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김금순 백석올미영농조합 대표 “노후 보장, 해답은 마을 공동체에 있어요”
충남 당진 시내에서도 외곽으로 한참 떨어진 시골마을. 요즘같이 어르신들만 있는 시골에 지역 특산품인 매실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김금순 백석올미영농조합 대표와 ‘같이의 가치’를 실현하는 할머니들을 만나보았다.
설을 앞두고 한과를 만드는 손에 주름이 깊다. 하지만 젊은이 못지않게 손놀림이 분주하다. 평균 연령 70세, ‘백석올미영농조합’은 약 20명의 할머니들에게 첫 직장을 제공했다. 어르신들이 은퇴 후 편안한 노후생활을 기대하는 줄 알았다면 천만의 말씀! 고정적 수입원이 생겨 좋고,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니 더 건강해진다. 평생 밭일만 했다던 서정옥 할머니는 “80대가 일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겠수? 평생 김만 매다가 늙어서 직장생활 해보니 좋구먼”이라며 수줍게 웃는다.
‘할매들의 반란’이란 마케팅으로 매실한과를 선보이고 있는 백석올미마을에는 밝은 기운이 돌고 있었다. 마을이 유명해진 데는 할머니들의 공이 컸지만, 안정적인 6차 산업화(1차 산업인 농림수산업, 2차 산업인 제조·가공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연계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가 진행되는 덕도 있다. 찹쌀, 쌀, 참깨, 대추, 두릅 등 지역 농산물(1차)과 매실한과, 약과, 장아찌, 발효액, 조청 등 할머니들의 손맛이 담긴 가공물(2차), 또 체험학습장, 마을축제, 직거래장터, 온라인마케팅 등의 서비스(3차)가 연계된 농촌공동체 6차 산업화의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마을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꾸준히 방문하고 있단다.

인생의 맛을 바꾼 매실의 맛
‘할매들의 반란’을 주도하는 김금순(66) 대표. 그는 정년퇴임한 남편과 함께 공기 좋은 시골에서 유유자적하고 취미로 텃밭 가꾸는 모습을 꿈꾸며 백석마을에 입성했다. 하지만 바지런한 새내기 귀농인은 마을 대소사에 참여하며 부녀회장이 되었고, 새로운 인생의 막이 올랐다. 새콤한 매실이 인생을 바꿔놓은 것이다.
백석마을 일대에는 10만여 그루의 매실나무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매년 봄이면 새하얀 꽃이 장관을 이루고, 초여름이면 탐스러운 매실이 마을 곳곳에 열린다. 할머니들은 정성껏 매실을 수확하여 도시로 간 자식, 손주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왔다. 할머니의 손맛이 묻은 투박한 한과는 참 맛있었다.
백석마을 부녀회는 이를 상품화하기로 했다. 김금순 대표와 부녀회원들은 전문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했고, 고심 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고려시대부터 구전된 지역의 한과제조 기술에 자긍심이 강한 할머니들은 ‘발효’의 차이가 모양과 식감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할머니들을 설득해 제조방법에 변화를 가미하고, 지역 특산품인 매실을 접목하자 백석마을만의 ‘매실한과’가 만들어졌다. 할머니들의 손맛과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열정 및 지역 특색을 살리고자 한 애향심이 빚어낸 결과였다.
마을 사업을 위해서는 법인이 필요했다. 백석마을 33가구가 200만 원씩 출자해 백석올미영농조합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할머니들에게 직책과 명함을 드렸어요. 단순 종사자가 아니라 마을기업의 주체로서 모두가 주주인 셈이죠”라고 설명했다. 한과를 만드는 것도 다 조합원 할머니들이다. 그만큼 조합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마을 주민들의 출자금에 정부 보조금이 더해져 공장이 마련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매실한과’는 2012년 세상과 만나게 되었다. 처음부터 6차 산업을 의도한 것도, 큰 수익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매실한과를 만들어 주변에 판매하고, 입소문이 커져 손님들이 찾아온 것이다. 한과를 만들어보길 원하는 손님에게는 체험장과 직거래 판매장을 제공했다. 그해 마을기업 매출액은 1억여 원.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이룬 쾌거였다.

(좌) 백석올미마을 할머니들이 설을 앞두고 매실한과 포장에 여념이 없다.
(우) 김금순 대표가 매실한과를 알리기 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경민
연 매출 7억 원 돌파… 다양한 매실 상품 출시
조합은 승승장구했다. 33가구로 시작한 조합원은 현재 58가구로 늘었고, 지난해 매출도 7억 원을 돌파했다. 제품도 한과에 그치지 않고 발효액, 장아찌, 고추장 등 다양한 매실 결합상품으로 발전했다. 자그마한 마을기업이 가져온 효과는 그 이상이었다. 그동안 제값을 받지 못했던 10만 그루의 매실나무가 그 가치를 재조명받았고, 매년 수천 명이 방문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했다.
쉽게 얻은 결과는 아니었다. 각종 공모사업에 지원했고, 정부가 그 노력에 응답하며 이뤄낸 성과다.
“정부 사업에 많이 지원했어요. 큰돈을 바라기보다 알음알음 응모를 하다 보니 수상도 많이 했죠. 정부에서 인정받으니 홍보는 자연스레 되던데요”라고 김금순 대표는 말했다. 초기 공장을 지을 때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권역사업 보조를 받고, 이후 시·도 단위에서 직판장, 판로 확대 등의 문을 열어줬다. 또 6차 산업화 우수 사례, 행복마을 콘테스트 등에 선정되며 홍보 효과는 덤으로 얻었다.
‘같이의 가치’를 중시하는 백석올미마을의 꿈은 ‘행복’이다. 매실한과의 수익을 모아 조합원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터전과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복지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또 훗날 자녀 세대들이 돌아올 수 있는 고향이 되어 그들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하고 노후를 보장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행복을 위한 ‘할매들의 반란’은 계속된다.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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