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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부록? 날려버려! '가을의 전설'을 쓴다

2015 시즌 프로야구가 막판 뜨거운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순위 싸움을 이끄는 아주 특별한 인물들이 있다. 불혹의 나이를 잊고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선수들이다. 투수 최영필(41·KIA)·손민한(40·NC)·박정진(39·한화), 타자 이승엽(39·삼성)·이호준(39·NC)이 바로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조연이 아니라 팀의 가을 운명을 짊어진 당당한 주연이다(이하 기록은 9월 1일 현재).

이호준

▷이호준

약점 극복한 해결사 NC 이호준

이호준은 개막부터 경기당 1타점이 넘는 대단한 클러치 능력을 과시했다. 1976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마흔. 예전 같으면 벌써 은퇴하고 코치를 할 나이인데도 으뜸 해결사로 정상을 지키고 있다. 타율 3할2리, 19홈런, 9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한 OPS(On-base Plus Slugging Percentage)가 9할4리, 득점권 타율이 3할2푼2리에 이른다. 마흔인데도 선구안과 장타력, 득점타 능력이 최상급임을 과시하고 있다.

이호준은 2004년 이후 11년 만에 100타점을 넘보고 있다. 3년 만에 3할 타율에도 도전한다. 타자는 나이 들면 스윙 스피드가 줄어든다. 상대 투수들은 빠른 스윙이 필요한 몸 쪽으로 공을 붙인다. 이호준도 지난해까지는 몸 쪽 볼은 포기했고 바깥쪽 볼을 노리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상대 타자들이 계속 몸 쪽으로 승부를 걸어오자 살아남기 위해 2월 미국 전지훈련에서 몸 쪽 공 공략에 심혈을 기울였고 지금의 성적으로 이어졌다.

이승엽

▷이승엽

명불허전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

이호준과 동갑이지만 1년 후배인 국민타자 이승엽도 명불허전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타율 3할4푼8리, 25홈런, 86타점에 OPS 9할9푼5리, 득점권 타율 3할3푼1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할-30홈런-100타점' 가능성도 조금씩 열리고 있다. KBO리그 통산 400홈런을 넘었고 이제는 일본 성적까지 더해 통산 600홈런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오른쪽 허벅지 근육 손상으로 열흘 동안 빠졌을 뿐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내년이면 불혹의 홈런 타자로 또 하나의 전설이 된다.

6번 타자 이승엽 때문에 삼성은 최강의 타율 3할 타선을 구축했다. 중심 타선에서 만든 찬스를 해결하고 하위 타선에 찬스를 만들어주는 임무를 100% 소화하고 있다. 정교한 타격과 발군의 파워 스윙은 여전하다. 전설의 스타인데도 타격 폼 수정을 받아들이는 등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의지와 겸손한 인성도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는 이유다. 떨어져 살던 가족과 올해부터 대구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안정을 찾은 것도 도움이 되었다.

최영필

▷최영필

특유의 제구력과 포크볼 KIA 최영필

최영필은 1974년생 현역 프로 최고령 선수로 이대진 1군 투수코치가 프로 입문 동기다. 그런데도 성적표는 우등생이다. 필승조 투수로 49경기에 출전해 5승 2패 8홀드를 따내며 평균자책점 3.35를 기록하고 있다. 40세가 넘은 나이에 여전히 140km대의 구속을 유지하면서 매일 등판을 준비하는 힘과 근성이 대단하다. 마운드에서는 특유의 제구력과 포크볼을 앞세워 상대 타자를 막아내고 있다.

그는 2013 시즌을 마치고 SK에서 재계약을 포기하자 은퇴의 길에 몰렸다. 모교 경희대 인스트럭터로 참가한 대만 전지훈련에서 KIA와 인연을 맺고 신고선수로 프로에 복귀했다. 지난해 6월 이후에만 40경기에 등판해 쏠쏠한 활약을 펼쳐 재계약에 성공했다. 올해는 다른 필승조 투수들이 들쑥날쑥했지만 최영필만이 유일하게 1군을 지켰다. 성실함과 진지한 자세가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러닝훈련에서도 스피드와 지구력은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입단 동기였던 진갑용(삼성)이 시즌 도중 은퇴했지만 아들 종현(경희대 1년) 군과 함께 뛰는 것이 꿈이다.

 손민한

▷손민한

불혹의 10승 투수 예약 NC 손민한

또 하나의 야구 드라마를 쓰고 있는 손민한은 21경기에 등판해 9승 5패, 평균자책점 4.74를 기록하고 있다. 개막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가담해 6월까지 8승을 따낸 기둥 투수였다. 통산 120승 고지도 밟았다. 구위가 떨어지자 6월 말부터 한 달 동안 1군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후반기는 롱릴리프로 마운드에 힘을 보탰고 구원 1승을 추가했다. 무난하게 프로 출범 이후 최초로 '불혹의 10승 투수'로 역사에 이름을 새길 것으로 보인다. 송진우 KBS N스포츠 해설위원이 2005년 만 39세의 나이로 11승을 기록했지만, 마흔이 넘어 두 자리 승리를 거둔 투수는 없었다. 군더더기 없는 투구 폼과 유인구를 앞세운 노련한 투구, 그리고 140km가 넘는 속구와 다양한 변화구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박정진

▷박정진

최강의 왼손 필승맨 한화 박정진

투혼의 사나이 박정진의 성적을 보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만 39세의 나이인데도 무려 74경기에 출전해 95이닝을 소화했다. 6승 1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이 2.84에 불과하다. 피안타율도 2할2푼2리에 그친다. 박정진이 없었다면 한화의 중위권 도약은 있을 수 없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 슬라이더, 힘 있는 직구와 제구력까지 갖춰 최강의 왼손 필승맨으로 평가받고 있다. 많은 투구로 8월에는 다소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다시 힘을 바짝 내고 있다. 이미 100이닝을 넘은 권혁과 함께 100이닝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중간 투수가 100이닝을 소화하는 일은 극히 드물어 혹사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불혹의 선수들은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여주는 양질의 경기력은 그들이 생존하는 절대적인 이유이다. 무엇보다 후배들에게 '프로는 무엇이고, 프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몸으로 웅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존재는 의미가 남다르다.

· 이선호 (OSEN 야구부 부장) / 사진 · 스포츠 동아, 뉴스1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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