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게임에는 장애가 없다, ‘모두다’ 박비 대표 “발달장애인과 게임 한판! 이길 자신 있으세요?”
게임회사를 다니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따분했던 어느 주말. ‘봉사활동 한번 해볼까’ 해서 갔던 현장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씻겨주고, 밥을 주는 것. 왠지 우월적인 호혜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정 그들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생각했다. 게임이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게임으로 하나 되는 공간, ‘모두다’의 박비(31) 대표 얘기다.

ⓒC영상미디어
겉으로 보면 평범한 보드 게임방이다. 아늑한 놀이방 같은 공간에 듬성듬성 테이블이 놓여 있다. 벽면에는 70여 종의 보드·비디오 게임이 종류별로 진열돼 있다. 일인당 일정한 이용 요금을 내고 들어가면 즐기고 싶은 게임을 마음껏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곳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직원의 70%가 발달장애인이라는 점이다. ‘게임마스터’라 불리는 발달장애인 직원이 고객에게 게임 규칙을 설명해준다. 박비 모두다 대표는 “발달장애를 가진 직원들이 고객들이 게임을 더 잘 즐길 수 있도록 알려주고 골라준다”면서 “그런 업무를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혼자 온 손님에겐 게임 친구가 돼주기도 한단다.
‘모두다’는 게임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사회 적응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다. 지난 2016년 4월 설립했다. ‘게임에는 장애가 없다’는 모토 아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게임으로 하나가 되는 세상을 추구한다.
직원뿐만이 아니다. 고객 중에도 장애인이 있다. 지적 장애가 심해 정신 병동에 있다가 퇴원 후 ‘볼링 게임’을 하러 종종 온다는 단골 고객이 그 예다. 하지만 대부분이 일반 고객. 고객층은 20대 커플부터 가족 단위까지 다양하다.
“고객들은 이곳이 특별한 곳인지 모르고 그냥 들어와요. 일반 보드 게임방으로 알고 오는 거죠. 그렇게 들어와서 장애인 직원의 안내를 받습니다.”
10명 고용 창출, 그중 7명이 발달장애인
이 과정에서 어떤 잡음도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게 자연스럽다. 게임을 끝내고 돌아갈 때까지 게임마스터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저희도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인데, 불만족스러울 경우 오히려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쌓게 될까 봐서요.”
기우였다.
“장애인의 직무 능력 한계는 그들이 실제로 가진 게 아니라 비장애인들이 가진 상상력에 지나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저희도 그랬어요. 보통 많이들 하는 것처럼 업장에서 청소를 맡기거나, 바리스타 업무를 보게 한다거나 하려 했죠. 다른 업무를 맡기는 건 두려워서 엄두를 못 냈거든요. 그런데 그걸 극복하는 순간 한계가 다 사라져버렸어요.”
시작은 ‘게임을 통한 장애인의 여가’였지만, 지금은 ‘게임을 통한 장애인의 고용’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지금까지 비정규직, 교육생, 정규직을 합해 모두 10명을 고용했는데, 이 중 장애인 직원이 7명이다. 박 대표는 ‘장애인’이라는 말 대신 ‘장애인 복지 카드를 가진 분’이라고 표현했다. 주요 대상을 지체장애인이 아닌 발달장애인으로 둔 데는 이유가 있다.
“취업률로 비교했을 때 지체장애인의 취업률은 60% 이상입니다. 반면 발달장애인은 취업률이 30% 미만이고 그중 자폐를 가진 분들은 취업률이 0.7%에 지나지 않아요. 발달장애인은 바깥에 나갈 기회조차 쉽게 얻을 수 없죠. 그런 이들에게 살을 부대끼며 함께하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었습니다.”
그 결과 ‘모두다’는 지난 3월 28일 ‘2016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서 우수 창업팀으로 선정, 대상(고용노동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성인 발달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소셜 미션을 바탕으로 발달장애인도 쉽게 이용 가능한 게임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직무 능력과 사회성을 향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박 대표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수익이나 매출이 수여 기준이 됐다면 아마 못 탔을 거예요.(웃음) 다만 소셜 벤처 시도라는 것이 콘텐츠가 뻔하지 않다는 게 주효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변화와 혁신이 ‘모두다’의 핵심 키워드 중에 하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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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회사원, 봉사활동에서 얻은 아이디어
박 대표는 게임회사에서 일했었다. 굴지의 게임회사 5~6군데를 전전했다. 이후에는 재단법인 게임인재단에도 있었다. 재단에 몸담던 시절인 2014년 가을, 주말을 이용해 봉사활동을 나간 적이 있는데 그게 창업의 계기가 됐다.
“당시에는 어떤 의미를 크게 뒀다기보다 주말에 뭐할까, 나도 봉사 한번 해볼까 하는 정도였어요. 어린 시절부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실제로 봉사를 나간 건 처음이었죠. 해보니까 크게 와 닿는 게 있었습니다. 봉사를 하는 입장에서 ‘우월적 호혜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랄까요. 그들의 공간을 청소해주고, 밥을 주고, 씻어주는 형태의 봉사요. 정말 수평적으로 상호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봉사 현장에 볼링 게임기를 가져가 봤어요.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아, 이거구나. 만인이 평등해질 수 있는 시간이 바로 게임이구나 싶었죠.”
박 대표는 “봉사 현장에서 장애가 심한 사람이 다른 친구에게 놀이에 필요한 동작을 취하는 걸 보고 ‘게임에는 장애가 없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망설임은 없었다. 이를 모토로 삼아 창업 준비에 나섰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그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도 땄다. 그렇게 게임 앞에 만인이 평등한 ‘모두다’가 탄생했다.
“옆에 아무도 없었지만 바로 저질렀어요. 이후 ‘게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비전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죠.”
올해로 창업 딱 1년째. 박 대표는 최근 기업의 ‘소울(Soul)’을 “좋은 게임을 탐구하고 확산해 세상이 더 다양하고 풍요로워지는 데 이바지한다”로 좀 더 구체화했다.
현재 ‘모두다’는 서울숲 언더스탠드에비뉴, 홍대점, 사회적기업 베어베터 내 게임공간까지 모두 세 군데에서 운영 중이다. 작년 매출은 1억 5000만 원을 기록했다.
올해 목표를 물었다. 박 대표는 “연 단위 목표는 세우지 않는다”면서 “‘변화’와 ‘혁신’이라는 키워드에 발목을 잡을 뿐”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다만 그는 “게임에는 장애가 없고 장애에도 장애가 없다”면서 “앞으로 좀 더 넓은 저변에서 약자와 소수자와 함께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지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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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