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제주항을 출발해 푸른 바다와 검은 해안을 따라 걷는 제주올레길 18코스의 종점이 조천읍이다. 조천읍의 큰물포구 일대에는 용천수 주변에 돌담을 쌓아 만든 노천목욕탕 세 개가 미로와 같이 둥글게 이어진 골목들과 어우러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풍긴다.
일요일인 지난 9월 21일 큰물포구와 신촌농협골목 일대에서 조천읍 신촌마을 주민들의 마을잔치가 펼쳐졌다. 해가 중천에 걸린 낮시간, ‘제1회 신촌마을 골목축제’가 열리는 조천읍 신촌농협골목은 입구에서부터 잔치 분위기였다. 솜사탕 장수 앞에 엄마와 아이들이 줄을 섰고, 높이 전신주에 붙은 안내판에 그려진 검정고무신에 새총을 든 까까머리 소년의 모습이 익살스럽다. 이날 골목축제의 부제는 ‘나의 살던 고향은’이다.
신촌리새마을작은도서관 주축으로 개최된 이 축제는 ‘골목’ 중심으로 컨셉트를 잡고 마을주민들의 유년시절 향수를 기반으로 하여 기획에서부터 진행, 염색·한지 등 각종 체험프로그램과 공연까지 주민들이 고루 참여했다. 신촌리새마을작은도서관은 올해 ‘2014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이날 축제는 이러한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하나다.

신촌농협골목에서 큰물포구로 이어지는 골목에 펼쳐진 벼룩시장의 ‘아나바다장터’에는 주민들이 옷가지며 책, 장난감들을 깨끗이 손질해 내놓았다. 주민들이 직접 기른 농작물로 만든 두부, 고춧가루, 말린 가지 등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신촌마을과 인근 마을 작가들은 핸드메이드 소품, 천연비누 등을 내놓았다. 수익은 도서관 기금으로 후원된다.
‘딱지대장 선발대회’에서는 남녀 어린이부터 동네 형들까지 참여해 ‘절대딱지’의 제왕을 가렸으며, ‘못난이 삼형제’ 인형과 레코드판이 있는 별다방에는 잠시 앉아 다리를 쉴 수 있도록 푹신한 소파가 마련됐다. 별다방 옆에는 마을 사람들의 옛날 사진을 모은 추억의 앨범 부스가 열렸다.
동네 걸그룹·어르신들도 무대 올라 ‘즐거운 하루’
노래를 좋아하는 신촌마을 남녀 주민 20여 명으로 지난 4월 결성된 보‘ 리소리 합창단’의 축하공연으로 시작된 이날 공연무대에서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골고루 숨은 실력을 뽐냈다.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하모니카 공연을 했고, 짧은 반바지를 입은 동네 여고생들이 방송댄스로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젊은 시절 “좀 밟으셨다”는 남녀 어르신들이 무대에 올라 남녀 혹은 여여 커플로 능숙한 사‘ 교댄스’를 선보일 때에는 무대 아래가 온통 춤판이 됐다. 가장 뜨거운 환호를 받은 것은 7080식 분장을 하고 디스코를 선보인 마을 아주망들의 써‘ 니’ 공연이었다.
서울에서 온 마을의 청년농사꾼 강한울 씨가 드러머로 참여하는 록밴드 ‘소나무달’의 박력 있는 연주에는 일흔여든 어르신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즐겼다. “모두 잔을 채워라 고기가 익어간다. 오오오~”(제목 <고기 굽는 남자>).
어느덧 해는 저물고 제주에서 활동하는 ‘남기다밴드’가 찬조 출연해 무대를 마무리했다. “지금 옆에 앉으신 분들과 사랑한다는 표정으로 마주보아 주세요.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어요. 그렇게 하고 같이 노래해요. 김현철의 <내 사랑 내 곁에>!”
서로를 바라보는 주민들 사이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옆사람과 함께, 밴드와 함께 부르는 <내 사랑 내 곁에>는 땅거미가 내려앉은 큰물포구 너머로 퍼져나갔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이들은 신촌리새마을작은도서관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만든 신촌마을문화기획단 ‘모드樂’ 회원들이다. 신촌리새마을작은도서관 회장이자 신촌마을문화기획단장인 신현철(48·자영업) 씨는 축제를 마친 뒤 “주민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우리 마을 주민이 1,300명가량인데, 축제에는 외지인까지 2천 명도 더 온 것 같아요. 잔치국수가 1,500인분이나 나갔어요. 마을 삼촌들이 너무 좋다고 매년 축제를 하자시네요.”
20대부터 70대까지 농민, 어린이집 운영자, 미술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신촌마을 주민 13명이 참여한 마을문화기획단은 축제가 끝난 뒤에도 마을 내 체험센터인 ‘빵 굽는 놀이터’를 중심으로 사람 냄새 나는 마을 만들기 활동을 이어가고, 내후년에는 ‘마을지(誌)’도 펴낼 계획이다.
글과 사진·박경아 기자 20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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