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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타이어를 산업용 신발로… “자원순환 지속하려면 필요한 제품 만들어야죠”

폐타이어와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산업용 안전화를 만들어 자원순환에 기여하고 있는 아나키아 임희택 대표. 사진 C영상미디어

아나키아 임희택 대표
대한타이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5년 국내에서 발생한 폐타이어는 약 3000만 개, 무게로는 40만 톤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매년 약 10억 개, 약 2500만 톤의 폐타이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국내에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에 따라 타이어 제조·수입 업체가 재활용 의무를 지는 등 폐타이어의 회수·재활용 체계가 마련돼 있다. 실제 폐타이어 재활용률도 2025년 기준 94.9%로 4년 연속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수치가 재활용되는 모든 폐타이어가 새로운 제품의 소재로 쓰이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국내 폐타이어의 상당량은 시멘트공장 등에서 연료로 활용돼 열에너지로 쓰인다. 일부는 분쇄·가공해 재생원료로 만들거나 재생 카본 블랙으로 활용해 새 타이어 등에 투입된다. 그러나 재생원료를 새 타이어에 사용하는 데는 내구성 등 기술적 한계가 있어 사용량을 크게 늘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
결국 폐타이어를 단순히 처리하거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데서 나아가 새로운 제품의 소재로 되살려 자원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폐타이어가 가진 강도와 내구성, 충격흡수 등의 특성을 다른 제품에 적용한다면 새로운 자원순환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해 폐타이어를 산업용 신발 소재로 되살리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폐가죽과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등을 활용해 신발을 만드는 ‘아나키아’다. 자동차를 달리게 했던 타이어의 물성을 작업자의 발을 보호하는 안전화에 적용해 새로운 쓰임을 부여하고 있다.
임희택 아나키아 대표는 “친환경 제품이니 사달라는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자원순환이 어렵다”며 “어차피 필요한 제품을 재활용 소재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폐자원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제품으로 만들어야 자원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임 대표를 만나 폐자원에 주목한 계기부터 자원순환 사업의 가능성까지 들어봤다.

사진 C영상미디어

환경문제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나.
경남 산청이 고향이다. 여름이면 계곡에서 수영하고 가을이면 코스모스 들판을 뛰어다니며 자연과 가까이 살았다. 그러다 서울에 올라와 한 달 내내 기침을 하면서 지냈다. 환경이 달라지면서 이전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환경오염을 체감하기 시작했고 ‘나만 이런 불편을 느끼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환경문제를 처음 의식하게 됐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는다고 모두 사업을 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시작했나.
2016년부터 서울 성동구 주민자치회 최연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쓰레기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게 됐다. 당시 중국의 재활용쓰레기 수입금지 등으로 국내에서도 폐기물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고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폐기물이 제대로 수거·처리되지 않으면 지역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을 체감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자원 관련 포럼을 찾아다니며 폐기물 문제를 공부했다. 그러다 패션 브랜드와 신발 업계에서 제품을 만들고 판매해온 경험을 돌아보게 됐다. 버려지는 자원을 내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제품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고 직접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마음으로 2019년 ‘아나키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폐가죽에 주목했다고.
신발을 만들고 판매했던 경험을 살려 폐가죽에 주목했다. 처음 창업할 때부터 폐자원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폐가죽을 파쇄하고 가공해 다시 신발이나 지갑 같은 제품으로 만드는 일을 몇 년간 해봤다. 그런데 사업을 이어가면서 가죽만으로는 재활용할 수 있는 물량 자체가 많지 않다는 한계를 느꼈다. 폐자원을 활용했다는 의미만으로는 지속적인 소비로 이어지기 어렵고 자원순환의 규모를 키우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이대로라면 자원순환 사업이 이벤트성에 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으로 주목한 게 폐타이어와 폐플라스틱이었나.
더 많은 폐자원을 활용하려면 발생량이 큰 소재에 주목해야 했다. 폐가죽은 신발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지만 전체 폐기물 규모로 보면 플라스틱이나 고무에 비해 많지 않다. 신발을 들어 보면 가장 무거운 부분이 밑창인 것처럼 어떤 폐자원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자원순환의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플라스틱이나 고무처럼 산업 전반에서 많이 발생하는 폐자원을 어떻게 다시 제품으로 연결할 것인지 고민했다. 특히 폐타이어는 발생량이 많고 기존에는 연료 등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폐가죽에서 멈추지 않고 더 많은 폐자원을 활용하면서도 사람들이 실제로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자원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러 신발 가운데 왜 산업용 안전화였나.
소재의 특성과 제품의 용도가 잘 맞는다고 봤다. 안전화는 작업자의 발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강도와 내구성, 충격흡수 등의 기능이 중요하다. 자동차 타이어 역시 높은 강도와 내구성을 요구받는 제품인 만큼 타이어의 특성을 안전화에 적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안전화는 작업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라는 점도 중요했다. 폐자원을 활용한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꾸준히 사용되는 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적용하면 자원순환의 지속성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폐타이어를 신발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폐타이어는 고무뿐 아니라 스틸과 섬유 등 여러 소재가 복합적으로 들어 있어 신발 소재로 활용하려면 먼저 분리하고 가공해야 했다. 특히 자동차의 하중과 마찰을 견디도록 만들어진 소재라 단단하고 질겼다.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어려웠고 신발에 적합한 형태와 물성을 만드는 방법부터 찾아야 했다. 창업 초기에는 연구개발(R&D)과 제품 인증에 필요한 비용도 부담이었다. 혼자 해결하기에는 기술과 비용 모두 한계가 있었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나.
정부와 관련기관의 지원을 받아 R&D와 제품 인증을 단계적으로 진행했다. 한국폐기물협회 창업 공모전을 시작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 R&D 사업에 참여했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한국환경공단, 한국환경산업협회 등의 지원을 받아 폐가죽과 폐플라스틱, 폐타이어를 활용한 소재와 제품을 개발했다.
안전화는 일반 신발보다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약 5년간 18개 이상의 시제품을 만들며 소재와 구조, 착화감 등을 개선했다. 가장 큰 벽은 인증이었다.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실패하면 투입한 비용을 그대로 잃을 수 있었지만 수차례 실패를 겪으면서도 인증을 받기 위해 3년간 도전을 이어갔다. 결국 국내 안전화 인증에 이어 미국 인증까지 획득했다.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작업자가 안전하고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제품으로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패션 브랜드로 사업을 시작한 만큼 안전화도 사람들이 실제로 신고 싶어 하는 제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존 안전화는 기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디자인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고 봤다. 그래서 ‘워커’ 형태의 디자인에 젊은 감성을 더했다. 다만 디자인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화로서의 기능이다. 외형을 차별화하면서도 안전화에 필요한 성능을 갖추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시장 반응은 어떤가.
개인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과 공공기관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 제품은 500건 이상의 리뷰를 기록하며 높은 평점을 유지하는 등 소비자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 소비자 시장을 넘어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B2B·B2G 시장으로 판로를 넓히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발전 관련기관, 공공기관 등에서 제품의 활용 가능성을 문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소비자 시장에서 제품의 반응을 확인한 데 이어 실제 작업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외시장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했나.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테스트하고 있다. 미국 안전화 인증을 획득한 뒤 현지 판매를 시작해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초기 물량 100개가 모두 판매됐고 온라인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아직 본격적인 수출 확대 단계는 아니지만 국내에서 개발한 친환경 안전화가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는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안전화 시장으로 판매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아나키아가 만들고 싶은 자원순환의 모습은.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넘어 사용이 끝난 제품까지 회수해 다시 활용하는 체계를 만들고 싶다. 안전화를 판매한 뒤 사용이 끝난 제품을 회수해 소재별로 분리하고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폐타이어 역시 자동차 타이어뿐 아니라 자전거 등에서 발생하는 고무 폐기물까지 활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친환경 제품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 아니다. 버려지는 자원이 다시 제품이 되고 그 제품이 다시 자원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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