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미혼모협회 ‘인트리’ 최형숙 대표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기준 전국 미혼모는 2만 3900여 명. 여전히 음지에 있는 미혼모를 감안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세상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거리낌 없이 목소리를 내는 미혼모, 그들을 이끌고 밀어주는 공동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중 변화된 미래를 만들어가는 미혼모협회 ‘인트리’의 최형숙 대표를 만났다.

 

인트리 최형숙 대표

ⓒC영상미디어

인트리는 미혼모와 그의 자녀 그리고 가족의 인권과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권익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미혼모협회다. 2013년 첫발을 내딛은 인트리는 人(사람 인)과 tree(나무)를 합성해 ‘한 사람이 한 아이를 큰 나무로 성장시키고 그 아이로 인해 더 큰 나무로 성장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미혼모의 권리는 아이의 인권’이라는 슬로건 역시 협회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을 명시한다.

“협회 출범 이전부터 몇몇 미혼모들이 모여 여성학을 공부했어요.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다 보니, 또 다른 미혼모에게 공유할 수 있는 그룹 조성을 계획하게 됐죠. 그렇게 시작된 게 인트리입니다.”

협회의 주요 활동은 ▲인식 개선 ▲교육 사업 ▲네트워크 ▲상담 및 위기 지원 ▲제도 개선 등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최형숙 대표는 미혼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식 개선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인트리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려는 캠페인을 펼쳐오고 있다. 일반 캠페인과 방법을 달리해 미혼모 소재의 연극·뮤지컬을 직접 공연하기도 했다.

인트리는 '미혼모의 권리는 아이의 인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인트리는 ‘미혼모의 권리는 아이의 인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C영상미디어

협회는 미혼모를 대상으로 여성학 강좌, 강사 양성 교육 등을 펼친다.

▶ 협회는 미혼모를 대상으로 여성학 강좌, 강사 양성 교육 등을 펼친다. ⓒC영상미디어
 
미혼모 문제 접근 방식 달라져야

최 대표는 “미혼모의 사회 활동 반경이 보이지 않는 틀 안에서 정해져버렸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미혼모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를 지적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인트리는 작지만 꾸준한 교육 사업을 통해 미혼모를 양지로 이끌어내려 한다. 여성학 강좌를 비롯해 성교육, 강사 양성 교육, 당사자 간 멘토링 지원 교육 등이 있다.

혹자는 미혼모 문제에 대해 재정적 뒷받침을 최우선 해결책으로 내밀고 있으나 접근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게 최 대표의 이야기다. 사회복지학적 시각으로 미혼모 문제를 논하는 대다수와 달리 때로는 사회학적으로 때로는 여성학적으로, 또 때로는 복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점에서 최 대표는 향후 인트리가 자립센터, 상담센터, 연구소를 갖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보다 전문적으로 미혼모 이슈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모인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그는 “내년에는 청소년 미혼모와 관련된 연구 과제를 실행에 옮길 생각도 하고 있다”며 “미혼모를 위한 교육이면서 미혼모를 위해 세상 속 변화를 이끄는 교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트리는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카페의 운영권을 인수 받아 지난 8월부터 ‘카페 인트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미혼모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직접적인 지원의 장이자 소통 공간이다. 수익 중 일부는 청소년 미혼모를 위해 쓰인다.

심리 상담과 24시간 긴급 상담, 시설 연계도 인트리의 대표 역할이다. 최 대표의 쉰 목소리가 얼마나 많은 상담을 진행했는지를 짐작케 하기에 충분했다. 그가 미혼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는 건,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2년 전까진 열한 살 자녀를 둔 미혼모였기 때문이다.

“떠올려보면 저도 단단하지 못했던 시간이 있었어요. 제가 미혼모라는 사실이 운영하던 미용실을 폐업에 이르게 했으니까요. 미혼모도 그냥 엄마일 뿐인데 세상은 우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요. 그러나 미혼모는 사회로부터 남다른 대접을 받고 싶지 않아요. 혼자 키우든 둘이 키우든 아이를 잘 길러낼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할 뿐이지요.”

최 대표는 미혼모에 대한 정부 지원 정책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미혼모는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양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만 13세 미만 아동이 포함된 한부모가족은 아동양육비 월 12만 원, 조손가족 및 만 25세 이상 미혼 한부모가족의 만 5세 이하 아동의 경우 5만 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다만 ‘중위소득 52% 이하’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수혜가 가능하다.

“한 달에 120만 원 이상을 벌면 지원을 못받아요. 아시다시피 100만 원 조금 넘는 금액으로 아이와 생계를 유지하기는 어렵죠. 이러한 맹점을 보완한 정책이 나왔으면 해요. 그렇지만 사회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5년 전만 해도 통계청 인구 조사 응답지에 미혼을 선택하고 자녀 숫자를 기재하면 ‘오류’로 분류됐을 정도니까요.”

최 대표는 미혼모 지원 정책이 일원화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관련 업무를 여러 정부부처가 관할하면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보호시설, 직업 교육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최 대표는 정부의 인식이 달라진 만큼 달라질 미래에 희망을 걸며, 인트리의 발걸음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을 약속했다.

‘싱글맘의 날’ 들어보셨나요?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자 ‘싱글맘의 날’이다. 아동과 모성의 권리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해보는 하루다. 지난 2011년 미혼모·한부모·아동 권리옹호 단체 등이 주축으로 이날을 만들어 기념하고 있다. 혼자라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게 기념 취지다. 올해로 7회째를 맞았다.

 

이근하 | 위클리 공감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