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발표자로 활약한 나승연(43) 오라티오 대표. 유창한 영어와 불어 실력, 세련되고 지적인 외모, 부드러우면서도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일등공신으로 떠올랐다. 이후 나 대표에게는 ‘더반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무명의 발표자는 피겨 여왕 김연아에 버금가는 유명세를 얻었다.

“더반의 여왕 타이틀 과분”
책임감 느끼고 대한민국에 도움 될 터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나 대표의 사무실은 일반적인 사무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북유럽풍의 모던한 인테리어에 창의적인 구조에서 개방적이고 세련된 그녀의 성격이 엿보이는 듯했다.
나 대표는 “어서 오세요. 사무실을 잘 찾으셨네요”라고 말하고는 해맑게 웃었다. 평창올림픽 유치 시 보여줬던 단호한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고, 단아한 외모에 조용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녀의 웃음은 순식간에 기자를 무장해제시켰다. ‘5분의 스피치로 세계를 매료시켰다’는 나 대표이지만 그녀는 사실 남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평창올림픽 유치위원회 활동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남들 앞에 쉽게 나서지 않았다.
“무명이었던 제가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면서 여러 가지로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그전까지는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대내외적인 타이틀과 사람들의 관심도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렇게 인정받는 것도 굉장히 큰 영광이고, 제가 올림픽 유치에 힘썼으니 홍보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게다가 젊은 학생들이 저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말까지 들으면서 당당하게 나가서 그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나 대표의 말처럼 평창올림픽 유치 이후 그녀는 기업과 대학교 등에서 강연 섭외 1순위에 꼽힐 정도로 인기 있는 강연자가 됐다. 강연을 통해 그녀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저희 회사 오라티오(라틴어로 ‘스피치’라는 뜻)는 영어 프레젠테이션 컨설팅을 해주는 곳이에요.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물론, 학생들도 앞으로 해외에서 영어로 상대방을 설득할 일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세계에서 영어로 소통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오라티오’라는 회사는 나 대표가 아리랑TV 앵커 겸 기자를 그만둔 후 영어로 소통하는 기술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2003년에 지인과 함께 설립한 회사다. 사실 나 대표는 외교관인 아버지 덕분에 유년기를 외국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살 수 있었다. 그 때문에 환경이 자주 바뀌는 단점이 있었지만, 대신 영어와 불어를 모국어처럼 쓸 수 있게 됐다. 덕분에 평창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영어와 불어’ 2개 국어로 발표를 해서 IOC의 불어권 국가 위원들까지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나 대표는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오래 보냈고 외국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그 시절 외국 친구들은 나 대표가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면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그만큼 해외에서 바라보는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는 것 외에 크게 두각을 나타낼 만한 게 없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바로 ‘K-팝(Pop), K-드라마(Drama), K-뷰티(Beauty)’를 포함하는 ‘한류’ 때문이었다. 나 대표는 우리나라를 홍보하기 위한 ‘국가브랜드’는 바로 ‘한류’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논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특이한 무언가는 느끼지 못한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달라요. 해외 여러 나라에서 우리 한류가 세계인들의 ‘흥’을 돋우고 있잖아요. 해외에서 K-팝 등의 한류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밝은 에너지인 ‘흥’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브랜드를 만든다면 ‘흥’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2011년 7월 6일 남아프리카 더반 ICC(국제컨벤션센터) 세션룸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PT에서 연설 중인 나승연 대변인.
K-팝 등 한류에 열광
한국인 신바람을 느낀 것
나 대표는 ‘끈기’ 역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면서 느껴왔던 삶의 모토가 되는 것이 이제 와서 보니 바로 ‘끈기’였다는 것. 외교관이었던 아버지 역시 시골에서 자라 가난하고 어려운 살림에도 공부에 대한 끈기를 놓지 않았고, 그 덕분에 원하는 삶을 살게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가 어릴 적 외국에서 살 때는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왔다는 편견 등으로 설움을 많이 느꼈거든요. 아버지 역시 해외에서 한국을 대변하면서 이익이나 권리를 지키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요. 그런 것들을 가능하게 해준 게 바로 뼛속까지 한국 사람이었던 아버지가 가진 ‘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또한 세 번이나 동계올림픽 유치에 도전하는 나라가 없었거든요. 평창이 세 번이나 도전해서 결국 유치에 성공했잖아요. 그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 대표는 또 하나의 국가브랜드로 ‘연대감’을 꼽았다. 그 이유는 한국 사람들은 어려울 때 진정 빛을 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한국이 IMF 외환위기로 힘들었을 당시 너나없이 모두 집 안에 있던 금을 가지고 나와서 팔았던 것을 회상했다.
“외국 사람들은 아직도 저에게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 사람들이 금을 내다팔던 이야기를 합니다. 정말 한국 사람들 대단했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전 국민이 하나가 되어 세계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잖아요. 세계를 감동시킨 그 일들을 보면 ‘연대감’이 정말 최고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연대감’이 앞으로 또 어떤 힘을 발휘할지 정말 기대됩니다.”
나 대표는 해외에서 볼 때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그에 일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해외에서 누구보다 우리나라가 잘되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역할이 바로 한국과 세계를 연결해주는 ‘소통’의 문제를 ‘해소’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다니면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정말 역량이 크고 우수하다는 걸 느낍니다. 그런데 두려움과 자신감 부족 등으로 제대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해요.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시행착오와 연습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그 요구를 맞출 수 있도록 소통하는 연습이 필요하죠. 저 역시 평창올림픽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1년 반의 준비기간 동안 1000번 이상의 연습을 거쳤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세계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작게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겁니다.”
글 · 김민주 (위클리 공감 기자) 201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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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