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일선 공무원들의 규제개혁에 대한 생각은 명쾌하다. 이들의 키워드는 바로 ‘생활과 상식’이다. 생활에서 찾고 상식으로 대하면 규제를 풀 중요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생활 속 발견에서 남다른 성과를 낸 우수 공무원의 얘기를 들어본다.

 

■ 옥조근정훈장 수상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정인영 주무관

‘걸어 다니는 아이디어 뱅크.’

서울시 뚝도아리수정수센터의 정인영(47) 주무관에게 붙은 별명이다. 정 주무관은 창의적 사고와 남다른 열정으로 상수도 설비와 업무 개선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 공무원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제 업무가 시민과 맞닿아 있습니다. 멀리서 찾기보다 주변을 돌아보면 쉽게 개선할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상식적인 부분에서 생각하고 더 좋게 바꾸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규제개혁입니다.”

정 주무관은 1993년 6월 서울시 9급 공무원으로 임용돼 용산구 하수과, 구로구 치수과 등을 거쳤다. 그는 상수도 관련 설비의 품질 향상과 업무 개선에 앞장서 최근 5년간 창의 개선안 등 모두 155건을 제안했다.

그동안 정 주무관이 발명해 특허 출원한 것만도 모두 6건. 특히 수증기 응결이 발생하지 않는 계량기 카운터 제조 방법은 연 400∼500건씩 발생하던 대형 수도계량기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이에 따라 대형 수도계량기 고장률이 33% 감소해 연 2억6000만 원 이상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뒀다.

“어릴 때부터 라디오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기계 분야를 공부했고 공무원이 되고 나서도 업무와 연관이 되니까 제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시민 불편이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계랑기가 잘못돼 단수가 되면 얼마나 불편합니까?”

주무관

정 주무관은 작은 노력이지만 많은 시민이 도움을 받고 눈에 띄는 예산 절감 효과도 낼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노력 덕분에 큰 상을 16개나 받았다. 정 주무관은 최근 4, 5년 사이에만 중앙우수제안 행정안전부 장관상, 정부 모범공무원 모범상, 환경부 장관상, 서울시 창의상 등을 받았다.

“저의 성과는 기술직 공무원에게 주어진 고유의 권리이자 보람입니다. 무엇보다 직장 동료의 도움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연간 특허 출원 2개, 업무 개선안 20~30개를 내는 게 제가 정한 목표입니다.”

정 주무관은 처음엔 그러려니 하던 주위 사람들이 요즘에는 문제를 어떻게 개선했는지 물어오고 전화 문의도 많아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자신이 본보기가 된다는 생각에서다.

“제겐 이번에 받은 훈장이 과분합니다. 앞으로도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고요. 최선을 다하다 보면 공무원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식적 접근과 동료와의 협업을 강조하는 정 주무관. 내일은 어떤 발명품을 내놓을까.

 

■ 근정포장 수상
경기지방중소기업청 박홍진 주무관

‘민원인이나 공무원이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찾아보자.’

경기지방중소기업청 박홍진(41) 주무관이 ‘손톱 밑 가시’, 즉 규제와 마주했을 때의 마음가짐이다. 지난해 한 업체는 경기 용인시 원삼면에서 일반산업단지 조성공사를 하다 유물이 출토되면서 6개월간 공사를 중단해야 했다.

업체 측은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표조사와 시굴조사, 발굴조사를 벌였고 이에 수반된 비용 수억 원도 떠안았다. 공사장에서 문화재가 나오면 이를 발굴하고 보존하는 데 협조해야 하나 업체로서는 공사 지연에다 추가비용까지 부담해야 해 출혈이 컸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물어봤죠. 공사 중에 유물이 나오면 누가 처리해야 하는지. 열이면 열 ‘나라에서 해야지’였어요. 유물이 나오면 공사는 중단되고 발굴비용도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데 누가 자발적으로 나서겠어요?”

결국 업체의 부담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박 주무관과 직원들은 지속적인 개선 건의에 나서 문화재청의 협조를 끌어냈다. 지금은 관계 법령 개정 등 개선작업이 추진 중이다. 박 주무관이 생각하는 규제개혁의 출발은 상식과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면 돼요. 정책을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국민의 입장에서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좋은 법도 세월이 지나면 폐단이 생기게 마련이잖아요?”

주무관

박 주무관은 지난해 100건 가까운 중소기업 규제 애로를 관계부처에 요청해 이 중 30여 건이 개선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그가 개선을 요청한 농업진흥구역 내 공장 증설은 규제개혁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관련 업체는 수출 물량의 10배를 수주하고도 농업진흥구역이란 이유로 공장을 새로 짓지 못하고 7년간 속을 끓여왔다고 한다. 박 주무관은 규제개혁은 ‘무한에너지’라고 말했다. 정부 사업엔 돈이 들어가지만 규제개혁의 경우 입력(돈) 없이 출력(성과)이 나오기 때문이다.

“기업 현장에서 듣는 격려의 말 한마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힘이 됩니다. ‘이 맛에 공무원을 하는구나’ 싶죠. 앞으로도 규제개혁을 위해 소관 업무 외에 다른 방면의 지식을 더욱 폭넓게 쌓아나갈 겁니다.”

‘관의 부당한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게 아니라 정당하게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이 같은 사람은 관에서 천금을 주고 살 사람이다.’ 박 주무관은 다산 정약용의 이 말이 규제개혁과 딱 맞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 대한민국 공무원상 시상식

박근혜 대통령은 1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모범 공무원 158명을 초청해 포상했다. 이날 포상 대상은 대국민 서비스 향상, 국가 예산 절감, 경제 활성화, 규제개혁 등에 앞장선 제1회 대한민국 공무원상 수상자들과 대외적으로 국가 위상을 높이고 국제 현안 해결에 기여한 공무원들이다.

청와대는 “공무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정부 포상을 수여한 전례가 드문 만큼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공무원들에게 직접 포상을 수여한 것은 공직사회의 사기를 진작하고 공무원들이 국민과 국가를 위한 핵심적 역할에 앞장서줄 것을 당부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상자들은 공직에 대한 소명의식과 자부심을 갖고 창의적 아이디어와 남다른 노력으로 탁월한 업무 성과를 거둬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자들은 기관별 인사 운영 여건에 따라 인사상의 인센티브를 받게 되는데 특히 이번 훈·포장 수상자 20명 중 7명에게는 특별승진, 10명에겐 특별승급의 혜택이 주어진다.

박 대통령은 이날 지난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한·중 어업협상, 규제개혁 등으로 대외 협력 및 경제혁신에 기여한 공무원 74명에게도 포상했다.

 

· 박길명 (위클리 공감 기자) 2015.2.9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