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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해녀 프로젝트’ 사진작가 와이진(Y.Zin)

“그들은 모르는 멋진 모습, 사진으로 선물하고 싶었어요”

와이진은 한국 여성 최초로 <내셔널지오그래픽> 다이버 자격증을 딴 사진작가다. 제주도에서 해녀 사진을 주로 찍었고, 그중 수중사진이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실리며 외국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다. 2016년 ‘올해의 양성평등 문화인상’까지 수상한 그의 일상과 꿈을 알아본다.

사진작가 와이진

ⓒ와이진

빛도 바람도 없다. 그럼에도 셔터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사진작가 와이진(Y.Zin). 그에게 물속 세상은 특별한 무대다. 그의 앵글은 육지와 달리 사진 표현이 자유롭지 않은 바닷속으로 과감히 옮겨갔다. 이미 내로라하는 영화, 드라마의 포스터와 광고, 매거진으로 알려진 유명 사진작가지만 수중촬영이라는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2008년부터 대한민국 최초로 <내셔널지오그래픽> 수중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며, 2015년 세계 최초로 ‘사이드 마운트 트라이믹스’ 101m 도전에 성공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양박람회(ADEX·Asia Dive Expo) 아시아 대표 해양홍보대사로 임명되며 세계 사진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고 있다.

“수중에서의 매력이 저를 늘 긴장하고 설레게 해요”라고 말하는 와이진.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물을 무서워해 처음에는 수영을 배우기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스킨스쿠버까지 배우고 수중촬영에 대한 도전을 이어갔다. 촬영 공간이 수중으로 확대됐지만 어려움은 여전했다. 그동안의 촬영 상식이 뒤집어진 것이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 하지만 바다가 깊어질수록 빛보다 어둠이 깊어졌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었다. 해외 작품들을 보며 자료를 수집하고, 세계 수중사진작가들을 만나며 기술과 정보를 터득해갔다.

촬영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일반 촬영은 작가와 모델이 대화를 하며 분위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지만, 물속에서는 대화가 원활하지 못해요. 따라서 철저한 리허설과 약속이 필요하죠.”

원하는 작품을 얻는 데는 제약이 많았고 모델과 스태프의 안전교육 또한 필수였다. 그렇게 거듭해서 한계를 극복하고 도전을 해낸 결과, 이제 수중촬영은 그만의 색깔이 됐다.

해녀들

▶와이진은 2011년부터 제주도 일대를 돌며 카메라에 제주 해녀를 담고, 세계에 해녀문화를 알리는 ‘해피해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와이진

해녀들의 삶, 예술로 승화되다

와이진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1년 ‘해피해녀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해녀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기로 했다. 해녀는 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다. 그 때문에 와이진 또한 늘 삶에 지친, 흑백사진 같은 어두운 해녀를 떠올렸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해녀들은 밝은 소녀의 모습으로 자신들의 삶을 즐기고 있었다. ‘해피해녀 프로젝트’는 이러한 해녀들의 모습을 재해석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더 늦기 전에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은 해녀들이 물때에 맞춰 와이진을 기다려주지만 처음부터 호의적이진 않았다. 해녀들이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해서 그런 줄만 알았던 와이진은 그저 기다렸다. 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지 계속해서 설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낯선 이에 대한 해녀들의 경계가 풀리기 시작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됐죠. 자기 모습이 부끄러워서 사진 찍기를 거부했던 거예요. 그들은 스스로 얼마나 멋진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 멋진 모습을 사진으로 선물하고 싶었어요.”

거친 물살을 가르며 비장하게 물질하는 해녀들의 삶이 예술로 승화되는 순간이었다.

현재 와이진은 ADEX를 통해 우리나라의 동해와 제주도 바다를 알리고 있다. 물론 한국의 해녀문화도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2014년부터는 제주 해녀들과 동행해 세계인들이 해녀와 직접 만날 수 있게 했다. 해녀를 설명하다 보면 일본의 ‘아마’와 혼동하는 이가 많다. 일본의 ‘아마’는 봄여름에만 잠수할 수 있지만 우리 해녀는 겨울에도 물질을 하고 물안경, 그물주머니, 테왁 등 단출한 도구만을 사용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해녀문화는 채취를 위한 경쟁보다 협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물속에서 닥칠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기본에 깔려 있다.

‘제주해녀문화’, 이제 세계문화유산

정부는 이러한 해녀문화를 유네스코에 등재하기 위해 2007년부터 노력해왔다. 2014년 3월 ‘제주해녀문화’의 등재를 신청한 후 지난해 11월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 아리랑, 김장문화 등에 이어 열아홉 번째 쾌거다. 잠수 장비 없이 깊은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물질, 해녀 공동체에 전승되어온 ‘잠수굿’, 배 위에서 부르는 노동요 ‘해녀 노래’ 등이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로써 해녀는 세계가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 되었다.

해녀문화가 유네스코에 등재되기까지 와이진의 숨은 공로를 무시할 수 없다. ‘해피해녀 프로젝트’가 유네스코 등재를 목표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그로써 제주 해녀를 알게 된 외국인들이 많은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와이진은 “제가 아니었어도 해녀는 유네스코에 등재됐을 것이라고 믿어요. 우리가 자부할 수 있는 우리 문화니까요. 그렇기에 무엇보다 해녀분들이 축하받아야 하는 소식이죠”라며 해녀들이 허락하는 한 ‘해피해녀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수중촬영은 바다의 사정에 따라 할 수밖에 없다. 그는 현재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멕시코 수중동굴 탐험과 멸종위기 상어보호 프로젝트 등을 촬영하고 있다.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와이진은 오늘도 바다에 몸을 던진다.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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