러나 미래지향적 관점에 서면 전통적 보수와 진보는 모두 포용하되 생산적으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정책체계 사이에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정책과 외부환경 변화와의 괴리를 해소하는 방법을 창조적으로 모색하는 일은 중도실용론의 핵심 중 핵심이다. 가령 성장이냐 분배냐의 이분법 대신 성장을 토대로 두 가지 이질적 요소를 통합하는 정책이 가능하며(휴먼뉴딜), 성장이냐 환경이냐의 이분법 대신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정책으로 통합할 수 있다(녹색성장).
개인의 존엄성이 사회적으로 보장되어 온 국민이 최소한 중산층의 삶을 누리는 안정된 항아리형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창조적이고 실용적인 사고를 필요로 한다.
또한 경제성장과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가치 보존을 조화시키고, 환경과 성장 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사회갈등을 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승화시키려면 지역, 이념, 계층을 넘어 국민 다수를 포용하고 대표하는 통합의 정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집행에서 분명한 가치지향과 창의적인 정책의 결합이 핵심적이지만, 동시에 명분이나 학벌보다 장인정신과 실질을 숭상하는 실용적인 가치지향이 국민의 생활 속에 자리 잡아야 한다.
이재열 서울대 교수·사회학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