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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 김홍덕 씨, 1회용 분말 포장 아이디어로 특허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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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말(粉末)을 밖에 가져나갈 때 포장 방법이 없다. 가정용 기계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정확히 31자. 이 글자들이 지방에 사는 평범한 40대의 인생을 바꿨다.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1인 출판사 ‘엘피스’를 운영하는 김홍덕(47) 씨의 이야기다. 2월 18일 오후에 만난 그는 “무심코 쓴 이 31자가 기적을 일으켰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씨는 대한민국 ‘창조경제타운 1호 사업자’다. 그가 쓴 이 많지 않은 글자들이 만들어준 새로운 직함이다.

박근혜정부는 최우선 국정과제로 창조경제(Creative Economy)를 내세웠다. 창조경제는 2001년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John Howkins)가 펴낸 에서 처음 개념이 정립된 단어다.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창의력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유통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뜻이다.

정부는 한국형 창조경제 모델 발굴을 위해 지난해 9월 ‘창조경제타운’ 사이트(www.creativekorea.or.kr)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를 통해 정부가 발굴한 첫번째 결실이 김 씨다. 그는 가정에서 분말을 만드는 작은 기계를 만들어 쓰면 편리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이곳에 올렸고, 정부가 이를 받아 첫 창조경제 케이스로 그를 선택했다.

“지난해 10월쯤이었습니다. TV에서 창조경제타운 사이트에 대한 광고가 나오더군요. 평소 가졌던 생각을 써넣었죠. 그랬더니 11월 말쯤 특허청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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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금 400만원에 순수익 1퍼센트 지급 특허계약

특허청은 김 씨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가정용 기계를 주제로 한 2건의 특허를 출원하도록 도왔다. 사업 지원도 본격화했다. 김씨의 아이디어를 실물로 만들어낼 중소기업을 연결해 줬다. 경북 칠곡군 지천면에 있는 ㈜제이텍이 그의 생각을 제품으로 만드는 회사다. 김 씨는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톱니 등을 만드는 이 업체와 계약을 맺고, 무형의 아이디어를 유형의 실제 제품으로 만들고 있다. 이달 초부터 제이텍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찾아 모든 분말을 집에서 포장할 수 있는 기계를 제작하고 있다.

제이텍은 특허청을 사이에 두고 김 씨와 지난달 말 특허 기술에 대한 전용실시권(특허권자가 특허 발명에 대해 기간·장소 및 내용의 제한을 기해 다른 사람에게 독점적으로 허락한 권리)을 갖는 계약서를 썼다. 제품을 상용화하고 선금 400만원, 여기에 제품을 판매한 뒤 순수익의 1퍼센트를 아이디어 발제자인 김 씨에게 주기로 하고서다.

김 씨와 손발을 맞추며 기계를 설계 중인 제이텍은 오는 4월 첫 시제품 생산, 5월쯤부터 본격 시중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김 씨의 얘기다. “아직 비밀인데요, 제품에 대해 간략히 말하자면 일단 기계는 녹즙기 모양입니다. 무게 5킬로그램, 높이는 20센티미터 안팎이죠. 목표로 한 판매가는 10만원대 초반. 주부가 집에 기계를 두고 분유 등 모든 분말을 커피믹스 형태로 포장할 수 있도록 한 제품입니다. 여기까지만.”

“물건 잘 팔리면 ‘청년들을 위한 공간’ 만들고 싶어요”

벌써 문의가 있다고 한다. 평범한 그의 인생을 사업가로, 발명가로 바꾼 창조경제 아이디어는 고민을 해서 나온 게 아니다. 생활속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다. 평소 불편하면 ‘어떻게 바꿀 수 없을까?’ 한번 더 생각하는 그의 생활 자세가 작지만 힘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었다. 김 씨의 생활 속 아이디어는 3년 전부터 떠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대형마트 카트기에 휴대폰을 놓을 수 있는 작은 박스를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고안했고, 시내버스 출입문에 버스 번호를 붙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자신의 노트에 슬쩍 적어두기도 했다.

“제일 아깝게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이 두 가지죠. 당시 막상 특허를 받고 상용화하려 했지만 특허 1건당 최소 200만원이 들고, 이 아이디어를 받아 사업을 할 업체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아 포기했어요. 그런데 이 아이디어가 몇 년이 지나 상용화되는 걸 봤어요. 아이디어가 있으면 보다 적극적으로 발제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저의 가정용 분말가루 포장기계 아이디어는 ‘귀리’라는 가루가 고혈압에 좋다고 해서 제가 즐겨 먹으면서 생각해 낸 것입니다. 밖에 나갈 때 이 가루를 가지고 나가기가 너무 불편했어요. 바로 거기서 착안한 거죠. 고민하고 머리를 짜내서 생각해 낸 게 아니라는 뜻이죠.”

창조경제타운 1호 사업자가 된 그는 올 1월부터 발명가이자 특허권자로 새 인생을 맞았다. 하지만 최근 작은 고민이 생겼다고 한다. 사람들의 편견이란다. “‘진짜 평범한 사람일까, 전문적인 발명가 아닐까?’라는 의심을 받을 때가 있어요. 누구는 정부에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기도 하더군요. 제 이력을 보면 ‘평범’ 그 자체인데 말입니다.”

실제 그의 이력은 평범한 대한민국 40대 그 자체다. 보육교사 부인, 고3·고1 아들 둘, 전자책만 2권 낸 1인 출판사 대표. 사무실도 따로 없는 재택근무 사업자다. 학력 역시 계명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게 전부다. 거기에다 다녔던 직장은 귀뚜라미정밀공업 품질관리팀장, 경북 구미의 TV브라운관 제조업체 직원, 기업 컨설팅회사 간부 정도다. 특이하거나 튀는 이력은 단 하나도 없다.

김 씨는 작은 꿈이 있다고 했다. 가정용 분말 포장기계가 본격적으로 팔리면, 청년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고 이들을 돕는 사람들도 많죠.

하지만 직장을 준비하는 청년들, 사업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청년들을 돕는 이들은 드물어요. 가난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밥을 굶는 사람들도 아니어서죠. 이들에겐 공간이 필요합니다. 고민하고, 미래를 준비할 그런 무료 공간 말입니다.” 김 씨의 ‘공간’은 공동 사무공간, 무료 공동 카페 같은 것을 뜻한다. 평범한 청년들이 모여 토론하고, 책을 읽고, 목표를 이룰 수 있게 앉아서 준비하고 정리할 수 있는 편안한 장소 말이다.

김 씨는 마지막으로 정부에 꼭 한마디 하고 싶다고 했다. “정부에서 좀 더 많은 중소업체들과 창조경제 아이디어를 가진 평범한 국민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돈이 없어 만들거나 판매할 업체를 찾지 못해 버려진 특허를 발굴해 정부의 창조경제 지원 제도에 넣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창조경제 사업자 2호·3호·4호’가 계속 나오지 않겠습니까. 저도 보란 듯이 꼭 성공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글과 사진·김윤호(중앙일보 기자) 201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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