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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연 최인아 前 제일기획 부사장

광고계에서 최인아(55)라는 이름 세 글자는 꽤 유명하다.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등의 유명 광고 카피를 탄생시킨 그는 ‘삼성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광고계의 살아 있는 전설’ 등의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2012년 말 사표를 던졌을 때 사람들의 관심이 그녀의 다음 행보로 이어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4년여의 시간이 흘러 지난 8월, 마침내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서점 겸 북카페 주인장으로 돌아왔다.

 

광고계의 전설, 책방 주인으로 인생 2막
기획력 돋보이는 ‘인생 서적’ 선정

"제가 하고 싶은 일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일의 교집합을 찾다 보니 그게 바로 책방이었어요. 비즈니스로 잘될까, 안될까는 깊이 고민하지 않았죠.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바쁘게 살다 보니 한동안 잊고 있었어요. 그러다 적당한 때 적당한 파트너(후배 정치헌 디트라이브 대표)를 만나 책방 얘기가 나왔고, 주저 없이 ‘합시다!’ 했죠."

책방 주인과 베테랑 광고쟁이. 얼핏 두 직업 사이에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최 대표에게 이 일은 수십 년간 몸담았던 광고 일의 연장선상이다.

 

최인아 책방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최인아책방 내부 전경.

 

"광고라는 게 사실 CF나 유행어를 만드는 게 아니라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는 일이에요. 그러려면 아이디어, 즉 생각의 힘이 필요하죠. 그걸 창의성, 기획력이라고 얘기하는데, 이 책방을 운영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게 기획력이라고 생각해요. 출판사나 저자가 책을 출간할 때와는 또 다른 의미로 저희가 선정한 책을 사람들과 연결해주는 거죠. 그 책들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생각의 힘을 얻게끔 만든다는 점에서 저에게 광고와 책방은 연속되는 일이에요."

그러다 보니 최 대표의 ‘기획력’을 바탕으로 선정된 책들은 그야말로 한 권 한 권이 다 의미가 있다. 그중 일부는 업계 선후배, 동료들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소위 잘나가는 베테랑들의 ‘인생 서적’을 소개한 것이다. 이 책들은 다시 ‘불안한 20대 시절, 용기와 인사이트를 준 책’, ‘고민이 깊어지는 마흔 살 리더들에게’,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인 그대에게’ 등 열두 개의 흥미로운 섹션으로 나뉘어 당장이라도 꺼내 읽고 싶게 만든다. 최인아책방의 경쟁력이 여기에 있다.

"한마디로 (이 책방을 통해) ‘생각하면서 살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온라인 서점에서 오전에 책을 주문하면 그날 오후에 책이 오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곳까지 올까요? 여기에 와서 두세 시간 보내고 가는 시간의 결, 경험이 주는 가치 때문일 거예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는 ‘내가 마주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와 같은 말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오셔서 인생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충만한 시간을 보내고 가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일부러 컴퓨터하기엔 불편하고 책 읽기엔 편한 자리로 만들었죠(웃음)."

 

29년 광고쟁이, 최고의 위치에서 내려와
"스스로를 브랜드화… 우선가치 정하라"

‘책방 주인’ 최 대표에게 광고인으로서의 지난 29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일부다. 4년 전 겨울 사표를 낸 다음 날, 그녀는 자신의 누리소통망(SNS)에 이렇게 남겼다. ‘어제야말로 제게는 최고로 행복한 화양연화였습니다.’

"그만둘 때 온몸으로 ‘이제 됐다’고 느꼈어요. 잘해서가 아니라 부족한 능력이지만 다 쏟아 부었다, 더 이상 미련이 없다는 생각이었죠. 보통 회사에서 임원이 그만두면 소리 소문 없이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그만두던 날 후배들이 환송회를 해줬어요. 지금도 그 영상을 보면 눈물이 많이 납니다. ‘내가 잘 살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최인아

▶‘광고계의 살아 있는 전설’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이 퇴직 후 자신의 이름을 건 서점 겸 북카페 ‘최인아책방’을 열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후배에게 존경받는 선배로 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그녀 역시 그저 그런 선배로, 상사로 남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2006년 휴직을 마치고 복귀했을 때 그녀는 전과 달라져 있었다.

"마흔서넛부터 늙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잘 늙고 싶었어요. 고민 끝에 기회를 얻어 휴직을 하고 스페인 산티아고로 갔죠. 어느 순간 ‘내가 넘어지려고 할 때마다 나를 붙잡아준 동료·선배들이 많았구나,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역할을 하는 선배가 돼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컴백한 뒤 사표를 내기까지의 6년은 오로지 제가 받은 것을 후배들에게 돌려주는 시간으로 삼았죠."

한편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어떤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었을까.

"저는 꽤 일찍부터 제 이름 석 자가 브랜드라고 생각했어요. 성능은 별 차이 없는 두 기계에 각각 어떤 이름이 붙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잖아요. 그것처럼 최인아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때로는 일의 결과, 과정, 태도, 약속 습관 등에서 나타나는 저라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어요."

 

북카드

▶최인아 대표의 선후배, 동료들이 추천한 일부 책들에는 추천 이유가 적힌 북 카드가 꽂혀 있다. 업계 베테랑들에게 인상적으로 남은 책은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그 결과 ‘최인아’는 확실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녀가 자신처럼 성공을 꿈꾸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정하세요. 사는 내내 선택의 순간이 옵니다. 학생 때는 취업, 취업 후엔 이직 등 죽을 때까지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하게 되죠. 그때 결정을 내리려면 내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야 합니다. 그게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방황하고 해매는 것이니까요."

 

최인아 대표가 추천하는 책 BEST 3

<일하는 예술가들> (강석경/ 열화당)
"강석경 작가가 내로라하는 예술가 14명을 만난 인터뷰집이다. 카피라이터로 근무하며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인 30대 초반의 나에게 위안과 영감을 준 책이다. 내가 하는 일이 상업적인 일이지만, 좋은 광고를 만들기 위해 어떤 생각(아이디어)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예술가들이 겪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오가닉 미디어>, <오가닉 비즈니스> (윤지영·노상규 / 오가닉미디어랩)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많은 변화들이 생겼고 또 생겨나고 있는데, 이러한 디지털이 불러온 영향의 본질에 대해 아주 잘 풀어놓은 책이다."

<신의 위대한 질문>, <인간의 위대한 질문> (배철현 / 21세기북스)
"종교학자인 저자가 구약(신의 위대한 질문)과 신약(인간의 위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풀어낸 책이다. 우리가 한 걸음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질문이 필요한데, 내가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꽤 묵직한 질문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글· 김가영(위클리 공감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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