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미국 턱밑까지 추격한 중국 AI의 전략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이젠 미국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Moonshot AI)’가 7월 17일 차세대 모델 ‘키미 K3’를 공개하자 시장에서 나온 반응입니다. 중국의 AI 굴기가 전 세계에 잇따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 중국 AI 기업 ‘딥시크(DeepSeek)’가 미국의 AI 모델보다 낮은 비용으로 고성능의 모델을 내놓아 시장을 흔든 데 이어 중국이 또다시 AI 굴기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힌 데다 가격경쟁력까지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 놀라게 한 중국의 AI 굴기
문샷AI가 공개한 키미 K3는 쉽게 말해 미국 최고 수준의 AI와 맞먹는 성능을 내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한 모델입니다. 일단 K3는 ‘뇌’가 대단히 큽니다. AI가 얼마나 똑똑한지를 가늠하는 척도인 ‘매개변수(파라미터)’가 2조 8000억 개나 됩니다. 매개변수란 AI가 학습을 통해 조정하는 값의 개수입니다. 쉽게 말하면 AI의 뇌 속 ‘뉴런 연결 수’와 비슷합니다. 숫자가 많을수록 더 많은 정보를 담고 더 복잡한 내용을 학습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2020년 출시된 미국 오픈AI의 ‘챗GPT-3’ 경우엔 매개변수가 1750억 개였습니다. 중국 딥시크의 대표 모델인 ‘딥시크 V3’는 6710억 개였고요. K3의 전작인 ‘키미 K2’는 1조 개였습니다.
실제 성능 테스트에서도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 코딩 실력을 겨루는 시험에서는 88.3점을 받았습니다. 오픈AI의 최신 모델(GPT-5.6 Sol)이 받은 88.8점에 근접했고,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5’가 받은 84.6점을 앞질렀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답을 찾는 능력이나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에서는 오히려 두 미국 모델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AI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관인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종합 순위에서는 클로드, GPT에 이어 3위에 올랐습니다.
가격경쟁력도 눈에 띕니다. K3를 이용하는 비용은 100만 토큰(대략 책 한 권 분량의 글자 수)당 입력 3달러, 출력 15달러입니다. 질문을 입력할 때 3달러, AI가 답변을 생성해서 출력할 때 15달러가 든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격은 보통 소비자가 아닌 개발자나 기업이 AI를 가져다 쓸 때 내는 API 요금, 즉 도매가를 말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챗GPT나 제미나이의 월정액 구독료와 달리 쓴 만큼 내는 종량제 방식이죠.
같은 중국산 AI인 딥시크보다는 10배 넘게 비싸기 때문에 ‘최고의 가성비’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미국 최상위 모델인 ‘GPT-5.6 Sol’(입력 5달러, 출력 30달러)보다는 절반가량 저렴합니다.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춘 AI를 더 낮은 비용에 쓸 수 있는 셈입니다.
이번 키미 K3 공개로 그동안 ‘중국 AI는 성능이 부족해서 싼 가격으로만 승부한다’고 여겨지던 인식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격차가 8개월에서 1년 정도 난다고 봐왔는데, 이번 K3를 보면 그 격차가 생각보다 훨씬 좁혀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 미국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공동의장은 이번 K3 발표에 대해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규제가 계속되면 AI 주도권을 중국에 내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오픈웨이트’ 전략으로 미국 추격하는 중국
눈여겨볼 대목은 또 있습니다. K3가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췄으면서도 ‘오픈웨이트’ 방식을 택했다는 점입니다. 오픈웨이트란 AI의 설계도 자체를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아 마음대로 고치고 활용할 수 있게 공개하는 방식입니다. 오픈소스와는 약간 다른데요, 오픈소스가 코드와 학습 데이터, 학습 방법까지 전부 공개해 이른바 ‘레시피 전체’를 공개하는 방식이라면, 오픈웨이트는 완성된 모델 파일만 공개하는 겁니다. 내려받아 쓰거나 손볼 수는 있지만 어떤 재료(데이터)로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레시피는 보여주지 않지만 요리는 내놓는 것’과 비슷합니다.
미국의 선두 모델이 폐쇄형 중심인데 반해 중국은 오픈웨이트 전략 덕분에 후발주자의 한계를 딛고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 AI 기업이 안보나 보안을 명분으로 내세워 자신만 접근할 수 있게 모델을 꽁꽁 걸어 잠그는 경우가 많다면, 중국 기업은 이처럼 AI를 특정 기업의 사유재산이 아닌 누구나 쓸 수 있는 ‘공공 인프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내놓으면서 기업이 AI를 더욱 빠르게 공유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는 겁니다. 다양한 중국의 AI 기업이 서로 공개된 모델과 기술을 가져다 쓰고 개량하면서 발전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미국 국가과학위원회가 낸 ‘과학기술지표 2026’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에서 인정된 AI 우선권 특허 패밀리(같은 발명을 여러 나라에 출원한 것을 한 묶음으로 세는 국제 특허 지표)는 11만 건 정도이고 이 가운데 중국이 낸 특허가 약 75%인 8만 2708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미국은 7584건으로 중국의 약 11분의 1 수준입니다.
또 미국 시장조사 가트너가 펴낸 ‘2026 중국 주요 AI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약 5%에 그쳤던 전 세계 기업의 중국 AI 모델 채택 비율이 내년에는 5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 AI 기술이 이젠 글로벌 AI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긴장한 미국… 더욱 달궈진 미중 AI 패권 경쟁
미국은 당연히 긴장하고 있습니다. 중국 AI의 부상을 단순한 기업 간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입니다.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이 미국의 AI 기술을 탈취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제재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습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최근 문샷AI 등 중국 기업이 수출 통제 대상인 미국산 첨단 칩을 사용했는지, 미국 AI 모델을 무단으로 활용해 자체 모델을 개발했는지 조사에 나섰습니다.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미국 기술 접근과 반도체 거래를 제한하기 위해 수출 통제 명단인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 올리겠다는 방침입니다.
앞서 앤트로픽은 딥시크와 문샷AI, 미니맥스가 약 2만 4000개 계정을 이용해 앤트로픽의 AI 모델과 1600만 건이 넘는 대화를 진행하면서 모델의 성능을 추출(증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8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AI에서 이기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서 “몇 주 안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면 그와 (AI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9월에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AI 의제를 꺼내겠다는 얘기입니다.
로이터통신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이 오는 9월 중국과 AI 고위급 협의를 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AI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성격의 고위급 협의로 관측됩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AI 패권을 놓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두 나라가 앞으로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다만 봉쇄로 우위를 지키려는 미국과, 개방으로 판을 흔들려는 중국의 AI 전략과 셈법이 크게 다른 만큼 두 나라의 AI 패권 경쟁은 앞으로도 팽팽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까진 우세해 보입니다.
송혜진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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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