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담은 <스톱>은 과학학습만화다. 얼음이 녹으면서 빙산 밑의 바닷물이 민물로 변하고, 짠 바닷물에 익숙한 생물들이 살기 힘들거나 빙산 사이 간격이 멀어져 북극곰이 헤엄치다 빠져 죽는 절박한 상황에서 주인공 ‘지니’가 “스톱!” 하고 장면을 멈춰 환경을 지켜가는 내용이다.
9권으로 제작돼 최근 완간된 이 만화책은 야생 영장류를 연구하는 과학자와 화가인 형제의 합작품이라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글을 맡은 형 김산하(38) 씨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행동생태학과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비정부기구인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이다. 그림을 맡은 동생 한민(35) 씨는 서울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후 그래픽 노블 작가로 생태만화작업을 하는 화가다.
외교관 부친 덕에 다양한 지구 생태환경 접해
과학자와 화가. 전혀 달라 보이는 두 분야의 형제가 환경만화의 공저자라는 조합은 새로웠다. 하지만 형제는 “전혀 다르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동물과 그림을 좋아한 것이 공통분모였다는 것.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일본, 스리랑카, 덴마크 등 세계 각국에서 성장하며 자란 것이 기회였다.

산하 씨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생태환경을 접하며 동물을 더 많이 관찰할 수 있었다”고 운을 뗐다. 산하 씨가 “추운 지방에서 더운 지방까지 다양한 서식지를 체험해 봐서 그런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생겨났다”고 말하자 동생 한민 씨는 “취미삼아 동물원에 갈 만큼 우리 형제는 동물에 대한 애정이 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형제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방바닥에 뒹굴면서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만화 <스톱>도 그렇게 우연히 탄생했다.
“어느날 한 장면을 함께 떠올렸습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었죠. 스라소니가 눈신토끼를 덮치는 그 순간을 딱 멈추고 양쪽반응을 들어보면 재미있겠다는 것이었죠. 이 장면은 결국 나중에 4권의 1화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바로 이 ‘스톱’ 장면에서부터 전체 시리즈가 생겨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형제는 과학책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아이들이 환경보호에 공감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만화책으로. 꼬마 주인공 ‘지니’의 캐릭터도 환경보호의 상징을 담고 있다. 지니는 소녀이지만 보라색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중성적으로 표현된다. 패셔너블한 모자를 쓴 예쁜 소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산하 씨는 “지니는 한국여자아이지만 국가, 민족, 성적 정체성이 별로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중성적 캐릭터”라며 모자도 ‘중립성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문제는 성별과 국적을 떠나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환경보호 설득하는 날 기대”
작업과정은 수월한 편이었다. 호흡이 잘 맞았다. “처음에는 좀 의견차이가 있었지만, 갈수록 ‘척하면 척’이었습니다. 외국에서 메일로만 소통하면서 만들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동생 한민 씨는 같은 방에서 살던 예전을 그리워했다. “같은 방에서 지내니까 아무 때나 수시로 의견교환이 가능한 점이 정말 좋았는데 말이죠.” 산하 씨는 또 여행을 하면 된다고 달랜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한쪽이 여행을 가서라도 만납니다. 얼마 전 여름에는 프랑스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만났고, 몇 년 전에는 페루의 아마존 정글을 함께 탐험했죠. 앞으로는 아프리카 땅을 함께 밟아보려 하거든요.”
<스톱> 시리즈에 대한 어린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daisy25’라는 아이디를 가진 독자는 “동물과 이야기를 한다는 설정이 아이들 마음을 파고든 것 같다”며 “여덟 살 큰아이가 쉬지 않고 열심히 보더라”고 호평했다. 한민 씨는 “아이들이 마치 유행어처럼 ‘스톱!’을 외치는 바람에 어른들이 깜짝 놀란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반갑다”고 말했다.
산하 씨는 “동물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 뻔해 보이는 상황에서 조차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의미를 부여한 것이 공감대를 산 것 같다”고 덧붙인다.
형제의 가장 큰 바람은 아이들이 환경보호에 대해 어른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한민 씨는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동물과 환경에 대한 사랑과 정의감이 솟아오르는 걸 볼 때가 가장 흐뭇하다”며 “자연환경에 대해 아무 배려 없이 사는 어른들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아이들이 당차게 ‘이제 그만!’이라고 외쳐주면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책이 완간됐지만 환경과 동물에 관한 작품활동은 약간의 과장을 보태 ‘죽는 날까지’라고 밝혔다. 산하 씨는 “우선은 경상남도에 어떤 좋은 저수지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 습지센터가 건립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려고 한다. 좋은 동물이 너무 많아 평생 해도 모자랄 것”이라며 웃었다.
한민 씨가 옆에서 거든다. “지니와 친구들은 왠지 아직 할 얘기가 많이 남은 것 같아요. 책에 동물이 등장했으니, 앞으로도 그렇겠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담긴 작품들을 계속해서 만들 생각입니다.” 형제의 웃음은 아주 많이 닮아보였다.
글·박지현 기자 201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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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