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통일부 제작지원작이자 2017년 통일부 배급지원작인 영화 ‘그리다’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남북 분단이 남긴 세 가지 그리움을 담은 옴니버스 영화다. 개봉을 앞두고 연출을 맡은 장호준, 이인의, 박재영 감독을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 왼쪽부터 박재영, 이인의, 장호준 감독 ⓒC영상미디어
세 감독을 만난 날에 ‘그리다’의 언론 시사회가 있었다. 이날 처음으로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본 세 사람은 “묘하게 하나의 영화처럼 통하는 게 있더라”며 입을 모았다. 작업 스타일도, 나이와 경력도 다른 세 사람은 ‘그리다’라는 영화를 계기로 공통분모가 생겼다.
“예고편을 보면서 세 작품이 이질감이 들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긴 했어요. 오늘 정식으로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것을 보고 나니, 의도적으로 만든 것도 아닌데 뭔가 하나로 통하는 결이 있네요.”
‘림동미’를 연출한 박재영 감독이 소감을 말하자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의 이인의 감독 역시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저도 극장에서 제대로 본 것은 처음이에요. 통일부에서 제작지원을 받았다는 사실 말고는 겹칠 게 하나도 없거든요. 시나리오 내용이 비슷한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평양냉면’을 연출한 장호준 감독은 보편적인 감정이 담겼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을 받았다.
“저는 그게 관계라는 보편적인 감정에 있는 것 같아요. 통일과 관계된, 실향민들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큰 개념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길 바라는 부분이 있거든요. 부모와 자식, 부부, 남녀의 보편적인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인 것 같아요.”
영화 ‘그리다’는 2015년 통일부 제작지원작 단편 부문에서 금상을 차지한 장호준 감독의 ‘평양냉면’, 2016년 통일부 제작지원작 중 단편 부문 대상과 중편 부문 금상을 받은 이인의 감독의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과 박재영 감독의 ‘림동미’로 구성돼 있다.
“이북 출신 아버지를 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늘 먹던 냉면을 먹지 못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냉면이라는 매개체가 거기서 나왔어요. 평양냉면의 밋밋한 맛이 어쩐지 가족 간의 관계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요.” (장호준)
‘평양냉면’의 시나리오는 통일부 공모와 별개로 장호준 감독이 진행하고 있던 작업이었다. 평양냉면을 소재로 가족과의 관계를 풀어보고 싶었다는 장 감독은, 부모와의 관계를 짚어보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돌아가시고 나면 드는 사무치는 감정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엄청나게 큰 사건이 생각나는 게 아니고, 말실수한 거나 못되게 군 거 같은 사소한 것들이에요. 없어지지도 않고 계속 생각나요. 이 영화를 보고 부모님에게 조금만 더 용기를 내서 말 한마디라도 잘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어요. 이건 실향민이 아니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하죠.”
장호준 감독은 이번 영화 작업을 통해 통일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깊게 하게 됐다고 한다.
“저는 확장된 개념의 통일을 원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영화를 통해서 구성원들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통일은 필요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 같아요. 경제적인 개념, 확장된 개념의 통일이요. 단순하게 걸어서 다른 나라에 갈 수 있는 개념으로도 통일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보편적인 관계와 감성을 건드리는 이야기
이인의 감독은 과거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에서 실제 실향민을 대상으로 아카이빙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100명 정도를 인터뷰했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작품을 연출하게 됐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1~2주만 하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게 참 좋더라고요.”
실향민을 인터뷰하는 주인공 황 피디는 여자 친구와 이별의 위기를 맞는다. 이 과정에서 할머니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고,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서 남녀 관계에 대해 되짚어본다.
“7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인지 언젠가부터 우리가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타자화시키는 것 같아요. 그런데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 실향민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분단국가라는 사실이 확 와 닿아요. 그들에겐 통일이 훨씬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개념을 계속 연결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 감독은 “고령인 실향민들이 사라지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관심을 가지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영화 찍고 싶은 욕심에 만들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의미가 많이 생겼어요. 좋은 쪽으로요. 모르는 부분을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탈북한 젊은 여성들을 만나서 인터뷰도 하고 작업을 하게 됐는데, 그저 영화를 찍자는 마음으로 접근했던 제 마음을 반성했어요. 통일은 큰 의미가 있는 소재의 이야기라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얻었어요.” (박재영)
박재영 감독의 ‘림동미’는 새터민의 이야기를 담았다. 박 감독은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탈북자가 많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손을 잡고 남한에 내려온 아이가 남한에서 자라 성인이 된 모습은 어떨까 상상하게 됐다고 한다. 여주인공 동미의 이야기가 특수한 이야기가 되는 것보다 일반적으로 그 나이에 고민하는 문제는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영화 작업을 통해 통일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됐다는 박재영 감독은 “탈북민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지만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모르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막연하지만 어렸을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했잖아요. 제가 살아온 40년 동안 그랬어요. 통일은 돼야 해 말아야 해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이념적인 것 때문에 이 오랜 시간 동안 물리적으로 분단돼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교과서적인 이야기 같지만 통일을 봤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영화 ‘그리다’는 보편적인 관계와 감성을 건드리는 이야기다. 비단 통일과 관계된 실향민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말이다.

장호준 감독 ‘평양냉면’- 평생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던 아버지와 그 아버지와 갈등하는 아들이 주인공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가 즐겨 찾던 뒷골목 평양냉면집을 찾아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이인의 감독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이산가족 찾기 프로젝트에서 이산가족 인터뷰 영상을 촬영하는 피디가 주인공이다. 1·4후퇴 직후 헤어진 남편을 찾는 할머니를 인터뷰하던 주인공은 남편을 그리는 애틋한 모습에서 헤어진 여자 친구를 떠올린다.
박재영 감독 ‘림동미’- 어린 시절 탈북해서 남한에서 어른이 된 여성이 주인공이다. 결혼을 앞둔 그녀에게 북한에서 아버지를 만났다는 사람이 나타나고, 이후 아버지를 찾기 위한 고군분투가 이어진다.
10월 26일 개봉
임언영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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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