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인터넷이 빵 터졌다. 게으른 택배기사 쟈니가 외계행성에 배달을 가서 일어나는 사건을 코믹하게 연출한 단편 애니메이션 <쟈니 익스프레스>가 동영상 공유사이트 공개 5일 만에 조회수 1천만 회를 넘어서며 세계인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올해 5월 동영상 공유사이트 ‘비메오’(www.vimeo.com)에 무료 공개한 <쟈니 익스프레스>는 조회수 1천만 회를 넘어서며 그 달의 우수작(Staff’s Choice)으로 선정됐다. 지난 11월 4일 프랑스에서 열린 ‘제9회 파리한국영화제’ 최우수 시나리오상을 수상하는 등 크고 작은 상도 받았다. 이 작품의 각본·제작·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우경민(31) 감독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가 근무하는 회사는 광고에 들어가는 컴퓨터영상, 게임영상 등을 제작하는 모션그래픽업체인 ‘알프레도 이미지웍스’다.

“나쁘지 않으리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애니메이션 연출은 대학생 때 이후로 이번이 처음인데, <쟈니 익스프레스>가 입문작이 된 셈이죠.”
‘미래 행성 간 택배기사’ 기발한 발상에서 출발
<쟈니 익스프레스>는 미래 우주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택배’라고 내세우지만, 실은 게으른 택배기사 쟈니가 너무너무 작은 외계행성에 배달을 간다. 행성 전체가 겨우 작은 집 한 채 크기. 쟈니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산이 무너지고 건물이 쓰러진다. 음향효과와 영상만으로 이해할 수 있어 세계인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다.
“미래에도 택배가 있고, 행성 간에 물품을 운반하는 택배기사가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했습니다. 쟈니는 직접 우주선을 몰고 여러 행성으로 택배를 다니지만, 행성이 워낙 많다 보니 좌충우돌하며 갖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성공사례가 드문 것은 아니지만, 아직 세계 시장에서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입지가 탄탄하지 못한 편이다. 잘나가는 모션그래픽업체의 촉망받는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아나가던 그가 애니메이션 감독에 도전하는 ‘일탈’을 꿈꾸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어려서부터 애니메이션 감독이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하면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듣다 보니, 대학 진학 때 지레 겁을 먹고 원했던 애니메이션학과 대신 시각디자인학과에 들어갔습니다.”
꿈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틈틈이 해외 유명강좌 동영상을 찾아 공부하며 애니메이터로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익혀나갔다. 우 감독은 “현실적인 선택이었던 취업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게임영상을 제작하면서 캐릭터와 모델링에 눈뜨고, 스토리 보드와 연출 쪽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는 사이 가슴 한 편에서는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싹텄다.
“광고 제작을 하다 보니 좀 더 재미있고 자유로운 표현을 하고 싶어졌어요. 그러나 회사 업무와 애니메이션 감독을 병행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둘 생각까지도 했습니다.”
입사 4년차인 올해 초 우 감독은 회사 측에 자신의 고민을 토로했다. 회사에서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창작활동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 우 감독의 업무는 동료 직원들이 나눠 맡기로 했다. 대신 그에게는 “하고 싶은 것만 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회사에서는 모션그래픽업체로서 광고를 위탁받아 제작하는 것 외에 자체 캐릭터를 개발, 캐릭터산업으로의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후 우 감독은 애니메이션 기획에만 전념하게 됐다. “(회사에서) 결과물을 재촉하지 않고 자율성을 보장해 주셨어요. 옆자리의 바쁜 동료들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수록 반드시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 성공시키겠다고 이를 악물었습니다.”
“묵묵히 믿고 기다려준 회사와 동료들에게 감사”
이렇게 완성한 <쟈니 익스프레스>를 동영상 공유사이트 비메오에 무료 공개했다. 흥행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비메오는 우수 영상에 대한 소개와 추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동영상업계 관계자들이 선호하는 채널이다. 비메오에 알려지면 금세 업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유튜브와 달리 광고수익을 배당받지는 못한다.
<쟈니 익스프레스>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면서 우 감독은 “후속편은 물론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내다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장편 애니메이션은 우 감독의 회사에서 추진할 예정이다. 이 경우 개봉에 따른 입장수익은 물론 캐릭터 상품, DVD 등 ‘원소스 멀티유즈’에 따른 다양한 사업영역 확장이 가능하다.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이라는 우 감독의 꿈도 가까워진다.
모션그래픽 디자이너 사원이었던 그는 이제 콘텐츠부서 팀장급 대우를 받는다. 호칭도 ‘감독’으로 굳어졌다.
우 감독은 묵묵히 자신을 믿어준 회사와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심정”이라고 했다. “이제야 제 본업을 정한 셈입니다. 앞으로 <쟈니 익스프레스>를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장편 애니메이션과 시리즈물을 계속 만들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형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가족적이고 대중적인 미국 애니메이션과 기발하고 마니악한 일본 애니메이션 사이에서 한국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글·남창희 객원기자 201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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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