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문화체육관광부의 한식 세계화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에드워드 권(본명 권영민·41) 셰프는 '남성 셰프 전성기'에 방송가가 아닌 현장에서 뛰고 있다. 버즈 알 아랍 호텔 수석총괄조리장, 두바이 페어몬트 호텔 수석총괄조리장 등을 지내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은 뒤 2011년 (주)이케이푸드를 설립해 국내외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특선 메뉴 10선 시연회가 열린 11월 10일 서울 마포구 앤스페이스에서 시연회를 막 끝낸 권 셰프를 만났다. 강원 영월 태생인 그는 "강원도에서 나고 자라며 감자를 하도 많이 먹어 감자를 싫어한다"면서도 초코감자(천혜향과 치즈 무스를 감싼 화이트 초콜릿)라는 '가짜 감자' 디저트를 보여주며 '평창동계올림픽 메뉴 10선' 개발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세계적 행사인 동계올림픽과 개최지 출신의 세계적 셰프가 만나 결실을 이룬 것이다.

시연회 행사에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정부 관계자와 지역민들만 오실 줄 알았는데 취재진도 많이 오셨네요. 동계올림픽이라는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를 위해 정부의 지원으로 특선 메뉴를 만드는 것이 이례적인 일이라 많이 조명해주시는 것 같은데요. 과거에 미디어를 통해 셰프란 직업을 소개했듯이 이번에도 새로운 시장을 잘 개척해보겠습니다. 후배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확장되길 바랍니다."
요즘 방송가는 셰프 전성기인데, 셰프 전성기를 이끈 셰프님을 방송에서 보긴 어렵네요.
"저까지 나서면 '셰프가 난무한다'고 보실까봐(웃음) 해외 프로젝트에 집중했습니다. 국내 자본을 들여 식당을 운영하지 않고, 해외 자본가가 저희 회사에 메뉴 개발과 매니지먼트를 위탁해 모스크바에도 한식당을 열었습니다. 내년에는 일본 오사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바쁘신 와중에 메뉴 개발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고맙게도 정부 측에서 의뢰를 해왔습니다. 대중적 인지도를 고려했다고 합니다. 강원도 출신 셰프로, 해외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력을 높이 평가해주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메뉴를 개발할 때 강원도 특산물을 잘 활용할 거라고 믿어주시지 않았을까요(웃음)."
강원도 태생으로서 이 프로젝트에 임하는 소감이 남다르겠네요.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3개월 살다 그 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동해시에서 보내고, 군 생활도 강릉에서 했으니 인생의 전반부를 강원도에서 지낸 셈입니다. 강원도 출신으로서 강원도 행사에 기여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합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하는 일 중 가장 뿌듯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 '비탈(강원도의 기울어진 길을 의미)'에서 용 났습니다. 하하."
메뉴 10선을 개발하며 강원도 특산물을 활용했다고 들었습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양한 강원도 특산물을 알려주시고, 저희는 저희대로 강원도 특산물을 찾고 선별했는데요. 흔히들 강원도에 가면 곤드레밥, 메밀막국수, 송어회, 초당두부, 황태콩나물국, 한우만 생각하시기 때문에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역 농산물은 신선한 데다 맛있고 가격 면에서도 매력적입니다."
송어만두도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건가요.
"네. 우리나라는 송어가 저평가된 편인데 해외에서는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합니다. 국내외인의 입맛을 맞추려고 고심하다 강원도 특산물인 송어에 눈길이 간 건데요. 만두 안에 들어간 송어가 느끼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맛있습니다. 아울러 황태칼국수 메뉴는 황태콩나물국과 조개칼국수를 조합해 새로 만들었습니다.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입니다."

▷ 에드워드 권 셰프가 대표로 있는 (주)이케이푸드 소속 셰프가 관람객들 앞에서 특선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특선 10선 가운데 평창동계올림픽과 가장 잘 어울리는 메뉴는 뭘까요.
"메밀파스타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걸 드시면 '건강한 음식을 먹는다'는 느낌이 전해질 겁니다. 메밀이 찬 음식이라 '파스타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고심했는데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면 요리는 국내외인 대부분이 친숙하게 여기는 음식이라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네요."
얘기를 들어보니 메뉴를 굉장히 쉽게 개발하신 것 같은데요.
"메뉴 10선은 친숙한 재료로 간단히 조리한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그래서 메뉴 개발도 쉽게 했을 거라 생각하실 겁니다(웃음). 하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해외 체류 경험이 많아 국내외인의 입맛을 아는, 저를 포함한 저희 회사 셰프 네 명이 시행착오를 거듭했습니다. 자꾸 졸작이 나와 2주 정도 아무것도 개발하지 못하기도 했지요."
메뉴 10선 레시피 교육을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신다고요.
"강원도 음식 메뉴가 더 풍성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레시피 교육을 진행합니다. 교육을 받으면 전문가들은 1분 30초, 비전문가들은 4~5분이면 만드실 텐데요. 이분들이 곧 메뉴 10선을 판매하신다고 하는데, 이를 계기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길 바랍니다."
메뉴 10선은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요.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려면 2년의 시간이 남았는데요. 지역 축제 등을 통해 메뉴를 알리고 올림픽 기간에는 선수단, 관광객, 취재진이 쉽게 드시도록 할 겁니다. 그 과정에서 메뉴 10선의 인기가 많아지면 HMR(Home Meal Replacement : 가정식 대체식품)로 만들어, 대관령에서 황태채 사오듯이 송어만두 팩을 사실 수 있겠지요. 인기가 많아져 국내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국제적인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건축물 같은 외관뿐 아니라 내실을 다져야 합니다. 먹을거리라는 콘텐츠로 문화적 저변을 확보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강원도의 힘을 보태겠습니다!"
글 · 이혜민(위클리 공감 기자) 사진 · 지호영 기자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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