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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태평양 건넌 도산안창호함 K-잠수함 원해작전 시대 열다

6월 3~4일(현지시간) 캐나다 서부 해상에서 실시된 한·캐나다 해군 연합훈련에서 한국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KSS-Ⅲ·3000톤급)과 호위함인 대전함(FFG·3100톤급), 캐나다 해군 호위함인 오타와함(FFH·4000톤급)이 전술기동을 하고 있다. 사진 해군

햇빛조차 닿지 않는 태평양 바닷속을 대한민국 해군의 3000톤급 잠수함 한 척이 조용히 미끄러지듯 항해했다. 수면 위를 오가는 선박도, 하늘의 항공기도 존재를 감지하지 못했지만 언제든 전략적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대한민국 해군의 핵심 자산인 ‘도산안창호함(KSS-Ⅲ)’이다.
최근 도산안창호함이 태평양 횡단에 성공하며 한국 잠수함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도산안창호함은 3월 25일 경남 진해군항을 출항해 미국 괌과 하와이를 거쳐 약 1만 4000㎞를 항해한 끝에 5월 23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의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입항했다. 해군은 이번 항해를 통해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이 수천㎞ 떨어진 원해에서도 작전을 수행하고 안정적으로 전개가 가능함을 입증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일정에서 도산안창호함은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훈련에 참가해 양국 해군 간 상호운용성을 점검했다. 특히 ‘차세대 잠수함 도입사업(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CPSP)’을 추진 중인 캐나다 해군 관계자들이 직접 승함해 K-잠수함의 운용 개념과 성능을 확인하는 기회도 마련됐다.

국내 기술로 만든 첫 3000톤급 잠수함
대한민국 해군의 한국형 잠수함(KSS) 사업은 1987년 장보고급(KSS-I)을 시작으로 2000년 손원일급(KSS-Ⅱ)을 거쳐 2004년 착수한 KSS-Ⅲ 사업으로 발전해 왔다.
KSS-I은 독일 기술을 기반으로 1200톤 장보고급 9척을 전력화했고, KSS-Ⅱ에서는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적용한 1800톤급 손원일급 9척을 확보했다.
전환점은 KSS-Ⅲ 사업이다. 해외 설계에 의존했던 이전 사업과 달리 국내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한 첫 3000톤급 잠수함이다. 우리나라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소수 국가만 보유한 잠수함 독자 설계·건조 능력을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KSS-Ⅲ 사업은 ‘Batch-I’과 ‘Batch-Ⅱ’로 나눠 추진되고 있다. Batch-I은 도산안창호함, 안무함, 신채호함이 포함된다. Batch-Ⅱ는 해군의 첫 3600톤급 잠수함인 ‘장영실함(SS-087)’으로 2025년 10월 진수식을 가졌다. 장영실함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향상된 전투체계 등을 적용해 잠항 능력과 작전 지속성을 더욱 높인 것이 특징이다.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도산안창호함에 편승한 캐나다 해군이 6월 3일(한국시간) 우리 해군 승조원으로부터 장비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뉴시스

세계 7번째 SLBM 운용국 만든 핵심 플랫폼
도산안창호함은 KSS-Ⅲ Batch-I 사업의 선도함으로 잠수함 수직발사체계(K-VLS)를 국내 최초로 탑재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를 통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운용이 가능해졌으며 우리나라는 2021년 SLBM 수중 발사 시험에 성공해 세계 7번째 SLBM 보유국 반열에 올랐다.
전투체계와 소나(음파탐지기) 등 핵심 장비도 대부분 국산화했다. 국산화율은 약 76%에 달한다. 안정적인 부품 공급과 유지·보수(MRO)가 가능해졌고 해외 수출 시에도 운용·정비 패키지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도산안창호함은 길이 83m, 승조원 약 50명이 탑승할 수 있다. 수중 최대속력은 20노트(약 37㎞/h)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무장은 중어뢰와 자항기뢰(스스로 항해할 수 있는 기뢰), 순항유도탄, 탄도유도탄 등이다.
특히 국산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공기불요추진체계를 탑재해 스노클(수면 바로 아래에서 공기를 흡입하며 엔진을 돌리는 것) 사용을 최소화했다. 외부 공기를 흡입하지 않고도 장기간 잠항이 가능해 적에게 탐지될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

원팀으로 캐나다 수주전 노린다
은밀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도 폭넓게 적용됐다. 함체 외부에는 음향 코팅재를 적용했고 내부에는 진동 저감 기술을 도입해 음향 스텔스 성능을 향상했다. 또 합성 신호처리 기술을 활용해 통합된 상황인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대잠전(바닷속에 숨어 있는 잠수함을 찾아서 잡는 전투)과 대수상함전(적 함정을 상대로 수행하는 전투)에서 유리하게 설계됐다. 장기 작전을 고려해 개인 공간과 편의시설을 갖췄으며 여성 승조원을 위한 독립된 구역도 있다.
현재 캐나다는 최대 3600톤급 차세대 잠수함 획득사업(CPSP)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KSS-Ⅲ Batch-Ⅱ를 앞세워 독일 TKMS와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HD현대중공업도 잠수함 유지·보수와 기술이전, 승조원 교육체계 구축 등을 지원하며 ‘원팀 전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약 4700억 원 규모의 KSS-Ⅱ(손원일급) 잠수함 성능개량 사업을 수주하며 전투체계와 소나 등 핵심 장비 현대화 역량도 입증했다. 포르투갈·페루 등 해외 잠수함 공동개발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태평양 횡단은 단순한 원양 훈련이 아니라 K-잠수함의 해외 수출 경쟁력을 입증하는 무대였던 셈이다.

백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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