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5년 전 봄, 나무판 위에 사물을 극사실적으로 그려 ‘사과 화가’, ‘대추 화가’로 불리며 한창 주가를 올리던 이목을(당시 48) 화백이 돌연 화업 총정리 개인전을 연다고 발표해 화단을 놀라게 했다. 전시회 제목은 ‘익숙함으로부터의 결별, 변화의 시작’이었지만 사실상 폐업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그때 의사로부터 1년 전부터 계속 그림을 그리면 실명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고, 결국 붓을 놓아야 할 지경에 와 있었다. 그의 왼쪽 눈은 어렸을 때 이미 시력을 잃었다.
“현대의학으로는 제 눈을 치료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쉬라는 게 신의 뜻이구나’ 했지요. 그런데 불현듯 ‘이 고통도 그냥 주시는 게 아니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작업실 벽에 ‘고통은 하늘이 준 보약’이라고 썼다. 아내에게는 3년만 다시 공부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달려간 곳이 서점이었다. 매일 서점으로 출근해 유아용 책을 보고 작업실로 돌아와 그림을 그렸다. 그처럼 단순한 선의 그림이라면 희미한 시력으로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다 스마일 이모티콘을 보고 ‘세상에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것이 있구나!’ 싶어 머릿속이 번쩍하는 느낌이 들어 작은 캔버스를 찾아 스마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의 눈이 왜 그렇게 멀어갔는지 깨달았다. 바로 ‘스마일을 통해 웃음을 전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그는 ‘고통은 하늘이 준 보약’이란 글자 밑에 ‘웃음은 하늘이 나에게 준 선물’이라고 썼다. 칩거한 지 1년 만에 이목을은 ‘스마일 화가’로 다시 세상에 나왔다.

고통은 하늘이 준 보약 웃음은 하늘이 준 선물
사람들은 이목을이 변했다고 수군거렸지만, 그는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극사실화를 그릴 때 그는 직접 켜고 다듬은 목판이나 시골 아낙들의 칼질에 깊게 파이고 뭉툭해진 도마를 얻어다 그 위에 그림을 그렸다. 살아 있는 나무에 그리는 것이기에 살아 있는 것과 똑같은 그림을 그렸을 뿐이었다. 이제 캔버스로 옮겨간 그의 그림은 100가지 다른 색으로 100가지 스마일을 표현한다.
올해는 <스마일 화가와 시크한 고양이의 청춘만담>(이하 <청춘만담>)이라는 에세이집도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칭 ‘캡틴 스마일’이 되어 ‘체셔’라는 별명을 쓰는 스물여섯 살 아가씨와 편지를 주고받는다. 그가 멘토 노릇을 자처한 데에는 그에게도 ‘운명에 돌을 던진 그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가난해서 그림 공부는커녕 고등학교에 다닐 형편이 안 되던 시절, 그는 사환이자 학생으로 간신히 실업계 야간 고등학교를 다녔다. 화가가 되고 싶은 소년에게 미술 선생님은 그 자체만으로도 흠모의 대상이었다. 청소를 할 때도 다른 선생님 책상은 대충 닦고 미술 선생님 책상은 정성 들여 닦던 소년의 마음을 알았는지, 어느 날 연탄불을 갈고 있는 그에게 미술 선생님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소년은 뭘 잘못했나 걱정이 되고, 숨도 못 쉬겠고, 심장은 벌렁벌렁하는데 미술 선생님이 그에게 딱 한마디 하셨다.
“그림 그려!”
그 순간 ‘댕’ 하며 그의 마음에 진동이 왔다. 그 후 ‘나도 누군가의 인생에 정직한 돌을 던지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됐고, 그때의 경험은 <청춘만담>을 쓴 하나의 이유가 됐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평범하게 사는 회사원인 ‘체셔’가 묻는다. “스무 살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대 중반이네요. 청춘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잘 사는 걸까요?” 캡틴 스마일은 대답한다. “‘벌써’가 아니라 ‘아직’의 관점으로 봐라.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두려워 말고, 오늘을 최대한 즐기고, 느끼고, 경험해. 지나고 나면 후회의 시간이 되지 않도록. 즐겨라, 느껴라, 경험해라. 가장 본능적으로.”
그리고 캡틴 스마일은 이 세상 모든 체셔들에게 말한다. “두려워 말고, 끙끙대지 말고, 가둬놓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거 다하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사는 거야. 딴짓 좀 하면 어때?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내 인생 내 거니까. 고민하지 말고, 이왕이면 스마일.”
이목을 화백은 경기도 양평의 아틀리에 ‘스페이스 목을’의 문을 활짝 열고,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손짓을 한다. “길 가다가 심심할 때, 혼자라서 외로울 때, 우울해서 배고플 때, 지나가다 들르라고~.” 그리고 여기저기 놓인 스마일 그림을 마음껏 보여준다. 그는 그림이 안 팔려도 걱정하지 않고 동네 담벼락도 좋고, 시골에 천막 치고 그림을 걸 계획이다.
“그림이 예술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이 예술이에요. 스마일 그림은 너무 쉬워서 누구나 그릴 수 있죠. 이제 직접 그림을 그려보세요.”
글· 김현미 (주간동아 팀장) 201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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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