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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자신이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던 사춘기. 힘들어하는 그를 잡아준 게 클라리넷이다. “아버지가 자주 틀어주던 클래식음악 속에서 들려오는 클라리넷 소리가 저를 위로해 줬습니다.”

중학교 밴드부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고등학교 3학년 때다. 그리고 중앙대학교 관현악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에는 음악공부를 계속하고 싶어 미국으로 건너가 피바디음악대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1997년 한국으로 돌아와 강사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장애인 행사나 자선음악회를 매년 열었다. 이후 16년 동안 장애인을 위한 활동을 해 왔다. 올해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상 대상을 수상한 클라리넷 연주자 이상재 교수(나사렛대 관현악과) 이야기다.

장애인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한 예술인을 선정해 수여하는 ‘제9회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은 이상재 교수를 만나기 위해 지난 10월 28일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를 찾았다. 이날 이곳에서는 장애인 음악콩쿠르가 열렸는데, 이 교수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인터뷰 약속을 잡기 위해 한 전화통화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쾌활했으며, 말투는 거침없었다. 그래서일까. 그에게 장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나루아트센터 소강당 앞에서 기자를 반갑게 맞아준 그는 시각장애인이었다.

이 교수가 시력을 잃게 된 건 일곱 살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이었다. 교통사고 이후 망막 치료를 받으며 여러 차례 수술도 했다.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찾아오는 통증은 정말 참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러웠습니다.” 그가 시력을 완전히 잃은 건 열 살 때다. 이 교수는 “볼 수 없다는 무서움보다는 이제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큰 어려움 없이 시각장애를 받아들인 셈이다.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만들어 연평균 50~60회 공연

이 교수는 시각장애가 있음에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의 음악활동을 도와준 공로가 인정돼 상을 받았다. 그는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을 인정받은 느낌이라 기쁘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이 교수는 ‘하트시각장애인쳄버오케스트라’를 운영하며 시각장애인의 음악활동에 도움을 준 공적을 크게 인정받아 이 상을 받았다.

이 오케스트라는 2007년 이 교수가 직접 창단했으며, 11명의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돼 있다. “시각장애인이 음악가로 살아가려면 비장애인보다 훨씬 더 많이 공부해야 합니다. 학부나 석사를 졸업해서는 취업이 어렵죠. 저는 이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음악을 전공한 시각장애인들이 직업음악가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하고자 이 오케스트라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목표를 이루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하트시각장애인쳄버오케스트라는 1년에 평균 50~60회 공연을 하지만 단원 한 명에게 돌아가는 돈은 1년에 500만원 남짓이 전부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케스트라 운영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가 이번에 대상을 받은 데는 오케스트라를 운영한 공적이 크게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정작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 상을 받은 게 기쁘면서도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환경은 열악하지만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실력은 수준급이다.

지난 2011년에는 미국 뉴욕에 있는 카네기홀(Carnegie Hall)에 초청됐다.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공연한 것은 1891년 카네기홀이 설립된 이후 처음이다.

이 교수는 비록 지금은 오케스트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되도록 할 것이다. “제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 같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음악으로 자아실현을 하며 살아가듯 다른 시각장애인 음악인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음악을 한 걸 후회하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문화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제9회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상’은 올해 7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대상(대통령 표창)에 이상재 교수를 비롯 우수상(국무총리 표창)과 특별상 공로부문(국회의장상)은 한국화가인 태안여자고등학교 권오철 교사와 사단법인 수레바퀴재활문화진흥회에 각각 주어졌다. 미술부문은 서양화가 탁용준, 문학부문은 시인 최명숙, 음악부문은 첼로리스트 김어령, 대중예술부문에는 배우 강민휘 씨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10월 31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글·정혜선 기자 201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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