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

바람 부는 날이면, 바람 불어 내 마음도 마구 그대에게로 쏠리는 날이면 순천만 갈대밭으로 달려갑니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 시인의 등단작 중 하나인 ‘갈대’를 떠올리며 70만 평이 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넓은 순천만 갈대숲에 몸을 숨깁니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이었던 순천만 갈대밭은 세계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우리 모두의 자랑이지요.
갯벌을 포함한 면적이 800만 평 넘을 정도로 경제적 가치 또한 무량한 곳이자 지난 1월에는 세계 5대 연안 습지 중에서 최초로 ‘람사협약’에 등록될 정도로 생태계의 소중한 보고이지요.    
갈대밭과 갯벌은 온갖 희귀 철새들의 안식처이자 뛰어난 정화능력을 가진 ‘자연의 콩팥’입니다. 사시사철 장엄한 갈대밭을 대하는 순간 몸과 마음은 완전히 무장 해제되고 말지요.
해마다 가을이면 자꾸만 쓸쓸해지는 마음에 보드라운 비질을 해주고, 봄이면 어미 갈대들이 여린 마음의 뼈를 추켜세워 줍니다.
키 큰 갈대밭 속으로 5미터 정도만 들어가면 그 누구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숨바꼭질이 있을까요.
그러나 가릴 수 있는 것은 내 몸일 뿐,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는 마음이야 어찌하겠는지요. 서산의 붉은 노을 바람이 불어오면 갈꽃들이 쏠려도 자꾸 그대를 향하여 쏠립니다.
아무래도 나는 그대의 도래지.
우리는 모두 철새처럼 한 철 머물다 떠나는 누군가의 여인숙입니다.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