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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캐릭터 판매 수익 길고양이 위해 기부하는 조춘배 씨

서울 성북구 석관동의 한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책장 위에 있던 고양이가 '폴짝' 뛰어내려와 맞이한다. 반가워하는 것 같은데 날카로운 눈매와 조심스레 내딛는 네 발의 움직임이 왠지 보는 사람을 경계하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고양이는 아직 '낯선' 동물이다.

이제 어느 동네든 길고양이 한두 마리쯤은 살고 있다. 어딜 가든 볼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익숙하진 않기 때문에 인간과 고양이가 더불어 살기는 쉽지 않다. 조춘배 씨는 그 둘의 공존을 위한 일을 한다. 그는 고양이 캐릭터를 활용한 노트, 가방, 텀블러(손잡이가 없는 원통형 보온 찻잔) 등을 제작해 판매액의 절반을 길고양이 구호를 위해 기부하고 있다.

춘배 씨가 고양이, 정확히 말해 길고양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3년 전이다. 늦은 밤 작업실 밖에서 들리기 시작하던 고양이 울음소리는 다음 날 아침까지 계속됐다. 생후 한 달 남짓 된 고양이는 에어컨 실외기에 몸이 끼어 신음하고 있었다.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아기 고양이는 영양실조에 감기와 피부병까지 앓고 있었어요. 길 위에서 생활해야 하는 길고양이들을 치료하는 데는 상당히 많은 돈이 든다는 걸 알게 됐어요. 길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해 치료할 때 중성화수술(TNR) 등 비용이 평균 70만 원, 많게는 300만~400만 원까지 들어요. 함께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 전문사 과정에 다니는 두 명의 팀원과 길고양이 구호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죠."

조춘배

 

부담스러운 기부
예쁜 물건 사는 재미로 전환

그들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길고양이 보호 활동을 하는 '한강맨션 고양이'라는 인터넷 카페였다. 아파트 이름이 붙은 이 카페의 탄생 배경은 이렇다. 2006년 당시 서울 한강맨션의 지하실은 길고양이들의 안식처로 이용되었는데, 주민들 간 갈등으로 폐쇄됐고 결국 몇몇 고양이들이 출구가 막힌 지하실에 갇혀 죽었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본 주민들이 길고양이 구조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시·구청을 설득해 남은 고양이들을 구출했다. 그렇게 시작된 길고양이 구호 활동이 지금까지 지속돼 회원 4000여 명이 활동하는 '전국구' 비영리단체가 됐다. 춘배 씨와 팀원들은 매년 2회 개최되는 카페 바자회에 고양이 캐릭터를 그려 넣은 노트와 에코백을 팔아 판매액의 절반을 이 단체에 기부했다. '빙위드캐츠(Being With Cats)'라 명명한 독자적 브랜드의 첫 프로젝트 '같이 살아요'의 시작이었다.

"한강맨션 고양이는 몇몇 회원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모금하는 게 쉽지 않아요. 기부자 입장에서는 적은 돈은 내기 민망하고, 또 큰돈은 부담이 되고요. 그래서 생각한 게 예쁘고 예술적인 걸 좋아하는 회원들의 특성을 반영한 '문화 생필품'을 만들고 그 수익을 기부하는 거였어요. 첫 번째로 만든 게 '더 큰 노트'. 고양이 몸집만 한 이 노트는 크기만큼 넓은 마음으로 고양이들을 돕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고양이

▷일러스트 조춘배

 

고양이 애호가만의 일 아닌
도시 속 모든 생명 공존 위하는 일

지난 3월 '빙위드캐츠'는 청년 예술가의 창업을 후원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컨대(예술가-컨설턴트-대화) 프로젝트'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단순히 예술가 개인의 작업 활동을 위한 것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선정 이유였다.

"겉보기에 멋있는 일은 기성세대가 이미 다 했죠. 청년들이 할 일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소위 '착한 일'은 뛰어드는 사람이 없어 도전해볼 만한 비즈니스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통상적인 비즈니스와 공익을 위한 일을 분리하면 후자는 비용으로만 인식돼요. 그래서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면서 동시에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거죠."

빙위드캐츠 제품 가격의 원가와 세금을 빼고 나면 실제 기부금은 판매액의 20~30% 정도다. 이는 보통 유통사가 가져가는 수수료 비율과 같다. 춘배 씨와 팀원들은 제품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결하기 때문에 그만큼을 기부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본격적인 사업 개시 전인 현재 한 달 기부금은 20만~40만 원 정도다.

'착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만큼의 수익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사업에 '올인'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봉사활동 수준에 머물게 된다는 게 춘배 씨의 설명이다.

"비즈니스와 공익 사이에 균형을 가져가기 위해선 두 개의 뇌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비즈니스 공부도 꾸준히 하고, 사업을 시작하게 한 근본적인 철학을 잊지 않기 위한 노력도 하죠."

빙위드캐츠는 오는 10월 말 공식 사이트를 열 계획이다. 현재는 블로그(www.beingwith.co.kr)와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무언가를 갖기 원하는 고양이 '집사(독립적인 성격인 고양이를 기르는 일이 주인을 모시는 집사의 일과 같다고 해서 붙은 말)'를 위한 식음료를 개발하는 등 제품군도 다양화할 예정이다.

춘배 씨는 여기에 중요한 목표 한 가지를 덧붙였다. 사람들에게 도시에서 길고양이와 함께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그러면서 고양이를 싫어하는 감정이 폭력 행위로 발현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가 고양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만을 위한 물건을 만드는 이유도 고양이에 관심이 없는 사람까지 한 번쯤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활동이 단지 고양이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애호가의 과도한 애정 표현이 아니라, 폭력으로 비롯되는 무의미한 희생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고 그들이 인간과 함께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이란 게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여러 생명과 인간이 함께 사는 따뜻한 도시가 될 날이 있겠죠."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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