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반경 500m 이내 가맹점 안 낸다더니…”

김 사장님은 8년째 같은 자리를 지켜온 분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입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맺은 계약서에는 ‘반경 500m 이내에는 동일 브랜드 점포를 출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봄, 가맹본부가 바로 300m 옆 상가에 직영점을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직영점이 생겨도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직영점이 오픈하자마자 점심 매출이 40%가량 빠졌습니다. 단골손님들도 “저기도 사장님이 운영하는 집인 줄 알았어요”라며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내 상권, 법이 지켜주고 있습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 제12조의4는 영업지역 보호와 관련해 가맹본부에 두 가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첫째, 가맹계약 체결 시 계약서에 영업지역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둘째, 설정된 영업지역 안에서는 가맹본부 자신 또는 계열회사의 동일 업종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새로 낼 수 없습니다.
여기서 ‘동일 업종’은 단순히 상호나 메뉴가 같은 경우만이 아닙니다. 수요층의 지역적·인적 범위, 취급품목, 영업형태 등을 종합해 동일하다고 인식될 수 있으면 됩니다. 편의점 가맹점 인근에 계열사 슈퍼마켓이 재개점한 경우에도 법원은 두 업종이 동일하다고 보아 영업지역 침해를 인정했습니다.(부산지방법원 2024. 4. 17. 선고 2023가단333845 판결)
영업지역 침범, 이렇게 대응하세요
가맹본부가 영업지역을 침범했을 때 가맹점주가 쓸 수 있는 권리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계약 해지권입니다. 영업지역 침해는 그 자체로 정당한 해지 사유입니다. 실제로 법원은 가맹본부가 영업지역 보장 특약을 위반해 신규 가맹점을 개설한 경우 가맹본부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를 인정하고 손해배상 의무를 부과했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8. 6. 21. 선고 2016가합106293 판결)
둘째, 손해배상 청구권입니다. 매출 감소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손해배상 청구를 위해서는 ①침해 사실(영업지역 내 출점) ②실제 손해(매출 감소 등) ③인과관계(출점으로 인한 손해임)를 모두 입증해야 합니다.
셋째,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입니다. 가맹사업법 위반을 이유로 공정위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로 이어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확보한 행정 자료는 민사소송에서도 유용한 증거가 됩니다.
‘얼마나 손해봤냐’가 진짜 싸움
침해 사실은 계약서와 직영점 위치만 있으면 쉽게 확인됩니다. 진짜 싸움은 그다음입니다. ‘얼마나 손해를 봤느냐’를 숫자로 증명해야 합니다. 법원은 침해 전후 매출을 비교하고 동일 상권 내 유사 점포 매출 추이, 업계 평균성장률 등을 함께 고려해 손해액을 산정합니다.
법원은 가맹본부의 영업지역 침해로 인한 가맹점주의 매출 감소액 2000만 원을 인정하면서 경험칙상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손해액을 산정한 사례가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2. 10. 12. 선고 2020가단235837 판결)
또한 가맹사업법은 손해액 입증이 극히 어려운 경우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에 기초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금액 입증이 어렵더라도 배상받을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닙니다.
배상을 받지 못한 사례는 대부분 매출 자료가 부족하거나 인과관계 입증에 실패한 경우였습니다. 평소 POS 데이터와 카드 매출 내역을 월별로 정리해 두는 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다른 가맹점이 침범한 경우는 다릅니다
꼭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가맹사업법 제12조의4의 영업지역 보호는 가맹본부(또는 그 계열회사)가 직영점·가맹점을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입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의 수직적 관계를 대상으로 합니다.
따라서 다른 가맹점 사업자가 내 영업지역을 침범하는 경우 가맹본부가 이를 적극 제재할 법적 의무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수원지방법원 2019. 3. 6. 선고 2016가단513957 판결) 내 상권을 침범한 것이 가맹본부인지 다른 가맹점인지에 따라 대응 전략이 달라지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법(法)의 어원을 살펴보면 물(水)이 가는(去)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물은 낮은 곳을 향해 흐르되 막히면 반드시 다른 길을 찾습니다. 가맹점주가 오랜 시간 쌓아온 상권과 신뢰, 그것을 본부가 먼저 허물었다면 법은 그 흐름을 바로잡아줄 수 있습니다.
장영화
기업의 시작과 성장을 돕는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이자 창업 15년 차 기업가.
장변의 돈이 되는 Tip
내 영업지역, 이렇게 지키세요
1. 계약서에 영업지역을 지도로 첨부하세요. ‘반경 500m’처럼 거리로 명시하거나 실제 지도를 첨부해야 분쟁 시 유리합니다. 계약 전 영업지역 표시가 모호하다면 서명 전에 반드시 수정을 요구하세요.
2. 매출 자료는 월별로 보관하세요. POS 데이터, 카드 매출, 배달앱 내역까지 빠짐없이 저장해 두세요.
손해배상 청구 시 매출 자료가 핵심 증거입니다.
3. 본사가 출점 계획을 밝히는 순간 바로 움직이세요. 출점 후에는 가처분을 받아도 이미 진행된 영업을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사전 가처분 신청이 최선의 방어입니다.
4. 공정위 신고와 민사소송을 병행하세요. 두 절차는 별도로 진행됩니다. 동시에 진행하면 행정 처분 결과가 민사소송에서 유리한 근거로 작용합니다.
5. 같은 브랜드 가맹점주들과 연대하세요.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결성하거나 기존 단체에 합류하면 공정위 신고와 본부 교섭에서 협상력이 크게 높아집니다. 혼자보다 함께가 훨씬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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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