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흔히 학벌, 학점, 어학 점수 세 가지를 일컬어 '취업 스펙 3종 세트'라고들 한다. 여기에 어학연수와 자격증이 더 붙으면 5종, 인턴과 공모전을 더하면 7종 세트가 된다. 사회봉사 경험에 스펙이 뭔지를 헷갈리게 하는 성형수술까지 포함시키자면 9종 세트. 무엇을 얼마나 더 준비해야 하는 걸까.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은 취업준비생들이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기업과 해당 직무에 적합한 실무능력만 준비하면 되도록 나라에서 지식, 기술, 태도 기준을 만든 것이다. 공기업을 중심으로 NCS 기반 채용이 확산됨에 따라 이를 활용해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 김태은 컨설턴트가 12월 22일 청년희망재단(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6층)에서 ‘NCS 기반 채용
대비 전략을 세워라’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12월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청년희망재단에선 김태은 컨설턴트의 취업 멘토 특강이 열렸다. 주제는 'NCS 기반 채용 대비 전략을 세워라'.
"한 사람이 대학 졸업 후 스펙을 쌓기 위해 쓰는 재교육 비용이 평균 2000만 원에 이르러요. NCS를 통한 취업은 불필요한 스펙을 쌓는 데 드는 시간과 돈 낭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입사지원서, 필기, 면접 등 채용 전반에 필요한 것들을 구조화해서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죠."
김태은 컨설턴트는 이같이 설명한 뒤 직업기초능력과 직무수행능력 두 가지로 나뉘는 직무능력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증명사진 등 입사지원서에서 '아웃'
자격증도 직무 관련성 있어야만 기재
직업기초능력은 어떤 기업에 입사하든 대부분의 취업자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 조직이해능력 등 10가지 개발능력을 뜻한다. 직무수행능력은 직무별로 필요한 전문 능력으로 대분류 24개, 중분류 77개, 소분류 227개, 세분류 857개에 따라 매우 구체적으로 나뉜다. NCS 기반 채용 준비는 두 가지에 대한 이해가 기초가 된다.
이제 입사지원서를 작성해볼 차례.
"이 지원서가 일반 입사지원서와 다른 점이 뭐죠?“
"증명사진이 필요 없어요."
취업준비생들은 입사지원서에 첨부할 증명사진을 찍는 데 적게는 몇 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까지 비용을 들인다. 그만큼 증명사진이 입사지원서에서 중요하다는 의미. 그러나 동시에 가장 불필요한 요구사항으로도 꼽힌다. 이 때문에 NCS 기반 채용에서는 과감히 지원자의 사진란을 없앴다.
이뿐만 아니라 가족사항, 취미 및 특기, 신장과 몸무게 등 직무와 상관없는 개인정보도 요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자격증 역시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것은 기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NCS 기반 입사지원서는 직무수행능력 분류에 따라 정해진 자격증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다. 거꾸로 말하면 취업준비생은 지원 직무에 해당하는 자격증만 준비하면 된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작성해야 할 것은 경력기술서와 경험기술서로 이루어진 직무능력소개서다. 여기에는 입사지원서에 기술한 직무 관련 경력이나 경험 내용을 상세히 서술하면 된다. 김태은 컨설턴트는 "쉽게 말해 경력은 일정한 대가를 받고 일한 것, 경험은 대가 없이 일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험은 지원자들이 평소 잘 생각해내지 못하는데, 인사업무 지원자라면 동아리 활동이나 사회봉사활동 중 구성원들의 업무 배치를 했던 경험 등 일상 활동을 업무 내용과 잘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 따른다. 반대로 경험을 통해 무엇을 느끼거나 배웠는지 이를 직무와 연관시킬 수 없다면 입사지원서에서 과감히 빼는 게 좋다.
강연에선 경험기술서 작성의 '꿀팁'도 공개됐다. 이름하여 'START 기법'. 과거 경험담에서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찾는 방법이다. 김 컨설턴트는 "지원서는 '긍정적', '노력하는'과 같이 추상적 표현을 피하고 과거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한다.
START 기법은 알파벳 순서대로 Situation(어떤 상황이었나)→Task(그 상황에서 내가 수행해야 하는 과업은 무엇이었나)→Action(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했나)→Result(결과)→Taken(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나)을 빠짐없이 기술하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행동했는지'이고, 지원자들이 쉽게 간과하는 것은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다.
일반 채용보다 까다로운 자기소개서
경험 통해 얻은 것 직무와 연계해야
이제 남은 건 자기소개서. 최근 자기소개서는 성장 과정, 성격의 장단점, 입사 후 포부 등 기존의 틀에 박힌 양식을 탈피해 직무와 연관된 더 다양한 질문을 제시한다.
NCS 기반 자기소개서는 최대 열 가지가 넘는 문항을 요구하는 기업이 있을뿐더러 질문도 매우 구체적이다. 예를 들어 '현재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은행이 어떤 분야 혹은 상품에 영업력을 강화해야 하는지 기술하라'(금융 관련 직무), '대화 중 고객이 이해하지 못했다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설명하라'(고객 대응 직무)는 등의 문제가 출제될 수 있다.
서류 전형에 합격한 뒤에는 필기시험과 면접이 남아 있다. 김태은 컨설턴트는 "업종별로 나와 있는 문제집을 많이 풀어보면서 NCS 채용 시험의 문제 유형을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면접은 경험·상황·발표·토론 면접 등 네 가지로 이루어진다. 최근 신설된 상황 면접은 아주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지원자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김태은 컨설턴트는 재학생과 졸업생별로 지원 전략을 다르게 세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재학생들은 NCS 누리집에 접속해 희망 직무와 능력 단위를 확인하고 해당 능력을 갖기 위해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등을 세부적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 졸업생들은 경력과 경험을 직무와 연결하는 게 가장 중요하므로 학년·학기별로 대학생활 활동 내역표를 작성하거나 SWOT(강점·약점·기회·위기)분석을 해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날 강연을 들은 이호성(21) 씨는 "최근 NCS 기반 채용이 늘고 있는 만큼 미리 들어두면 도움이 될 것 같아 강연을 듣게 됐다"면서 "강연 내용대로 불필요한 스펙 없는 채용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과연 그게 가능할지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동희(20) 씨는 "NCS 기반 채용은 불필요한 스펙을 쌓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지 입사 준비를 소홀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닌 것 같다"며 "자기소개서 등은 더욱 꼼꼼히 써야 하는 만큼 직무 관련 경험과 경력을 쌓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철저히 해야겠다"고 말했다.

청년희망펀드는
2015년 10월 19일 공식 출범한 청년희망재단이 운영하는 청년희망펀드는 청년들의 취·창업 지원을 위해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조성된다. 노사정 대타협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9월 15일 국무회의에서 직접 청년희망펀드 조성을 제안, 1호 기부자로서 일시금 2000만 원과 매달 월급의 20%를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황교안 국무총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야구선수 류현진, 배우 김태희 씨 등 각계 유명인사와 일반 국민의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기부는 주요 은행을 통해 청년희망펀드에 공익신탁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기부금은 취업 멘토 특강 등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에 활용될 계획이다.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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