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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부는 거창하지 않아요. 필요 없는 물건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가능하거든요.”

‘펜-팬(Pen is your Fan)’ 박춘화(32) 대표의 말이다. ‘펜-팬’은 버려지는 볼펜을 모아서 아프리카 등 후진국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네트워크 기부단체다. 쓸모없는 볼펜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즐거운 나눔과 재미있는 기부를 목표로 2012년 12월 말 만들어졌다.

이 단체는 지난 1년 동안 15만 자루의 펜을 세계 각국으로 보냈다. 펜이 없어 공부를 못 하는 아이들을 위한 색다른 기부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펜-팬’의 결성을 처음 제안한 박춘화 대표를 만났다. ‘쓸모가 없어진 펜으로 어려운 나라의 아이들을 도와주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이 단체의 시작이었다는 박 대표에게 기부란 어떤 것일까? 그의 답은 간단했다.

“펜을 기부하는 ‘얼굴 없는 천사’들은 부자나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소통하며 색다른 나눔의 장을 함께 키우는 것이 가장 보람된 일입니다.”

‘기부는 누구나 부담없이 자유롭고 즐겁게 해야 한다’는 그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는 인터뷰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들겠다는 ‘펜-팬’의 첫걸음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기부자와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부터 기부 방법과 절차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었다. 특히 ‘제대로 할 것도 아니면서 일 벌이지 마라, 기부를 가볍게 여기지 마라, 젊고 경험 적은 사람이 가볍게 보고 접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냉담한 시선을 보내던 기존 봉사단체들의 반응에 맥이 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박 대표는 ‘한번 부딪쳐 보자’는 생각에 지인들과 봉사자들을 모아 일을 벌였다. ‘펜을 모아 기부하자’는 아이디어는 간단했지만 막상 실행에 옮겨보니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네트워크 기반 홍보를 경험했던 박 대표는 먼저 홈페이지를 구축해 ‘펜-팬’을 알리는 데 힘썼다. 다행히 포장 디자인업체에서 펜 수거를 위한 상자를 지원해 주기로해 비용 걱정은 덜 수 있었다.

주말마다 함께하는 자원봉사자들은 몇천 자루의 펜을 일일이 써가며 쓸 수 있는 펜을 골라냈고, 7개씩 봉투에 담아 포장작업까지 해결해 줬다. 펜을 해외로 기부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각국가별 봉사단체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덕분에 발송처 선정도 수월했다. 봉사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운영 방식을 조율하다보니 여러 문제가 해결되고 차츰 자리를 잡아갔다. 하지만 주말마다 이어지는 포장작업에 하루 수백 개씩 들어오는 펜을 보관할 곳이 없어 박 대표는 ‘시즌제’ 운영을 결심했다.

“회사 창고는 물론 집에 돌아가면 누울 곳 빼곤 전부 펜으로 가득 차더군요. 기부 양이 많은 것도 좋지만 저희가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 아니어서 조절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펜-팬 시즌 1’(2012년 12월~2013년 5월)에는 1,577명이 기부에 참여해 총 2만9,406자루의 펜을 모았다. 이 펜들을 스리랑카·캄보디아·케냐·말라위 어린이들에게 모두 보냈다.

두 차례 볼펜 기부에 이어 장난감까지 도전

‘펜-팬’은 지난해 6월부터 시즌 2에 돌입했다. 봉사자가 늘었고 작은 곳이지만 창고도 하나 얻었다. 10여 개 봉사단체와 협약을 맺으며 배송비나 안내책자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도 지원받게 됐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까지 3,500여 명으로부터 14만 자루의 펜을 기부받았다. 시즌 1보다 기부 규모가 네 배 이상 커진 것이다.

3물량이 많은 탓에 분류작업에만 3개월이나 걸렸다. 각기 다른 색의 일곱 가지 펜이 한 세트로 구성되는데, 이 작업에 가장 많은 시간이 걸렸다. 포장을 마친 펜은 드디어 1월 10일 14개국 어린이들에게 발송되기 시작했다.

‘펜-팬’의 기부 방법은 색다르다. 박 대표의 ‘기부도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기부 방법이나 배송 상자의 디자인 또한 특이하다. 일단 펜을 기부하려면 먼저 ‘펜-팬’ 홈페이지(www.pen-fan.net)에서 펜 상자를 신청해야 한다. 연락처와 주소 등을 입력하면 노란색 바탕에 귀여운 캐릭터 얼굴이 인쇄된 상자가 배송되는데, 접는 방법이 어려워 종기 접기처럼 이리저리 구상하며 조립해야 상자를 완성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기부 참여자들이 SNS를 통해 상자 접는 방법을 공유하는데, 이를 통해 큰 홍보효과를 얻고 있다. 펜을 모아 다시 보낼 때는 밀봉한 상태로 다시 ‘펜-팬’으로 보내면 된다. 배송비도 무료다.

기부된 펜은 ‘펜-팬’ 홈페이지를 통해 실제 사용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표는 “기부받은 펜의 숫자와 후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집행 내역도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며 “투명한 운영도 ‘펜-팬’의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펜-팬’은 새로운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또 다른 준비를 하고 있다. 레고 등 장난감으로 기부품목을 확대하는 시즌 3이 그것이다. 그는 시리아 내전이나 필리핀 태풍 피해로 웃을 일이 사라진 아이들을 위한 선물이 되길 기대한다. 박 대표는 “펜보다 부피나 무게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포장이나 배송 관련으로 여러 단체의 지원이 더 필요한 시기죠”라며 많은 성원을 부탁했다.

글·김상호 기자 201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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