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예술 해커톤 : 평창문화올림픽’ 참가기

김홍탁 심사위원은 우리에게 이 같은 조언을 했다. 지난 4월 ‘예술 해커톤 : 전통편’에 참가했을 때다. ‘해커톤(Hackathon)’은 무언가에 집중해 ‘파고든다’라는 의미의 핵(Hack)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현장에서 팀을 구성해 정해진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아이디어를 기획해 간단한 시제품으로 구현하는 개발 경진대회다.

첫 해커톤에서는 실용적인 아이템이 좋은 평가를 받을 거라 생각하고 거기에 중점을 두고 아이템을 개발했지만 우리 팀은 수상하지 못했다. 심사위원의 이 같은 조언을 듣고 나서 예술 해커톤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면 아이디어의 독창성에 더욱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어느 날 예술 해커톤을 주최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지난봄에 이어 이번에는 평창문화올림픽을 주제로 해커톤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 나는 ‘언박스(Unbox)’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기에 이 또한 좋은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다. 캐나다에서 대학을 다니던 나는 2년 전 한국에 들어와 두 명의 팀원과 함께 창업했다. 언박스는 공연이나 전시, 축제 등 이벤트를 공유하는 누리소통망(SNS) 앱을 개발한다.

 

7월 16일부터 무박2일간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진행된 ‘예술 해커톤 : 평창문화올림픽’ 참가자들이 프로젝트를 마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7월 16일부터 무박2일간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진행된 ‘예술 해커톤 : 평창문화올림픽’ 참가자들이 프로젝트를 마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평창에서의 추억 담는 ‘타임캡슐’ 앱
멘토 조언으로 아이디어 무한 발전시켜

7월 16일 무박2일간의 해커톤이 시작됐다. 첫날 다른 팀 앞에서 처음으로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우리 팀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평창 타임캡슐’ 앱이다. 평창에서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스마트폰에 올리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팀들의 반응이 좋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감이 없어졌다.

우리는 다시 아이디어를 고민해야 했다. 타임캡슐 앱은 왠지 감성적이기만 하고 실용적이지 못한 것 같았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인터랙티브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해외 관광명소를 배경으로 동계올림픽 게임을 한다거나, K-팝 스타와 함께 평창을 관광하는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팀별 아이디어 회의

▶팀별 아이디어 회의.

 

그때 팀원 연석이가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를 생각해냈다. 대형 스크린에 평창올림픽 출전 선수의 역동적인 포즈를 띄워 이를 따라 하게 하는 게임이다. 화면에는 이용자의 포즈가 함께 떠오르고, 스크린은 포즈의 유사도를 측정한다. 가장 높은 유사도를 보인 이용자에게는 평창올림픽 관람 티켓을 주는 이벤트도 생각해냈다. 이 스크린을 해외 유명 도시에 설치하면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장비가 비싸 실제로 개발하기 어렵다는 주장과 현 단계에서 비용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충돌해 팀원 간에 언쟁이 벌어졌다. 우리는 장대철 멘토에게 우리의 고민을 말씀드렸다. “게임에 더 큰 의미가 담겼으면 좋겠다, 해외 관광명소에 미디어아트를 설치하는 것은 너무 큰 비용이 들어 비현실적이다, 평창을 홍보하겠다는 기대 효과가 매력적이지 못하다”라는 조언이 뒤따랐다. 이전에 생각했던 타임캡슐 앱에 대해서도 여쭈어봤다. “두 아이디어 모두 좋다. 지금 단계에서는 망쳐도 괜찮으니 다양하게 생각해보라”고 조언해주었다.

멘토링으로 힘을 얻은 우리는 다른 멘토들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배인식 멘토는 타임캡슐 앱에 대해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뜻밖의 칭찬에 우리 팀은 흥분했고, 타임캡슐 앱에 평창의 가치를 담아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

 

전문가 멘토링

▶전문가 멘토링.

 

그날 저녁 이후 우리는 타임캡슐 앱 개발에 매진했다. 남경림 멘토는 “앱 이용자들의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강력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해주었다. 앱 이용자들에게 주기적으로 푸시 알림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진 멘토는 “좀 더 평창에 집중하라”고 했다. 평창에 ‘타임캡슐 존’을 만들어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우리는 멘토들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모든 멘토는 적극적으로 우리의 의견을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주고, 발전 방향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번 해커톤에서는 멘토링이 단계별로 진행돼 아이디어를 차례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우리는 멘토링을 통해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었다.

 

피곤도 모기와의 전쟁도 이긴 열정
최우수상 수상으로 사업화 첫발 내디뎌

아이디어는 정해졌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틀 동안 시제품을 완성해야 했다. 연석이는 앱 화면 디자인을 맡았고, 윤환이 형은 구글 지도에 기초한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물론 잠도 오고 피곤했지만 주최 측이 준비해준 음식과 텐트에서의 쪽잠으로 힘을 냈다. 여름밤 야외에서의 취침은 모기와의 전쟁이었지만, 꺼지지 않는 행사장의 불빛처럼 제품 개발에 대한 우리의 열정도 식을 줄 몰랐다. 둘째 날, 밤 12시 정각이 돼서야 시제품을 완성했다.

다른 팀의 발표가 시작되자 너무 떨렸다. 그리고 시작된 우리 팀의 발표. 타임캡슐 앱을 통해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잘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다시 김홍탁 심사위원을 보니 무척 반가웠다. 이번만큼은 우리 아이디어가 정말 멋지고 ‘크레이지’하다고 생각했기에 자신감 있게 발표했다. 발표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모두 쓰러졌다.

 

심사위원 앞에서 최종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는 이승호 씨

▶심사위원 앞에서 최종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는 이승호 씨.

 

드디어 시상식! 평창올림픽 웹툰을 제작하는 아이디어와 경기 승부를 예측하는 아이디어가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제 마지막 최우수상 발표만이 남은 순간, 사회자의 입에서 “언박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무척이나 짜릿했다. 상장을 건네는 김홍탁 심사위원이 나를 알아보고 격려를 해줘 너무나 기뻤다.

예술 해커톤은 이틀 안에 성과를 내야 해 심리적으로 쫓겼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인 멘토들의 예리하고 시원한 피드백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었다. 행사를 진행한 관계자들도 참가자들을 무척이나 배려해줘 편안한 환경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 좋은 기억을 살려서 평창 타임캡슐 앱을 성공시켜야겠다는 생각이다. 언박스 파이팅! 평창동계올림픽 파이팅!

 
예술 해커톤이란?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동 개최한 예술 해커톤은 기초예술, 기술공학, 콘텐츠 기획 분야의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팀을 구성해 정해진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아이디어를 기획해 간단한 시제품으로 구현하는 개발 경진대회다. 7월 16일부터 무박2일간 서울 강남의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개최된 ‘예술 해커톤:평창문화올림픽’은 공연, 미술, 융•복합 콘텐츠, 관광 상품 등 올림픽 붐업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겨루는 자리였다.

정부는 앞으로 예술 해커톤 행사를 3D 프린터, 드론 등 다양한 분야와의 융•복합이나 공공 예술데이터 등 특정 주제로 확대해 추진할 계획이다.

 

· 이승호 (콘텐츠 기획자) 2016.07.25  | 사진 · 예술경영지원센터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