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대학동문’인 어지흠(44·사진 오른쪽)·박은하(42) 씨는 2011년 5월 부부의 연을 맺었다. 박 씨가 대학교 3학년이던 1995년 초 클래식기타 동아리에서 만난 두 사람은 2009년까지 15년 가까이 친한 선후배로만 지냈다. 그러다 2010년 초부터 결혼을 전제로 사귀게 됐고 1년여 후 마침내 화촉을 밝혔다.
결혼 후 3년여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부부에게는 두 딸이 생겼다. 큰딸 서연(3)이는 2012년 3월에 태어났고, 둘째딸 은수는 지난 10월 13일 세상에 나왔다.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한 두 사람이지만 비교적 수월하게 아이를 낳은 것이다.
부부는 “첫아이가 딸인데 둘째가 아들이면 옷값 등 키우는 비용도 부담이 클 텐데 다행히 작은아이도 딸”이라면서 “두 살 터울이니 친구처럼 사이 좋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마흔 살 넘어 두 아이를 얻은 부부와의 ‘대면인터뷰’는 성사되지 못했다. 10월 13일 출산한 박 씨는 10월 29일 오후에야 산후조리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전화인터뷰에서 박 씨는 “첫째가 운명이라면 둘째는 감동이었다. 출산 직후 병원 침대에 누워 포대기에 싸여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며 말문을 열었다.
“딸바보 남편 덕에 일도 육아도 수월해요”
국내 모 전자업체 차장인 어 씨는 ‘딸바보’다. 마흔두 살에 얻은 딸이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정도가 좀 심하다. 술자리에서 늘 ‘한 잔만 더’를 외치던 어 씨였지만 서연이가 태어난 뒤로는 ‘칼퇴근’이 늘었다. 휴일에도 하루 종일 딸과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서연이에게는 아빠 배가 ‘놀이터’다.
박 씨는 “대학 때부터 남편을 알았지만 저렇게까지 아이를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휴일에는 아이를 온전히 남편에게 맡길 수 있어서 편하다. 남편이 아이와 놀아주는 동안 집안일도 챙기고 마음 편히 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박 씨는 결혼 후에도 회사에 계속 다니고 있다. 섬유 디자이너이자 공간 코디네이터인 박 씨는 큰애를 가졌을 때 ‘회사를 그만둘까’ 고민도 했지만 남편의 격려 덕에 지금까지도 큰 무리 없이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회사를 그만뒀겠죠. 남편이 집안일은 물론이고 육아에도 워낙 적극적이어서 큰 힘이 되고 있어요. 12월 중순쯤이면 산후조리를 마치고 회사에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 씨 부부는 첫아이를 가졌을 때 기쁨 반, 두려움 반이었다고 한다. 특히 예비엄마인 박 씨는 임신기간 내내 노심초사했다. “정확히 마흔 살에 낳는 거잖아요. 병원의 초음파검사에서는 이상이 없었지만 그래도 눈·코·입은 제대로 붙었는지, 손가락·발가락은 잘 움직이는지 걱정이 많았죠.”
다행히도 서연이는 건강하게 태어나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세 살이 되면서 예쁜 짓도 많이 한다. ‘키다리 아빠’를 닮아서인지 또래 아이들보다 늘씬하다. 말 그대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다. 부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게 자식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후년쯤 아들이든 딸이든 셋째 갖고 싶어요”
‘혼자는 좀 외롭겠구나’라는 걱정이 들 무렵 둘째가 생겼다. 그리고 지난 10월 13일 은수가 환한 얼굴로 엄마·아빠와 만났다. 서연이와 마찬가지로 건강하고 예쁘다. 은수를 바라보는 서연이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흐른다.
두 사람 모두 마흔 살 넘어 아이를 둘이나 얻었지만 욕‘ 심’은 그칠 줄 모른다. 어 씨는 “둘이 만나 둘을 낳은 것은 기본일 뿐”이라며 “내후년쯤에는 셋째를 갖고 싶다.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다.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남편의 끝없는 아이 욕심에 난감할 만도 하건만 박 씨도 굳이 마다하지는 않는다. 이래서 부창부수라고 하나 보다. “첫째가 태어났을 때는 무덤덤한 편이었는데 둘째는 더 큰 감동이었어요. 형제가 많은 집안(1남 3녀)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몰라도 남편의 아이 사랑이 대단해요. 셋째도 낳자고 자꾸만 보채네요.”
글·최경호 기자 201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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