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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첫 사망자 간호, 동탄성심병원 김현아 책임간호사

반년 만에 수화기를 통해 다시 들려온 목소리. 그는 여전히 바빴고, 여전히 씩씩했다.

"메르스가 내 환자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맨머리를 들이밀고 싸우겠다", "더 악착같이 더 처절하게 저승사자를 물고 늘어지겠다"던 그는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가 떠난 뒤에도 그 자리에 남아 또 다른 병마와 싸우고 있었다.

지난 6월 1일 메르스 첫 사망자가 발생한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서 중환자 36명을 돌보기 위해 자가격리를 거부하고 동료 의료진 94명과 함께 2주간의 코호트 격리(감염자가 나온 의료기관을 통째로 격리)를 자처한 책임간호사 김현아(41) 씨의 이야기(<위클리 공감> 311호)다.

 

 메르스 첫 사망자▶ 6월 1일 메르스 첫 사망자가 발생한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서 중환자실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고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김현아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 94명은 중환자실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자가격리를 거부하고 2주간 코호트 격리(감염자가 나온 의료기관을 통째로 격리)를 자처했다.

 

김 씨는 겨울에 들어서면서 심·뇌혈관계 환자가 늘어나 평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와중에도 그가 주업무만큼이나 신경을 쓰고 있는 건 '간병 문화 바꾸기'다.

"메르스 이후 간병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잘되진 않아요. 하루 한 번 20분 내로만 면회를 허용하고 있는데 보호자의 반발이 심하죠. 면회시간 안 지키고 중환자실까지 불쑥불쑥 들어오고, 기도를 하겠다며 교회에서 단체로 수십 명이 찾아오기도 하고…. 그렇게 큰일을 겪고도 사람들은 너무 빨리 잊어버려요."

5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데 이어 7월 초까지 확진자 186명, 사망자 36명, 격리자 1만6752명을 발생시킨 메르스. 단기간에 메르스가 확산된 데는 우리나라 특유의 단체 문병 문화, 간병인 고용 문화 등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사람들은 안타까운 사고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가 현장에서 느낀 바다.

그래도 김 씨는 국민의 응원이 버틸 수 있는 힘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메르스 발생 초기에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나돌고 어머니께서도 간호사 일을 그만두라고 하시는 등 저 역시 많이 두려웠어요. 그때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해 쓴 일기가 한 신문에 실리면서 응원 편지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저에겐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메르스라는 저승사자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며 쓴 글이 화제가 되고, 14일간의 코호트 격리를 단 한 명의 감염자도 없이 성공적으로 끝마친 뒤 김 씨는 유명인사가 됐다.

방송 출연, 황교안 국무총리와의 전화 통화, 프로야구 올스타전 초청 등 인생의 새로운 경험을 맛봤다. 김 씨의 휴대폰 메신저에는 배우 전지현 씨와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건강도 '이상 무(無)'다.

그가 몸담고 있는 동탄성심병원 역시 메르스의 내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모습. 개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제 막 환자 수를 늘려가고 있던 차에 '메르스 발생 병원'이라는 낙인이 찍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했지만 약 6개월이 지난 현재 외래환자 수는 메르스 발생 이전보다도 많아졌다.

여기에는 손씻기 운동, 방문자 모니터링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한 병원의 꾸준한 노력이 큰 몫을 했다. 병원은 병을 치료하는 곳이지만 감염병을 옮길 수도 있는 곳이라는 경각심과 변화된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김현아 간호사

▶ 김현아 간호사가 10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네파, 따뜻한 세상 캠페인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국민들이 뽑은 미담 주인공으로 선정돼 배우 전지현 씨로부터 패딩을 선물받고 있다.

 

20년간 중환자실서 생사의 줄다리기
앞으로 할 일은 '병원 바로 알리기'

김 씨는 7월부터 한 신문에 '김현아 간호사의 병원 제대로 알기'를 연재하고 있다. 제목 그대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병원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응급실 이용방법, 병원식(食) 등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편안한 병원 이미지를 만드는 게 목표다.

독자는 "병원에 이런 서비스가 있는 줄 몰랐다", "간호사가 하는 일이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반응이다. 벌써 잊힌 듯한 감염병에 대한 위기의식을 고취하는 것 역시 중요한 목표다.

메르스 사태와 같이 병원을 통한 대규모 감염병 확산을 막으려면 국민의 의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는 보고 있다.

"전 세계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발길이 안 닿은 곳을 찾아보기 힘든 글로벌 시대죠. 아프리카 풍토병도 하루면 우리나라로 넘어올 수 있는 거예요. '별일 없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안 돼요. 의료진이 진료와 간병까지 책임져 궁극적으로 보호자 없는 병원을 목표로 하는 포괄간호서비스의 필요성 등을 알리고 있어요."

20년 전 중환자실에서 시작된 그의 간호사 인생은 여전히 같은 곳에서 진행 중이다. 늘 전쟁 같은 하루와의 싸움을 이겨내는 그에게 2015년은 어떤 한 해로 기억될까.

"처음 간호사가 됐을 때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서 뭔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중환자실 업무를 지원했어요. 생을 향한 줄다리기는 늘 힘들었지만 힘든 만큼 묘한 매력이 있어요. 특히 2015년 6월은 20년 간호사 인생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질병을 만나 저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린 순간이었죠. 내가 어떤 간호사였는지, 앞으로 어떤 간호사가 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 안타까운 사건이었지만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운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해준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좀 쉬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이제는 중환자실 업무가 힘에 부치지만 여전히 관리직보다는 임상에서 뛰는 게 좋다"고 답했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기회가 되면 고마운 환자들을 위해 책도 한 권 쓰고 싶다고 했다. 여전히 하고 싶고, 해야 할 일 많은 그는 아직 쉬기엔 일러 보였다.

환자들의 뒤에서 생을 향한 줄다리기를 좀 더 함께해주기를, 그 싸움에서 늘 승리하기를 응원한다.

 

메르스, WHO 기준에 따른 상황 종료

보건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5월 20일 1번 환자로부터 시작된 메르스 상황이 12월 23일 24시부로 종료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28일 더 이상의 메르스 감염 우려가 없다는 사실을 밝혔고, 12월 1일자로 위기단계를 '관심'으로 낮춘 바 있다. 다만, 신종감염병의 해외 유입의 가능성은 계속 있으므로 정부는 신종감염병 방역대책을 계속하여 차질 없이 추진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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