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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모래판이 후끈 여자 씨름 쌍두마차 임수정·양윤서

씨름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우리 민족의 전통경기로 힘, 기술, 체력, 순발력 등이 아우러지는 운동이다. ‘두 사람이 힘을 겨룬다’는 뜻의 ‘시루다’에서 출발한 씨름은 샅바 하나를 두고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대중의 전폭적 사랑을 받던 시대를 지나왔지만 모래판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한국 씨름은 현재진행형이다.

 

1980~90년대 명절이면 온 가족이 텔레비전 앞으로 모였다. 약속이나 한 듯 채널은 씨름 중계방송에 고정되었고, 모두가 화면에 집중했다. 심판이 휘슬을 불면 지름 10m 내 모래판은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며 두 사람의 전장으로 변했다. 우람한 선수들이 짜릿한 한판을 선사하면서 환호와 탄식이 오갔다. 보는 이로 하여금 주먹을 불끈 쥐고, 마치 허공의 누군가를 넘어뜨릴 듯 자세를 취하게도 했다. 이처럼 씨름은 오랜만에 모인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진풍경을 보여주며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했다.

씨름의 인기만큼 선수들도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이만기, 이준희, 이봉걸 트로이카는 초창기 씨름판을 주도하며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또 ‘모래판의 악동’으로 불린 강호동은 특유의 승리 세리머니로 주목받았고, 백승일은 10대의 무서운 힘을 보여줬다. 씨름의 마지막 황금기는 ‘모래판의 황태자’ 이태현, ‘슈퍼 골리앗’ 김영현, ‘들배지기의 제왕’ 신봉민, ‘들소’ 김경수, ‘모래판의 귀공자’ 황규연 등이 이어갔다.

최근에도 쟁쟁한 선배들의 계보를 이으며 한국 씨름계를 지키는 대들보들이 있다. 모래판을 주름잡고 있는 선수들을 알면 씨름의 재미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여자 씨름선수 양윤서의 승리의 함박웃음

▶ 매화급 최강자라 할 수 있는 양윤서(콜핑·홍샅바)가 짜릿한 승리 후 함박웃음을 보이고 있다. ⓒ이신화

모래판을 장악한 여제들

씨름이 남성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상식은 이제 더는 통하지 않는다. 모래판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제들은 이미 남성 선수들 못지않게 이름을 날리고 있다. 2011년 창단한 전남 구례군청을 시작으로 아웃도어 브랜드 콜핑, 전남 나주의 중소기업 호빌스, 경남 거제시청 등 실업팀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임수정, 양윤서 선수의 사진들

▶ 1 ‘여자 이만기’라는 별명의 임수정(콜핑)이 ‘2016 천하장사 씨름대축제’에서 국화장사에 등극했다. 2 매화장사 양윤서(콜핑)가 승리 후 환호하고 있다. 3 이은주(경남·위)는 씨름계의 ‘얼짱스타’로 SNS에서 유명세를 날리고 있다. 4 강원영(위)은 씨름 외에도 다양한 재능을 선보여 대중들의 시선을 받고 있다. ⓒ통합씨름협회

‘여자 이만기’라고 불리는 임수정(콜핑)은 여자 씨름계의 간판스타다. ‘안다리’를 특기로 내세우는 임수정은 몇 년 동안 무서운 기세를 이어가다가 지난해 전방십자인대 부상이라는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5개월 만에 복귀함과 동시에 ‘2016 단오장사씨름대회’ 국화장사에 오르며 시즌 4관왕이 되었다. 부상을 딛고 일어서 다시 한 번 임수정의 이름을 씨름판에 각인한 것이다.

국화급에 임수정이 있다면 매화급 쌍두마차는 단연 양윤서(콜핑)다. 양윤서는 지난해 설날대회, 단오대회, 추석대회, 천하장사 등 굵직한 대회를 싹쓸이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무조건 공격하는 스타일로 정면대결을 자주 선보이며 강한 기운을 떨치고 있다.

이은주(경남)는 실력만큼 국보급 외모를 자랑하는 선수다. ‘씨름계의 김연아’라고 불릴 정도로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얼짱스타’이지만, 이래봬도 지난해 전국생활체육 대장사씨름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실력도 겸비하고 있다. 씨름선수를 하기 전에는 유도를 하던 가수지망생으로 전형적인 팔방미인이라 할 수 있다.

강한 하체 힘이 강점인 강원영은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법학교수를 꿈꾸는 법 전공 대학원생인 까닭이다. 한복 만들기가 취미여서 직접 만든 생활한복을 입고 다니기도 하는 그는 씨름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다재다능함을 과시하고 있다.

한라장사를 제패한 이주용선수 사진들

 ▶ 1 지난해 각종 한라장사를 제패한 이주용(수원시청·청샅바)이 승리 후 감격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2 백두급 정경진(울산 동구청)은 한라에서 쌓아온 기술을 바탕으로 중량급에서 돋보이는 선수가 됐다. 3 2016 최고령 천하장사에 등극한 장성복(양평군청)이 딸과 함께 꽃가마에 올랐다. ⓒ연합

이주용, 현역 최다 장사 타이틀

남자 씨름판은 여전히 치열하다. 이승호(수원시청)는 일명 ‘5초의 사나이’다. 그는 지난해 ‘추석씨름대회’에서 금강장사를 거머쥔 데 이어 ‘천하장사 씨름대축제’ 통합장사까지 오르며 여섯 번째 꽃가마에 올랐다. 특히 통합장사 경기에서 첫 번째 판은 들배지기로, 두 번째 판은 외배지기로, 세 번째 판은 잡채기로 모두 5초 만에 마무리하며 상대방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주용(수원시청)은 지난해 한라급을 평정했다. 2006년 실업팀 데뷔 후 현역 선수로는 최다 장사 타이틀을 획득하고 있는 그는 노련함이 돋보인다. 3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한라급에서 여전히 그를 위협할 선수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그가 출전하는 대회에서 승리하는 모습도 흥미롭지만, 그의 패배 또한 이변으로 여겨져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정경진(울산 동구청)은 최근 부상을 이겨내고 돌아와 모래판이 들썩일 예정이다. 한라급 최강자로 군림하던 정경진은 현재 백두급에서 활약하고 있다.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경량급 씨름부터 힘을 바탕으로 하는 중량급 씨름까지 석권한 그는 다른 중량급 씨름선수들보다 다양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 그는 힘과 체력, 기술 삼박자를 모두 갖춘 보기 드문 선수다.

최고령 천하장사 장성복(양평군청)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동안 백두장사 4회, 통합장사 1회에 오른 장성복은 지난해 37세의 나이로 처음 천하장사에 등극했다. 이로써 2009년 33세 천하장사 황규연의 기록이 뒤집어졌다. 제대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장성복의 질주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월 24~29일 ‘설날장사씨름대회’를 시작으로 정유년 씨름 무대의 막이 오른다. 모래판을 뜨겁게 달굴 씨름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과연 올해 꽃가마의 영광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알고 보면 더 재밌다!

남자부, 여자부 체급은?
보통 장사대회는 남자부 태백(80kg 이하), 금강(90kg 이하), 한라(110kg 이하), 백두(150kg 이하) 등 4체급 경기와 여자부 매화(60kg 이하), 국화(70kg 이하), 무궁화(80kg 이하) 등 3체급 경기로 펼쳐진다.

청샅바, 홍샅바는 어떤 의미?
샅바의 색상은 기본적으로 팀, 선수를 구분하는 의미가 있다. 또 천지의 음과 양, 우리 민족의 태극문양과도 상징적으로 일치한다. 이처럼 씨름은 우리 고유의 전통경기로 청·홍 샅바의 어울림처럼 멋과 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매력이 있다.

우승자에게 황소를?
과거 씨름대회 우승자에게는 황소가 주어졌다. 농경사회에서 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이자 선수들의 경기 모습이 마치 황소 싸움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장사에 오른 선수는 황소를 타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승리를 만끽했다. 요즘은 황소 대신 황소트로피가 부상으로 주어져 우승자들은 황소트로피에 입을 맞추며 즐거움을 표현한다.

우승자 상금은?
일반 장사대회는 남자부 태백, 금강, 한라, 백두별로 각각 3000만 원, 천하장사대회는 2억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여자부는 생활체육대회에서 발전한 형태라 아직 상금이 많지 않다. 장사대회는 매화, 국화, 무궁화별로 각각 500만 원, 천하장사대회는 1000만 원이 수여된다.

올해 주목할 경기는?
2017년 열릴 씨름대회를 미리 알아보자. 1월 24~29일 충남 예산군에서 ‘설날장사씨름대회’가 개최된다. 전 경기 무료관람이며, ‘KBS N SPORTS’와 ‘KBS 1TV’를 통해 중계된다. 또 5월에는 단오장사대회가 충북 보은군에서, 9월에는 추석장사대회가 경북 구미시에서 열린다. 씨름대회의 묘미를 보여줄 천하장사대회는 11월에 열릴 예정이다.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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