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호돌이·김연아 스케이트… 스포츠 역사가 살아난다


국내 첫 국립스포츠박물관 개관
1988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를 기억하는 세대라면 반가울 공간이 문을 연다. 1988년 서울올림픽 추억부터 선수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경기복과 장비까지, 우리 스포츠의 역사와 유산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10월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스포츠박물관이 문을 연다. 2016년부터 10년에 걸쳐 총 384억 원을 투입해 조성됐다.
연면적 1만 733㎡ 규모로 지하 2층부터 지상 4층(옥상 포함)까지 전시실과 교육실, 세미나실, 도서실, 수장고, 사무실, 부대시설 등을 갖췄다. 스포츠가 우리 삶에 남긴 감동과 기억을 공유하는 공간을 목표로 했다.
임시 개관 첫날인 9월 22일 국립스포츠박물관을 찾았다. 상설전시관을 비롯해 아카이브전, 기획전시, 어린이박물관, 도서관까지 둘러볼 곳이 많았다. 상설전시관만 역사관1 ‘역경 속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일깨운 스포츠’, 역사관2 ‘도전과 열정으로 세계 무대를 빛낸 K-스포츠’, 주제관 ‘서울올림픽으로 시작한 스포츠 강국 위상을 전시’ 등 세 곳이다. 전시와 공간을 찬찬히 둘러보려면 4~5시간이 금세 지나갈 만한 규모다.
먼저 2층 주제관 한쪽에 마련된 스포츠스타 아카이브전 ‘박지성, 태극전사의 심장’을 찾았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박지성 선수의 어린 시절 일기장과 생활기록부 등이 눈길을 끌었다. 세계적인 선수의 어린 시절 기록을 직접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본격적인 관람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주제관 앞에는 커다란 호돌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본격적인 전시의 시작이다. 주제관에서는 1988 서울올림픽을 둘러싼 기억을 만날 수 있다. 역대 성화봉을 비롯해 주경기장 성화 인계 장면, 서울올림픽 유치를 이끌어낸 전설적인 순간 ‘바덴바덴의 기적’ 등이 전시돼 있다.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성화가 아테네를 거쳐 제주도에 도착한 뒤 국내를 달렸던 성화 봉송,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라는 구호 아래 펼쳐진 국제 교류의 모습도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주제관 한가운데는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전시물이 있다. 실제 크기로 제작된 소년의 조각상과 굴렁쇠다. 개회식 당시 정적이 흐르는 경기장에 어린 소년이 굴렁쇠를 굴리며 등장해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모습은 지금까지도 서울올림픽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생존을 위한 움직임에서 근대 스포츠로
서울올림픽의 기억을 뒤로하고 역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옛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동물을 쫓았고 창과 활을 사용하며 신체 능력과 생존 기술을 길렀다. 군사 양성과 심신 수양을 위해 무예를 익혔고 놀이를 통해 경쟁과 협력의 가치를 배웠다. 역사관은 이처럼 생존을 위한 움직임에서 출발한 신체 활동이 오늘날의 스포츠로 발전해온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준다.
19세기 말 조선에 들어온 근대 스포츠는 당시 사회 변화와 맞물려 있었다. 조선은 스포츠를 통해 근대화와 부국강병을 모색했고, 서양 선교사와 지식인들은 학교와 YMCA, 구락부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스포츠를 소개하고 보급했다. 과거의 신체 활동은 오늘날의 스포츠와 모습이 달랐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우리 삶 속에 자리 잡았다.
실제 사람 크기의 조각상도 눈길을 끈다. 한반도 최초의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는 모습부터 여성 스포츠의 시작을 보여주는 정구까지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역동적인 조각상 사이를 걷다 보면 근대화 과정에서 새로운 문물로 스포츠를 받아들였던 당시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선수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유물은 스포츠의 역사를 더욱 가까이 느끼게 한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양정모 선수가 입었던 레슬링 경기복과 김연아 선수가 신었던 스케이트 등이 전시돼 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했지만 일장기가 달린 유니폼 때문에 고개를 숙였던 손기정 선수의 기록,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서 사용한 보치아 장비도 만날 수 있다. 국립스포츠박물관에는 지금도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들의 기증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장 밖으로 나온 ‘호돌이’
어른들이 잠시 추억에 잠겼다면 이번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차례다. 당찬 주황색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호돌이가 상모를 돌리며 다양한 글자를 만들어낸다. 호돌이는 1983년 11월 29일 공식 마스코트로 탄생했다. 호돌이 디자인 과정과 함께 하나의 캐릭터가 올림픽의 상징으로 만들어지는 여정을 보여준다.
호돌이 이야기는 경기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1988 서울올림픽 당시에는 우표와 배지, 도자기 등 다양한 기념품이 만들어졌다. 전시장에는 당시 생산됐던 물건들이 남아 있다. 서울올림픽을 기억하는 세대라면 한 번쯤 봤던 물건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스포츠를 눈으로만 보기 아쉬운 관람객을 위한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박물관 순회 체험전 ‘LET’S MOVE: GET ACTIVE SPACE’는 역사와 유물을 바라보던 전시에서 벗어나 직접 움직이고 참여하며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어린이박물관 역시 체험 중심으로 구성됐다. 스포츠를 기록이나 경기 결과로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을 움직이며 스포츠의 즐거움과 가치를 경험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도서관도 빼놓을 수 없다. 약 1만 7000권의 장서로 채워질 도서관은 스포츠 전문서적에 한정하지 않고 지역주민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된다.
국립스포츠박물관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공휴일 다음 첫 번째 평일에 쉰다. 관람료는 무료다. 단체관람
(20명 이상)은 관람일 180일 전부터 하루 전까지 공식 누리집(sportsmuseum.kspo.or.kr)에서 사전예약할 수 있다. 현장학습과 수학여행 등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예약이 조기 마감될 수 있다.
서하나 기자

국립스포츠박물관 김충배 관장
“아이부터 어른까지 생애주기형 박물관 만들 것”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스포츠박물관은 스포츠 유산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포츠가 우리 삶에 남긴 감동과 기억을 공유하는 문화 플랫폼을 지향한다. 신임 관장으로 취임한 김충배 관장에게 국립스포츠박물관이 어떤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지 들어봤다.
다양한 박물관에서 근무했다고. 그 경험을 국립스포츠박물관 운영에 어떻게 접목할 계획인가.
박물관은 전시·유물·연구·교육이라는 네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전시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는 연구와 자료관리, 교육이 박물관의 지속적인 발전을 뒷받침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박물관만의 정체성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획일적인 공간이 아닌, 국립스포츠박물관에서만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관람객이 다시 찾고 싶은 공간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에도 스포츠를 주제로 한 박물관과 전시관이 있다. 국립스포츠박물관으로서 어떤 역할과 차별성을 만들어갈 생각인가.
스포츠를 주제로 하는 박물관은 있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국립박물관의 위상에서 전 세계의 스포츠박물관과 교류·협력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은 없었다. 앞으로 국제적인 교류를 이어가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와 스포츠 관련 협회에서 운영하는 전시관·박물관과도 긴밀하게 협력하겠다.
관람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는 박물관을 만들고 싶은가.
스포츠가 주는 감동은 개인의 삶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국립스포츠박물관이 바로 그런 감동의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다시 소환하는 문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더 나아가 박물관에서의 다양한 체험이 또 다른 감동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 같다.
‘나의 인생과 함께하는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처음 방문한 어린이가 성장해 성인이 되고, 이후 자신의 아이와 다시 박물관을 찾는, 세대를 잇는 생애주기형 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싶다. 이를 위해 체험형 전시를 구상했고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스포츠의 가치와 철학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있다. 도서관 역시 특강과 인문학 강좌 등을 통해 스포츠를 매개로 폭넓은 문화와 지식을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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